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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위대한 개츠비 - 스콧 피츠 제랄드.

Joyfule 2011. 4. 27. 01:52


  
   街角 15.3KB 27.위대한 개츠비 -  스콧 피츠 제랄드.   

그러니까 데이지가 보인 거부 때문에 그렇게 거대한 저택이 
마치 종이로 만든 집처럼 내려앉고 만 것이다.
"이번에 들어온 사람들은 울프심이 돌봐 주고 싶어하는 사람들입니다. 
모두 형제 자매들이지요. 그들은 조그만 호텔을 경영했었답니다."
"그랬군요."
그는 데이지의 부탁으로 내게 전화를 걸었던 것이다
-내일 그녀의 집으로 점심 식사를 하러 와 주겠냐는 것이었다. 
조던 베이커도 올 거라고 했다. 
약 30분 후에 데이지가 직접 전화를 걸어 왔다. 
내가 승낙하자 그녀는 안심하는 것 같았다. 
그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들이 이 기회에 무슨 일을 벌일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특히 전에 개츠비가 정원에서 대강 말했던, 다소 가슴 아픈 사건은 말이다.
다음 날은 유난히도 더웠다. 
그 해 여름 중에서 가장 무더운 날이었을 것이다. 
내가 탄 열차가 터널에서 빠져 나왔을 땐 
오직 내셔널 비스킷 회사의 사이렌 소리가 대낮의 고요함을 깨뜨리고 있었다. 
객차 안의 밀짚 좌석은 금방이라도 타 버릴 듯이 후끈거렸다. 
내 옆에 앉아 있던 여자는 잠시 블라우스 윗부분을 잡아당겨 
그 안에 땀을 식힐 바람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이내 손에 쥔 신문이 땀에 젖어 버리자 
처량한 소리를 지르며 찌는 더위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그 여자의 지갑이 객차 바닥으로 철썩 떨어졌다.
"어머나, 이런!"
그녀는 숨을 헐떡거렸다. 
나는 지친 동작으로 허리를 굽혀 지갑을 집어서 그 여자에게 돌려주었다. 
그 때 난 그 지갑을 탐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팔을 쭉 뻗어서 그 한쪽 귀퉁이를 쥐고 들었었다
-그랬지만 그 여자를 비롯해 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들 나를 의심했다.
"아유, 덥다."
차장이 낯익은 사람들에게 말했다.
"지독한 날씨로군! 아, 덥다! ...정말 덥군! ...아, 더워! 지독하게 덥지요? 덥지요? 덥..."
내 정기 승차권은 그의 손에서 거무스름한 때가 묻어 다시 돌아왔다. 
이런 더위 속이라면 여자의 붉은 입술에 남자가 키스를 하고, 
그 남자의 머리가 가슴에 걸친 잠옷 주머니를 축축하게 적셔 놓은들 그 누가 신경을 쓸까.
...부캐넌 부부의 저택 홀에서는 잔잔하게 바람이 불고 있어서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는 개츠비와 나에게 전화벨 소리를 사뿐히 보내 주었다.
"주인 어른의 몸요?"
하인이 수화기에 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부인, 죄송합니다만 저희들은 그걸 차릴 수가 없습니다. 
오늘 낮은 너무나 더워서 손을 댈 수가 없어요."
사실상 그가 한 말은 '네..., 네..., 알아보겠습니다.' 였다.
그는 수화기를 놓고서는 조금 윤기 있는 얼굴로 우리에게로 다가오더니 
우리의 뻣뻣한 맥고 모자를 받아 들었다.
"부인께선 객실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는 쓸데없이 그 쪽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그 날처럼 더운 날은 필요 이상의 몸짓은 모욕으로 느끼게 했다.
그 방은 커튼 햇살을 잘 가려 어둡고 시원했다. 
데이지와 조던 베이커는 큼직하고 긴 의자에 누운 채 동상처럼 
자신들의 흰 드레스가 선풍기 바람에 흩날리지 않도록 내리누르고 있었다.
"우리는 움직일 수가 없어요."
그들은 동시에 말했다.
햇볕에 그을렸는지 하얗게 분을 바른 조던의 손가락이 잠시 내 손가락에 와서 닿았다.
"그런데 토마스 부캐넌 씨는 어디 있나요?"
내가 물었다. 
바로 그 때 거칠고 착 가라앉은, 허스키한 그의 목소리가 홀의 전화기를 통해 들려 왔다.
개츠비는 진홍색 양탄자 한가운데 서서 매혹적인 눈으로 주위를 살펴보고 있었다. 
데이지는 그를 지켜보다가 흥분된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의 가슴에서 약간의 분가루가 공기 속으로 솟아올랐다.
"소문에 의하면 말이지요,"
조던이 속삭였다.
"전화를 걸어 온 사람은 탐의 애인이라는군요."
우리는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탐은 그런 소리가 귀찮다는 듯이 짜증을 부렸다.
"그럼 좋아요. 당신에게는 절대로 그 차를 팔지 않겠소. ...
당신에게 팔아야 할 하 등의 의무가 없으니까. ...
그리고 점심 식사시간에 그런 일로 사람을 귀찮게 하다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군요!"
"수화기를 내려놓고 저러는 거예요."
데이지가 빈정거리며 말했다.
"아니, 그렇지 않을 거야."
나는 그녀에게 장담했다.
"정말로 거래하는 거야. 난 우연히 그걸 알게 되었어."
탐이 문을 와락 열고 그 비대한 몸집으로 
문의 공간을 한순간 꽉 채우더니 방안으로 급히 들어왔다. 
"개츠비 씨!"
그는 싫은 기색을 교묘히 감추고 넓다란 손을 내밀었다.
"와 주셔서 기쁘군요. ...그리고 닉..."
"시원한 음료를 좀 만들어 주세요."
데이지가 소리쳤다.
그가 다시 방을 나가자 데이지는 일어서서 개츠비에게로 가서는 
그의 얼굴을 끌어당겨 입술에 키스했다.
"제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걸 아시죠?"
그녀가 속삭였다. 
"여기 숙녀가 있다는 걸 잊었군요."
조던이 말했다.
데이지가 모르겠다는 듯이 돌아다보았다. 
"너도 닉에게 키스하지 그래."
"무슨 여자가 저렇게 저속할까!"
"난 그런 데에 신경 안 써!"
데이지는 악을 쓰듯 말하더니 벽돌로 만들어진 벽난로에 기름을 채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곧 그녀는 더위를 생각하고 쑥스러운 듯이 긴 의자에 가서 앉았다. 
바로 그 때 단정히 차려 입은 유모가 어린 여자아이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왔다.
"내 귀엽고 예쁜 아기."
데이지가 두 팔을 내뻗으며 노래하듯이 말했다.
"널 사랑하는 엄마에게로 오렴."
유모의 손에서 벗어난 아이는 방을 달음질쳐서 엄마의 품속으로 부끄러운 듯이 들어가 앉았다.
"내 귀엽고 예쁜 아기, 엄마가 너의 머리에 분을 뿌려 주었지? 
자, 일어나서 안녕해 볼까?"
개츠비와 나는 번갈아 몸을 굽혀서 마음에 없이 내민 그 조그만 손을 잡았다. 
그런 뒤 개츠비는 놀란 표정으로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그 어린아이의 존재를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난 점심 먹기 전에 새옷으로 입었어요."
그 아이는 데이지에게도 돌아서서 말했다.
"그건 엄마가 너를 예쁘게 보이게 하고 싶어서 그런 거야."
데이지는 아이의 조그맣고 하얀 목 주변의 주름에 얼굴을 비볐다.
"넌 꿈이란다. 아주 귀여운 꿈이야."
"그래요."
아이가 조용하게 말했다.
"조던 아줌마도 하얀 드레스를 입었네요."
"너도 엄마 친구들이 마음에 드니?"
데이지는 아이를 뒤로 돌려 개츠비를 쳐다보게 했다.
"저분들이 멋있다고 생각하니?"
"아빠는 어디 갔죠?"
"이 아이는 제 아빠를 닮지 않았어요."
데이지가 설명했다.
"얘는 날 닮았어요. 머리 색깔, 얼굴 생김새는 물론 모든 걸 말이에요."
데이지는 긴 의자에 기대어 앉았다. 
유모가 한 걸음 내디디며 손을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