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위대한 개츠비 - 스콧 피츠 제랄드.
제임스 개츠-이것이 그의 실제의, 아니면 적어도 법률상의 이름이었다.
그는 17세 때, 그러니까 인생의 첫발을 내디디는 순간에
댄 코디의 요트가 슈퍼리어 호에서도 가장 위험한 여울에 닻을 내리는 것을 보고
자신의 이름을 바꾸어 버렸던 것이다.
그 날 오후 그는 다 해진 녹색 운동용 자켓에 즈크 팬츠를 입고 바닷가를 방황하고 있었다.
그러나 보트를 빌려 타고 '튜올로미' 호로 나가서 코디에게 30분도 안 되어
바람이 그의 배를 휩쓸어 부수어 버릴 것이라고 일러 줄 때
그는 이미 제이 개츠비가 되어 있었다.
나는 그가 오래 전부터 그 이름을 준비해 두고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부모는 별 볼일 없는 무능한 농부에 불과했다-
그는 꿈속에서도 그들을 진정으로 부모로 인정한 적이 없었다.
사실은 롱아일랜드의 웨스트에그에 사는
제이 개츠비라는 사나이는 자신의 이상에서 태어난 것이다.
그는 하느님의 아들이었다-
만약 이런 말에 어떤 뜻이 있다면 바로 그것을 뜻한다-
그러니까 그는 하느님의 일,
즉 방탕하고 속되고 음탕한 미를 지닌 생활에 몸을 바쳐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17세의 소년이 만들어 낸
그 제이 개츠비라는 인물의 개념에 처음부터 끝까지 충실했던 것이다.
약 1년 이상 그는 조개를 캐거나 연어를 잡거나 아니면 그 밖에 돈이 되는 일이면
어떤 일이든 하며 슈피리어 호 남쪽 기슭에서 그 나름대로 떠돌이 생활을 했다.
갈색으로 단련되어 가는 그의 육체는 고난의 시절 온갖 일들을 자연스럽게 견디어 냈다.
그는 여자를 일찍 경험했는데, 그들이 그를 타락시켰기 때문에 그는 여자들을 경멸했다.
젊은 아가씨들은 머리에 든 게 없다 해서 경멸했고,
그 밖의 여자들은 벗어날 길 없는 자기 도취에 빠져 있는 그 자신의 입장을 보면
당연한 일인데도 그 일에 대해서 지나치게 신경질을 부렸기 때문에 경멸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끊임없이 휘몰아치는 혼란 속에 놓여 있었다.
너무나 기괴하고 환상적인 생각이 잠자리에 누운 그에게 엄습해 왔다.
시계는 세면대 위에서 똑딱거렸고 달은 마룻바닥에 뒤엉켜 있는 그의 옷을 은은하게 비추었다.
그런 것을 느끼는 동안 도저히 표현할 수 없이 천박한 우주가
그의 머릿속에서 넓디넓게 펼쳐졌다.
매일 밤 그는 자시만의 환상의 틀에 새로운 것을 더하다가
잠을 잠으로써 생동감 넘치는 장면들을 망각으로 덮어 버렸다.
한동안 이러한 몽상들은 그의 상상력의 배출구를 마련해 주었다.
그것들은 현실이 비현실이라는 흐뭇한 귀띔이었으며,
또한 세계를 지탱하게 하는 바위는
그 기반을 요정의 날개 위에 굳건히 두고 있다는 약속이었다.
이런 일이 있기 몇 달 전에 미래를 바꿔 보겠다는 본능적인 생각으로 말미암아
그는 남부 미네소타 주의 센트 올라프 대학이라는, 루터파의 작은 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운명의 북소리가 아니 운명 그 자체가 지나칠 정도로 기대에 어긋나고,
학비를 벌기 위한 아르바이트에 비위가 상해 2주간 머물다가 그 생활을 그만두어 버렸다.
그리고 그는 슈피리어 호로 돌아왔다.
댄스코디의 요트가 호수 기슭의 얕은 여울에 닻을 내리던 그 날도
그는 여전히 일거리를 찾고 있었다.
그 당시 50세의 코디는 네바다 주의 은광 지대와 알래스카 유콘 강 일대가 낳은 인물로,
1875년 이후의 금속광의 선풍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부러움을 살만큼 성공한 사람이었다.
몬태나 주의 동을 샀다가 곧 팔아서 몇 배의 이익을 얻어 백만장자가 되자
육체적으로는 거칠어졌으나 마음은 너그러워졌다.
그런 그의 반신반의한 수많은 여자들이 그의 돈이 탐나 가까이하기 시작했다.
신문 기자인 앨러 케이는 그의 약점을 이용해
메잉트농 부인 같은 농간을 부려서 그를 요트에 태워 바다로 보냈다.
그 사건은 흔히 있는, 별 흥미를 돋우지 못하는 사건이었으나,
과장하기를 좋아하는 1902년 당시의 저널리즘은
그 일을 선정적인 공통 소유 기사로 다루었다.
그는 5년간이나 지나치게 환대를 받으며 연안 지대들을 항해하고 있었는데,
그 때 소녀만에 제임스 개츠가 나타났다.
이순간이 개츠비에겐 더없는 행운의 시간이었다.
그의 노에 기대어 쉬면서 난간에 달린 갑판을 올려다보고 있던 젊은 개츠비에게
그 요트는 세상에 더할 수 없는 매력으로 보였다.
아마도 그는 코디를 보고 빙그레 웃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는 자신이 미소를 띠면 사람들이 자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여하튼 코디는 그에게 몇 가지를 물어 보았는데,
그 질문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최초로 그의 이름을 말하게 되었다.
코디는 금방 개츠비가 임기 응변적이며 대단한 야심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2, 3일이 지난 후 코디는 그를 설루드로 데리고 가서
청색 상의와 흰 삼베 바지 여섯 벌과 요트 모자를 사 주었다.
그리고 튜올로미 호로 서인도 제도와 바바리 해안을 향해 떠날 때
개츠비도 함께 데리고 떠났다.
배 안에서 그의 신분은 애매했다-
코디와 둘이 있을 때는 심부름꾼이 되고 항해사도 되고
선장도 되고 때로는 비서도 되었으며, 심지어는 간수 노릇까지 했다.
왜냐하면 술을 먹지 않았을 때와 먹었을 때는 커다란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관계는 5년간 계속되었고, 그 동안 배는 세계를 세 바퀴나 돌았다.
어느 날 밤 보스턴에서 앨러 케이가 배를 탄 지 일주일 후
댄 코디가 갑작스럽게 죽지만 않았더라면 그들의 관계는 영원히 계속되었을 것이다.
나는 개츠비의 침실에 덩그러니 걸려 있던 댄 코디의 사진을 지금도 기억한다.
굳고 텅빈 것 같은 얼굴을 한 백발의 중년 신사-
그는 미국인의 생활의 한 측면에서 야만적인 개척인의 창녀집이나
술집의 야만스런 난폭성을 몸에 익힌 채 동부의 해안으로 돌아온
그러한 개척 시대의 방탕자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개츠비가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 것은 간접적으로 코디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즐거운 파티가 진행되는 동안 가끔 여자들이 개츠비의 머리에
샴페인을 부어 문지르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술을 마시지 않는 습관을 길렀다.
제7장
개츠비에 대한 나의 호기심이 절정에 달한 어느 토요일 밤,
그의 저택엔 끝내 불이 켜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트리말치오 같은 경력은
시작될 때와 마찬가지로 확실치 않은 상태로 끝나 버렸다.
내가 뒤에 알게 된 일이지만, 기대감에 차 그의 저택 주차장으로
꺾어져 들어간 승용차들이 얼마 있지 못하고 황급히 돌아가곤 했다.
나는 혹시 그가 병이라도 난 것이 아닌가 하는 궁금증과 걱정에 싸여 그의 집으로 찾아갔다.
험상궂은 얼굴의 낯선 하인이 문간에서 미심쩍은 듯이 눈살을 찌푸리고 나를 쳐다보았다.
"개츠비 씨가 어디 아픈가요?"
"아닙니다."
그는 일단 말을 끊었다가 부자연스런 소리로 천천히 덧붙였다.
"선생님."
"나는 그분이 집 밖으로 나오는 것을 뵙지 못했습니다.
그분께 캐러웨이가 왔다고 전해 주시오."
"누구라고요?"
그가 무례하게 다그쳐 물었다.
"캐러웨이요."
"캐러웨이? 알았습니다. 그분께 말씀드리지요."
그는 문을 거칠게 닫아 버렸다.
내 집의 핀란드 인 가정부가 들려 준 말에 의하면,
개츠비는 일주일 전에 모든 하인들을 해고해 버리고
5,6명의 새로운 하인들만을 다시 고용했다고 했다.
새로 고용된 하인들은 웨스트에그 마을로 들어가
장사꾼들과 격탈하는 일 없이 전화로 적당한 값의 물건을 주문한다고 했다.
식료품 배달 소년은 그 저택의 주방이 돼지우리 같더라고 전했으며,
마을 사람들은 새로 들어온 사람들이 하인 같지는 않다고 쑥덕거렸다.
다음 날 개츠비로부터 전화가 왔다.
"외출하십니까?"
내가 물었다.
"아닙니다, 친구분."
"하인들이 모두 바뀌었다고 들었는데요."
"공연히 소문 내지 않을 사람을 택했지요.
데이지가 이 곳에 자주 옵니다-오후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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