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최용우의 햇볕같은 이야기
말이 마려운 사람들
사람들을 만나면 만날수록 드는 한 가지 생각은 사람들이 참 말을 많이 하고 싶어해요.
그러고 보면 세상에는 하고 싶은 말이 마음속에 가득 한데
그걸 어디에 쏟아놓을 곳이 마땅히 없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마치 똥이 마려워 어쩔 줄을 모르듯,
많은 사람들이 말이 마려워서 어쩔 줄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돈을 받고 남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들(상담사, 신경정신과의사)도 있지만,
그 숫자도 많지 않고 내야되는 돈도 적은 액수가 아니기에 그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일부러 말을 하는 자리를 만들어 보면,
평소에 말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 주도권을 잡고
정작 말을 배설해야 될 사람에게 기회를 안 주는 경우도 많이 봤습니다.
그래서 생각하기를, 저는 말하고 싶은 사람들의 말을 실컷 들어주는,
그냥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해주고
가끔 빙그레 웃어주는 저는 그런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나이가 들어 내 청력이 남아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사람들의 말을 조용히 들어주는 삶을 살고 싶다는 것입니다.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 황토벽돌 찍어 작은 집 지어놓고,
멀리서 가까이서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잠자리를 제공하며,
아침저녁으로 그들과 함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조용히 살고싶습니다.
ⓒ최용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