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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위대한 개츠비 - 스콧 피츠 제랄드.

Joyfule 2011. 3. 22. 08:45


   街角 15.3KB 3.위대한 개츠비 -  스콧 피츠 제랄드. 


"이제 안으로 들어가세."
우리는 천장이 높은 현관 마루를 지나 밝은 장밋빛으로 물든 곳으로 들어갔는데, 
그 곳에는 양끝이 프랑스식 창문으로 부스러질 듯 약하게 집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 창문들은 약간씩 열린 채 연노랑색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창문 아래로는 집 안쪽으로 침입한 듯한, 싱그러움을 안겨 주는 풀밭이 펼쳐져 있었다. 
산들바람이 방 안으로 불어 와서 커튼의 한쪽 끝은 집안으로, 
그리고 또 다른 끝은 집밖으로 마치 하얀 깃발처럼 너울거리다 
분말 설탕을 입은 결혼 케이크처럼 생긴 천장을 향해 치솟았다가는 
포도주빛 양탄자 위로 흘러내려 물결치듯 나부끼며 양탄자 위에 그림자를 던지곤 했다. 
바다에 파도가 일 듯 잔물결이 일었다.
방 안에 정지해 있는 것이라곤 굉장히 크고 길다란 의자뿐이었는데, 
그 의자에는 젊은 여자 두 명이 마치 강철 줄로 매 놓은 기구에 앉은 것처럼 앉아 있었다. 
두 사람 다 흰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 옷들은 마치 
집의 주변을 잠시 날아다니다 바람에 밀려 지금 막 들어온 것처럼 가볍게 나부끼고 있었다. 
나는 커튼의 펄럭이는 소리와 벽에 걸린 액자의 
흔들리는 소리에 정신에 빼앗긴 채 한동안 그대로 서 있었음에 틀림없다.
그 때 탐 부캐넌이 뒤뜰의 창문을 닫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어 바람이 멎어 조용해지고, 
커튼과 두 여자도 방바닥 쪽으로 가볍게 기구처럼 내려앉았다.
두 여자 중에서 나이가 좀 어린 여자는 처음 보는 얼굴이다. 
그녀는 긴 의자의 한쪽 끝에 몸을 쭉 펴고 앉아서는 석고상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턱을 조금 쳐들고 있었는데, 마치 그 위에다 뭔가를 얹어 놓고 
그것이 떨어지면 큰일날까 걱정이 되어 균형을 잡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가 나를 곁눈질해 보았는지는 몰라도 전혀 아는 척하지 않았다
 - 사실 나는 놀랐고, 그래서 방안에 들어와서 
그녀의 심리적 균형을 깬 것에 대해 사과의 말을 중얼거릴 뻔했다.
다른 한 여자인 데이지는 일어서려고 했다 -
아니 경계하는 표정으로 몸을 약간 앞으로 숙였을 뿐이다. 
그러고는 어색하지만 매력적인 웃음을 지었다. 
얼떨결에 나 역시 따라 웃고는 방안으로 들어갔다.
"지금 너무 행복해서 몸이 굳어 버릴 지경이에요."
그녀는 자기가 무슨 재치 있는 말이라도 한 듯이 깔깔거렸다. 
그리고는 한동안 내 손을 잡고 얼굴을 쳐다보면서 그 동안 보고 싶었다고 강조해서 말했다. 
그것은 그녀의 버릇이었다. 
그녀는, 턱의 균형을 잡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는
 그 여자의 성은 베이커라고 나직하게 속삭여 주었다
(데이지가 일부러 속삭이는 것은 듣는 사람이 
자기에게로 몸을 기울이게 하기 위함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것은 얼토당토않은 모함이었으나, 
그런 모함에도 불구하고 데이지의 그러한 속삭임은 매력적으로 보였다).
어쨌든 베이커 양의 입술이 움직였고, 
거의 알 수 없을 정도로 살짝 나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인사한 그녀는 다시 아까처럼 머리를 뒤로 젖혔다 - 
그녀가 턱의 균형을 잡고 떨어뜨리지 않으려 하고 있던 물건이 
약간 뒤뚱거려 그녀를 얼마쯤 놀래게 했다. 
다시 그 어떤 사과의 말이 내 입술에 감돌았다. 
누군가 자기 만족에 빠진 사람을 보면 항상 감동해서 찬사를 보내고 싶어진다.
내가 다시 데이지 쪽을 쳐다보자 그녀는 
나지막하지만 자극적인 목소리로 여러 가지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그 목소리는 마치 다시는 연주될 수 없는 악곡과 같아서 
듣는 사람의 귀는 그 목소리를 따라서 오르락내리락하게 되었다. 
그녀의 얼굴은 그 속에 있는 빛나는 것들, 
즉 빛나는 눈과 빛나는 열정적인 입술 등에서 슬픈 듯하면서도 사랑스럽게 보였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좀 흥분되어 있어서 
그녀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남자라면 여간해서 그것을 잊을 수 없게 했다. 
그것은 노래를 부르려는 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충동적인 소리였는데, 
'들어보세요.' 하고 소곤거릴 때의 그것은 그녀가 지금까지 즐겁고 흥미 있는 일로 시간을 보냈고 
다음 순간에도 역시 마찬가지로 즐겁고 신나는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기약하는, 흥분하여 들떠 있는 목소리였다.
나는 동부로 오는 길에 시카고에 들렀던 이야기를 해 주면서 
그 곳의 친척 10여 명이 그녀에게 안부를 전하더라고 알려 주었다.
"그분들이 저를 잊지 않았나요?"하고 그녀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들뜬 목소리로 소리쳤다.
"시내 전체가 삭막하더군. 모든 차들은 왼쪽 뒷바퀴를 조화처럼 검게 칠했고, 
북부 해안 일대에서는 밤새도록 통곡 소리가 나지 않겠어."
"그래요? 정말 멋진데요! 우리 돌아가요, 탐. 내일 당장에!"
그러더니 그녀는 엉뚱하게도 이렇게 덧붙였다.
"아참 우리 아기를 보여 드릴게요."
"그래 보고 싶군."
"지금 정신없이 자고 있어요. 세 살인데요, 본 적이 없지요?"
"응."
"그럼 꼭 보셔야 해요. 그 애는요..."
아까부터 방안을 불안스럽게 서성거리고 있던 탐 부캐넌이 갑자기 다가와서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닉, 자넨 요즘에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증권 회사에 다녀."
"누구와 함께 일하고 있나?"
나는 나의 동업자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었다.
"들어 본 일이 없는 사람들인데."
그는 딱 잘라서 말했는데, 나는 그 말에 은근히 화가 났다.
"하지만 곧 알게 될 걸세."
나는 짤막하게 대답했다.
"자네가 계속 동부에 머문다면 말이야."
"아, 난 영원히 동부에서 살 테니 걱정 말게."
그는 더 중요한 어떤 일에 마음을 쓰고 있기나 한 듯 
데이지를 힐끔 쳐다보고는 다시 나를 보면서 말했다.
"다른 곳에 가서 살 생각을 한다면 정말 바보지."
이 때 베이커 양이 소리쳤다.
"정말 그래요!"
그녀가 너무나 갑작스럽게 소리쳤으므로 나는 깜짝 놀랐다. 
내가 이 방에 들어온 후로 내가 처음 한 말이었다. 
그 한 마디에 내가 놀란 것만큼이나 그녀도 놀란 것이 분명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입을 크게 벌리고는 빠르고도 능숙한 동작으로 일어섰으니까 말이다.
"몸이 너무 찌뿌드드해요."
자리에서 일어선 그녀가 투덜거렸다.
"제 생각으로는 이 의자에 너무 오랫동안 앉아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날 쳐다보지 마."
데이지가 대꾸했다.
"너를 뉴욕으로 데려다 주려고 오후 내내 애쓰고 있었어."
"아니야. 난 괜찮아."
베이커 양은 부엌에서 막 가지고 온 넉 잔의 칵테일을 보고 말했다.
"저는 집중 훈련중이거든요."
탐은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시겠지."
그는 마치 술이 잔 밑바닥에 한 방울이라도 남아 있으면 안되기라도 한 듯 칵테일을 단숨에 마셨다.
"당신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해냈는지 난 알 길이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