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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위대한 개츠비 - 스콧 피츠 제랄드.

Joyfule 2011. 4. 13.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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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던 베이커가 이 모든 이야기를 끝냈을 땐 
우리가 플라자 호텔을 출발한 지 벌써 반 시간이나 지난 후였다. 
그 때 우리는 빅토리아 포장 마차를 타고 센트럴파크를 달리고 있었다. 
해는 이미 50번가의 영화배우들이 살고 있는 고층 아파트 뒤로 넘어갔으며, 
어느 틈엔가 풀숲의 귀뚜라미처럼 모여든 
아이들의 맑은 목소리가 뜨거운 황혼 속에서 들려 왔다.
나는 아라비아의 족장
그대의 사랑은 나만의 것.
그대가 잠든 밤에
나는 가리라. 
그대의 천막 속으로-
"그거 정말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이상한데요."
내가 말했다.
"아니에요, 그것은 전혀 우연의 일치가 아니었어요."
"왜 그런 생각을 갖는 거죠?"
"개츠비 씨는 데이지가 바로 만 건너편에 
살고 있을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에 그 저택을 산 거예요."
그렇다면 6월의 그 밤, 
개츠비가 애원하듯 쳐다보고 있었던 것은 단지 별들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는 목적없이 화려하기만 한 그의 태내로부터 다시 태어나서 생동하며 나에게 나타났다.
"그는 알고 싶어해요."
조던이 계속해서 말했다.
"혹시 당신이 어느 날 오후 데이지를 집으로 초대하고 
그 자신도 초대해 줄 수 있는지를 말이에요."
그의 소망이 그처럼 소박한 것에 나는 적이 감동했다. 
그는 5년이나 기다렸고 거대한 저택을 샀으며, 
그 곳에서 자기 스스로 찾아온 하루살이들에게 별빛을 나누어 주면서도, 
자신은 단지 어느 날 오후 남의 집 정원으로 '초대받을 수 있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직접 말하기 전에 내가 먼저 알아차렸어야만 했나요?"
"그는 걱정을 했어요. 너무 오랫동안 기다렸지요. 
당신의 감정을 혹시 상하게 하지 않을까 염려했던 거예요. 그는 여간 신중한 게 아니거든요."
나는 좀더 알고 싶었다.
"왜 그는 당신에게 만남을 주선해 달라고 부탁하지 않았을까요?"
"그는 데이지가 자신의 집을 둘러보기를 원해요."
조던이 설명했다.
"그런데 당신의 집은 바로 그의 옆에 있어요."
"그렇군요!"
"나는 그가 그 많은 파티 중의 어느 날 밤에 데이지가 
홀연히 나타나 주기를 항상 기대하고 있었다고 생각해요."
조던이 계속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지요. 
그러자 그는 만나는 사람마다 혹시 데이지를 아느냐고 묻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내가 바로 데이지를 알고 있는 첫 번째 사람이 되었어요. 
그가 댄스 파티에서 사람을 시켜 나를 초대한 바로 그 날 밤의 일이었어요. 
그가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던 그 세심한 자세를 당신도 들으셨더라면 좋았을 텐데요. 
나는 물론 그에게 당신을 뉴욕에서의 점심식사에 초대하라는 제안을 즉시 해 주었어요
-그리고 나는 그가 화가 난 줄 알았어요. 
그는 '나는 정도가 아닌 길은 걷고 싶지 않습니다.' 하고 덧붙여 말했어요.
 '바로 이웃에서 만나고 싶습니다.' 
당신이 탐의 각별한 친구라고 말하자, 
그는 모든 계획을 포기해 버리려고 했어요. 
그는 데이지의 이름이라도 우연히 볼 수 있을까하여 여러 해 동안을 
시카고의 신문을 읽어 왔다면서도 탐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게 없었어요."
어둠이 서서히 깔리기 시작했고 우리가 탄 마차는 조그마한 다리 아랫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나는 한 팔로 조던의 황금빛이 도는 어깨를 껴안아 
내 쪽으로 끌어당기면서 그녀를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 
어느 새 나는 데이지나 개츠비에 대해서는 잊어버리고 말았다. 
대신 깨끗하고 다부지며 항상 회의 속에서 사람을 대하는 
까다로운 여자 조던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녀는 순순히 내 가슴에 몸을 기댔다. 
순간 나는 걷잡을 수 없는 일종의 흥분을 느꼈는데, 귓속에선 이런 문구가 울려대기 시작했다.
'쫓기는 자와 쫓는 자, 분주한 자와 지친 자가 있을 뿐이다.'
"데이지도 의미 있는 삶을 살도록 도와 주어야 해요."
조던이 내게 속삭였다.
"데이지가 개츠비 씨를 만나고 싶어할까요?"
"데이지는 그 사실을 알면 안 돼요. 
개츠비 씨는 데이지가 아는 것을 원하지 않으니까요.
 데이지를 만찬에 초대하는 게 좋겠는데요."
검은 나무숲의 장벽을 지나 59번가로 접어들자 
희미한 한 줄기 불빛이 공원쪽을 내리비추고 있었다.
개츠비나 탐 부캐넌의 경우와는 달리 내게는 
몇 년씩 잊지 못하고 가슴아파하는 그런 여인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두 팔에 힘을 주어 조던을 끌어당겼다. 
그녀의 파리하고 비웃는 듯한 미소가 입가에 떠올랐다. 
그것을 보고 나는 그녀를 더 가까이 끌어당겼고 마침내는 내 얼굴에까지 끌어당겼다.
제5장
그 날 밤 웨스트에그로 돌아왔을 때, 
나는 내 집에 불이 난 게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졌다. 
새벽 2시였는데 집 주변 전체가 불빛으로 이글거렸다. 
그리고 그 불빛은 관목숲을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비춰 주었으며, 
길가의 전선들을 가느다란 황금빛 선으로 번뜩이게 했다. 
길모퉁이를 돌아서야 나는 개츠비의 저택 전체에 불이 켜져 있어 그렇게 보였다는 것을 알았다.
처음 나는 무슨 파티라도 열려서 화려한 야회가 끝나고 놀이를 위해 개방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 곳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다만 나무들 사이에서 바람이 일어 전선을 움직이게 했고 
그래서 마치 저택이 어둠을 향해 윙크를 하는 것처럼 불빛이 계속 비쳤다 사라졌다 했다. 
내가 타고 온 택시가 부르릉거리며 사라질 때, 
나는 개츠비가 잔디밭을 가로질러 내게로 걸어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당신의 저택은 정말 휘황찬란하군요."
내가 말했다.
"그렇습니까?"
그는 얼빠진 모습으로 시선을 그 쪽으로 돌렸다.
"방들을 좀 살펴보고 있는 중입니다. 친구분, 지금 코니아일랜드로 가는 게 어떻겠소?"
"너무 늦었는데요."
"그렇다면 수영은 어떻겠습니까? 여름 내내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거든요."
"난 좀 자야겠는데요."
"그럼 좋습니다."
그는 자신을 진정시키며 나를 바라보았다.
"베이커 양과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잠시 후에 내가 말했다.
"내일 데이지에게 전화를 걸어 이 곳에서 저녁이나 하자고 할까 합니다만."
"아, 그거 괜찮지요."
그는 관심없는 듯 말했다.
"그렇지만 난 당신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습니다."
"몇 시쯤이 좋을까요?"
"당신은 언제 시간이 있나요?"
그는 재빨리 내 말을 고쳐 말했다.
"다시 말하지만 난 당신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습니다."
"모레가 어떨까요?"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주저하며 말했다.
"그 날은 잔디를 깎으려고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