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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위대한 개츠비 - 스콧 피츠 제랄드

Joyfule 2011. 4. 18. 06:29


  街角 15.3KB  24.위대한 개츠비 -  스콧 피츠 제랄드. 


그리고는 마치 일기 예보관처럼 다시 나타난 빛을 매우 기뻐하는 사람 같은 미소를 띠며 
데이지에게 그 소식을 되풀이해서 말했다.
"어떻게 생각합니까? 비가 그쳤어요."
"잘됐군요, 제이."
가슴아플 만큼 슬픔이 깃들인 데이지의 낭랑한 목소리는 다만 예기치 못한 기쁨만을 나타냈다.
"당신과 데이지를 내 집으로 초대하고 싶은데요."
개츠비가 말했다.
"데이지에게 나의 집을 꼭 구경시켜 주고 싶습니다."
"내가 끼여도 방해가 안 될까요?"
"물론이죠, 친구분."
데이지는 얼굴을 씻으러 이층으로 올라갔다-
나는 내 더러운 타월을 생각하고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그 동안 개츠비와 나는 잔디밭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내 집은 괜찮아 보이죠? 그렇지 않나요?"
개츠비가 물었다.
"앞면 전체가 볕을 받는 걸 좀 보십시오."
나는 그것이 근사하다는 것에 동의했다.
"그래요."
그는 자신의 집의 아치형 문 하나하나와 네모난 탑으로 시선을 옮겼다.
"저 집을 사기 위해 3년이나 돈을 모았어요."
"난 당신이 유산을 물러받은 줄 알고 있었는데요."
"물려받긴 했죠, 친구분."
그는 냉정하게 말했다.
"그렇지만 대공황-그 전쟁의 공황으로 난 그 대부분을 잃고 말았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 때 그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던 것같다. 
왜냐하면 내가 무슨 일을 했었느냐고 물었을 때 
그 대답이 동문서답이라는 것을 깨닫기도 전에 그는, 
"그건 내 일이오."라고 대답했던 것이다.
"아, 나는 여러 가지 일을 했지요."하고 그는 자신의 말을 정정했다.
"처음엔 약품 사업을 했고 그 다음엔 석유 사업을 했었지요. 
그러나 지금은 두 가지 다 그만두었답니다."
그는 나를 더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요전날 밤에 내가 제의한 일을 생각해 보았는지요?"
내가 미처 대답하기 전에 데이지가 집 밖으로 나왔기 때문에 더 이상 이야기하지 못했다. 
그러자 그녀의 드레스에 두 줄로 달린 놋쇠 단추가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저기 저 어마어마한 저택인가요?"
데이지가 손으로 가리키며 소리쳤다.
"마음에 드나요?"
"정말 멋있어요. 그런데 저런 곳에서 어떻게 혼자 사시는지 모르겠네요."
"나는 언제나 흥미로운 사람들이 밤낮 없이 집안을 가득 메우게 하지요. 
재미있는 일들을 하는 사람들 말입니다. 그 속엔 잘 알려진 사람들도 있지요."
우리는 해협을 따라 난 지름길로 가는 대신 한길까지 내려가 
거대한 뒷문을 통해서 개츠비의 저택으로 들어갔다. 
데이지는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한 봉건시대풍 건물의 
검은 윤곽을 여기저기로 살펴보면서 감탄했다. 
그녀는 또한 정원과 수선화의 향기, 아가위와 서양 자두꽃의 거품 같은 향기, 
그리고 야생 오랑캐꽃의 연한 향기에 감탄했다. 
집 앞 대리석 계단에 이르렀는데도 현관문 안팎에 인적은 보이지 않고 
새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집안으로 들어가 마리 앙투아네트 음악실들과 
왕정복고시대풍의 객실들을 서성거리다가 나는 비로소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모든 손님들은 긴 의자와 테이블 뒤에 숨어서 
우리가 지나갈 때까지 숨을 죽이고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를 받았던 것이다. 
개츠비가 '머튼 대학 도서실'의 문을 닫았을 때, 나는 분명히 
그 올빼미 눈 같은 안경을 낀 남자가 유령 같은 기분 나쁜 웃음을 터뜨리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우리는 이층으로 올라가 새 꽃으로 생기가 돌고 
장밋빛과 라벤더빛 비단으로 감싸인 시대풍의 침실들과 화장실, 
그리고 당구장을 지나 욕조가 움푹 들어간 욕실들을 둘러보았다. 
그 다음 어떤 방으로 들어가자 머리가 헝클어진 남자가 
파자마 바람으로 방바닥에서 간장 운동을 하고 있었다. 
그는 '하숙생'이라는 별명을 가진 클립스프링거였다. 
나는 그날 아침에 해변가에서 할 일없이 서성거리는 그를 보았었다. 
마침내 우리는 침실과 욕실, 그리고 애덤식 서재가 갖춰진 개츠비의 거처로 가서 앉아 
그가 벽장에서 꺼내 온 샤트르즈 주를 한 잔씩 마셨다.
개츠비는 잠시도 데이지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집에 있는 모든 물건들을 
데이지의 아름다운 두 눈에 비치는 반응에 따라 재평가하고 있다고 느꼈다. 
때때로 그는 데이지가 놀랍게도 자기 눈앞에 실제로 와 있는 이 상황에서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물건 따위는 이제 하나도 현실감이 없다는 듯이 멍하게 둘러보곤 했다. 
그러다가 한 번은 계단에서 거의 굴러 떨어질 뻔하기도 했다.
그의 침실은 모든 방중에서 제일 수수했다-
다만 경대가 순금제 화장 세트로 장식되어 있는 것을 빼고는. 
데이지는 그 앞에서 아주 좋아하며 머리솔을 집어들어 자신의 머리를 빗었고, 
그러는 동안에 개츠비는 의자에 앉아 두 눈을 가리고 웃음을 보였다.
"이건 이만저만 이상한 일이 아니군요, 친구분."
그는 들떠서 유쾌하게 말했다.
"나는 애를 써도 저렇게 할 수 없거든요."
그는 이제 두 가지 과정을 거쳐서 세 번째 과정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당황함과 이유 없는 환희를 거쳐 이제는 
데이지가 눈앞에 있는 데에 대한 놀라움으로 어리둥절해지고 있었다. 
그는 아주 오랫동안 이렇게 되리라는 생각만을 해 왔고 
처음부터 끝까지 꼭 이렇게 되리라고 상상해 왔다. 
말하자면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이를 악물고 기다려 왔던 것이다. 
이제 그는 그 반동으로 태엽을 너무 감아 놓은 시계처럼 천천히 풀리고 있었다.
금방 다시 정상을 되찾은 그는 우리에게 양복과 화장 가운과 
넥타이가 가득차 있고 벽돌이 차곡차곡 쌓인 것처럼 셔츠가 수북히 쌓인 
두 개의 커다란 특허품 옷장을 열어 보여 주었다.
"나는 영국에 내 옷을 사서 보내는 사람을 하나 정해 놓고 있는데, 
그는 봄과 가을마다 최신 유행 의류를 골라 나에게로 보내 오지요."
그는 셔츠 더미 하나를 꺼내 하나씩 우리 앞으로 던졌다. 
그러자 개켜져 있던 린네르, 두터운 비단, 곱게 짠 플란넬 셔츠들이 
풀려 형형색색의 색깔로 테이블을 뒤덮었다. 
우리가 감탄하는 가운데 그는 다른 한 더미의 셔츠들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산호색, 풋사과의 녹색, 라벤더색 그리고 연한 오렌지색 바탕에 줄무늬, 소용돌이 무늬, 
체크 무늬가 있는 셔츠들이었는데 그 속엔 하늘색 글자로 모노그램이 수놓여 있었다. 
그것들을 본 데이지가 갑자기 그 속에 머리를 파묻고 
흥분한 소리로 격렬하게 울어대기 시작했다.
"정말 아름다운 셔츠들이군요."
그녀는 흐느끼며 말했는데, 그 소리는 겹겹으로 쌓인 셔츠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다.
"지금까지 이처럼, 이처럼 아름다운 셔츠들을 본 일이 없어요. 너무 감격스러워요."
집안을 둘러본 뒤엔 마당과 풀장, 그리고 수상기와 잘 가꿔진 꽃들을 볼 계획이었다.
 그러나 밖엔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으므로 
우리는 나란히 서서 파도치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안개만 끼지 않았다면 만 건너의 당신 집도 볼 수 있을 텐데요."
개츠비가 말했다.
"당신의 부두 끝에는 밤새 녹색 등이 켜져 있더군요."
데이지는 개츠비의 겨드랑이에 자신의 팔을 끼웠다. 
그러나 그는 조금 전에 자신이 한 말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았다. 
어쩌면 그 등불의 의미심장함이 이제는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는 생각을 문득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데이지로부터 자신을 떼어 놓고 있던 먼 거리에 비하면 
그 불빛은 데이지에게 아주 가까이, 거의 닿을 것 같아 보였던 것이다. 
이제 그것은 다시 부두의 한 녹색 등불이 되어 버렸다. 
그가 마음속에 가지고 있던 매력적인 대상 하나가 사라진 것이다. 
나는 희미하게 드러난 여러 물건들을 살펴보며 어둑어둑한 방안을 거닐기 시작했다. 
개츠비의 책상 넘어 벽엔 요트복 차림을 한, 
나이가 꽤 들어 보이는 남자의 사진이 걸려 있었는데, 
이상스레 그것이 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