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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위대한 개츠비 - 스콧 피츠 제랄드.

Joyfule 2011. 5. 5.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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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그가 재차 물었다.
"뭐라고?"
나는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한 번 흔들었다.
"좀 마시겠소?"
"생각 없어. ...난 오늘이 내 생일이라는 걸 이제 막 기억해 냈네."
나는 서른 살이었다. 
내 앞에는 새로운 10년이라는 불길하고 위협적인 길이 뻗어 있었다.
우리가 그와 함께 쿠페를 타고 롱아일랜드를 향해 출발한 것은 7시쯤이었다. 
탐은 으스대며 우습다는 듯이 계속 지껄였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조던과 내게는 보도에서 들리는 
낯선 사람들의 외침이나 고가 도로의 소음만큼이나 상관이 없는 것이었다. 
인간의 동정심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라 우리 두 사람은 
그들의 비극적인 말다툼이 뒤에 따르는 뉴욕의 불빛과 함께 사라지게 함으로써 만족을 느꼈다. 
서른 살-그것은 독신 남자로서 알아야 할 일의 목록이 얇아져 가며, 
또한 열광이 든 가방의 부피가 줄어들고 
머리숱이 적어져 갈 앞으로의 고독한 10년을 약속하고 있었다. 
그러나 내 곁에는 조던이 있었다. 
그녀는 데이지와는 달리 지나치게 총명해서 쉽게 잊을 수 있는 꿈들을 영원히 잊고 산다. 
차가 어두운 다리 위를 달릴 때 그녀는 핏기 없는 얼굴을 힘없이 내 어깨에 기댔다. 
그녀의 손이 꽉 잡아 주는 새로운 다짐으로 
서른 살이라는 나이가 던진 무서운 충격은 멀리 사라져 버렸다.
그리하여 우리는 서늘해져 가는 황혼 속을 지나 죽음을 향해 달렸다.
잿더미 옆에서 식당을 하고 있는 젊은 그리스 인인 
미카엘리스는 검시 때의 중요한 증인이 되었다. 
무더위 속에서 5시까지 잠을 자고 일어난 그는
 주유소차고 쪽으로 슬슬 걸어갔다가 조지 윌슨이 사무실에서 앓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정말 앓고 있었는데 얼굴이 자기의 머리 색깔처럼 
창백했으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미카엘리스는 그에게 침대에 가서 누우라고 권했지만, 
윌슨은 자기가 그렇게 하면 장사에 많은 손해가 나게 된다며 거절했다. 
미카엘리스가 그를 설득하고 있는 동안 위쪽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 왔다.
"아내를 저 속에 가둬 놓았네."
윌슨이 침착하게 설명했다.
"그녀를 모레까지 저 속에 가둬 놓을 테야. 어차피 여길 떠날 생각이니까."
미카엘리스는 몹시 놀랐다. 
그들은 4년간이나 이웃사촌처럼 살아 왔다. 
게다가 윌슨의 평소 행동으로 보아 
그런 말을 할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다. 
쉽게 말해 윌슨은 낙오자였다. 
일을 하지 않을 때면 그는 문 앞의 의자에 앉아서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과 차들을 멍하니 바라보곤 했다. 
그리고 누군가가 말을 걸면 그는 언제나 상냥하고 무표정한 웃음을 짓곤 했다. 
그는 엄처시하의 남자로 자기 마음대로 처신하지 못하는 위인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자연히 미카엘리스는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를 알아내려고 애를 썼지만, 
윌슨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호기심을 품은 의심하는 시선을 방문객에게 
힐끔힐끔 던지기 시작하면서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고 꼬치꼬치 물었다. 
미카엘리스가 짜증이 나기 시작한 바로 그 때 
몇 명의 노동자들이 문 앞을 지나 그의 식당을 향해 걸어갔다. 
그것을 계기로 그는 나중에 다시 올 생각으로 윌슨 곁을 떠났다. 
그렇지만 그는 다시 거기에 오지 않았다. 아마 잊어버렸을 것이다. 
7시가 조금 지나서 다시 밖으로 나온 그는 윌슨부인이 차고 아래층에서 
요란하게 욕설을 퍼붓는 소리를 듣고 아까 윌슨과 주고받은 이야기를 떠올렸다.
"때려 봐!"
미카엘리스는 윌슨 부인이 악을 쓰는 소리를 들었다.
"날 때려. 이 더럽고 야비한 놈아!"
잠시 후 그녀는 두 손을 흔들고 소리를 지르면서 어둑어둑한 땅거미 속으로 달려나갔다
-그가 문간에서 미처 움직이기도 전에 일은 끝나고 말았다.
신문에서 그렇게 떠들어 댄 그 '죽음의 차'는 멈추지 않았다. 
그 차는 짙어 가는 어둠 속에서 나타나 비극적으로 
한순간 비틀거리더니 이윽고 다음 커브길 근처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마브로 미카엘리스는 차의 색깔조차 확실히 보지를 못했다-
그는 처음 만난 경찰에게 그 차가 엷은 녹색이었다고 말했다. 
뉴욕으로 가고 있던 또 다른 차가 100야드쯤 앞에 정차하고 
그 운전사가 황급히 머틀 윌슨이 있는 곳까지 되돌아 달려왔는데, 
그 때 그녀는 이미 숨이 끊긴 채 그곳 한길에 쓰러져 있었고 
그녀의 걸쭉하고 붉은 피가 먼지와 엉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미카엘리스와 그 사나이가 먼저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그러나 그들이 아직 땀에 젖어 있는 그녀의 웃옷 옆구리를 찢고 보았을 때 
그녀의 왼쪽 가슴은 헝겊 조각처럼 찢어져서 흔들리고 있었다. 
따라서 그 밑의 심장에 귀를 대 볼 필요는 없었다. 
그녀는 마치 그렇게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던 거대한 생명력을 내뿜고 있을 때 
가슴이 좀 답답했다는 듯이 입을 크게 벌리고 있었는데 양쪽 입 끝이 약간씩 찢어져 있었다.
우리는 그 곳으로부터 상당히 떨어진 곳에서 서너 대의 승용차와 군중을 보았다.
"사고야!"
탐이 말했다.
"그거 잘 됐는데. 윌슨도 마침내 약간의 장사를 할 수 있겠군."
그는 속력을 늦췄지만 정차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그러다가 그 곳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면서 자동차 수리소 문 앞에 모인 사람들의 
말없고 심각한 얼굴을 보자 무의식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았다. 
"구경 좀 하지."
그가 미심쩍게 말했다.
"잠깐 들여다보자고."
나는 그제야 자동차 수리소에서 끊임없이 들려 오는 공허한 통곡 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 소리는 우리가 쿠페에서 내려 문 앞으로 걸어갈 때는
 '오, 하느님! 세상에!'라는 말로 들려 왔는데, 숨가쁜 신음 소리로 되풀이되고 있었다.
"여기서 안 좋은 사고가 났어."
탐이 흥분해서 말했다. 그는 발돋움을 해 
둘러선 사람들의 머리 너머로 자동차 수리소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 곳에는 높이 매달려 흔들거리는 금속 광주리 속의 노란 등 하나만이 켜져 있었다. 
이윽고 목구멍 속에서 거친 소리를 한 번 낸 탐은 
억센 두 팔로 사람들을 난폭하게 밀어젖히고 안으로 들어갔다.
뒤로 밀려났던 사람들은 투덜거리면서 다시 자동차 수리소 앞으로 모여들었다. 
한동안 나는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새로 온 사람들이 미는 바람에 조던과 나는 갑자기 안으로 밀려들어갔다.
그 찌는 듯이 더운 밤에 추위를 염려한 듯 
담요로 둘러싼 머틀 윌슨의 시체가 벽가의 작업대 위에 뉘어 있었다. 
탐은 우리 쪽으로 등을 돌린 채 시체 위로 몸을 구부리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의 곁에서는 오토바이 순경 경찰이 땀을 뻘뻘 흘리며 
작은 노트에다 여러 번 고치면서 이름들을 써넣고 있었다. 
처음에는 텅 빈 자동차 수리소 안에서 요란스럽게 
메아리치는 높은 신음 소리는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 때 나는 윌슨이 사무실의 한층 높은 문지방에 서서 
두 손으로 문설주를 잡고는 몸을 앞뒤로 흔들어 대고 있는 것을 보았다. 
어떤 사나이가 나지막한 소리로 그에게 뭐라고 말하면서
 가끔 그의 어깨에 손을 얹으려고 했으나, 윌슨은 듣지도 보지도 않았다. 
그의 시선은 흔들거리는 등불에서 벽가에 시체가 놓인 작업대로 
서서히 떨구어졌다가는 다시 등불을 향해 홱 돌려졌다. 
그리고 그는 높고 섬뜩한 고함을 끊임없이 지르고 있었다.
"오, 하느님, 세상에! 
오, 하느님, 세상에! 
오, 하느님, 세상에! 
오, 하느님, 세상에! 
오, 하느님, 세상에!"
이윽고 탐은 머리를 홱 쳐들더니 흐려진 눈으로 자동차 수리소 안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나서는 그 경찰에게 뭐라고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