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위대한 개츠비 - 스콧 피츠 제랄드.
"엠-에이-브이."하고 경찰은 말하고 있었다.
"-오-,"
"아니오. 아르-."하고 사나이가 바로잡았다.
"엠-에이-브이-아르-오-."
"내 말 좀 들어 봐요!"
탐이 거칠게 중얼거렸다.
"아르-."하고 순경이 말했다.
"오-."
"지-."
"지-."
경찰은 탐의 넓적한 손이 자신의 어깨를 세게 치자 그를 쳐다보았다.
"왜 그러시오?"
"무슨 일이 일어났소? -그게 내가 알고 싶은 거요."
"차가 저 여자를 들이받았습니다. 즉사했어요."
"즉사라."
탐이 경찰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되뇌었다.
"저 여자는 도로로 뛰어나갔어요. 그놈의 자식, 차를 세우지도 않았소."
"차는 두 대였습니다."
미카엘리스가 말했다.
"한 대는 오고 있었고 다른 한 대는 가고 있었지요. 알겠어요?"
"어디로 가고 있었다는 거요?"
경찰이 날카롭게 물었다.
"한 대씩 각자의 길을 간 거죠. 그런데 갑자기 저 여자가-."
그는 담요 쪽을 향해 손을 반쯤 쳐들다가 그만두고 다시 내렸다.
"저 여자가 저리로 달려나갔고 뉴욕에서 오던 차가 그녀를 정면으로 들이받았지요.
그 차는 시속 30 내지 40마일로 달려갔습니다."
"이 곳 이름이 뭐요?"
경찰이 물었다.
"이름 같은 건 없습니다."
얼굴이 창백하고 잘 차려 입은 흑인 경찰 바로 옆으로 다가갔다.
"노란색 차였어요."
그가 말했다.
"큼직한 노란색 차였어요. 새 차였지요."
"사고 현장을 보았소?"
경찰이 물었다.
"아닙니다. 하지만 그 차는 한길에서 나를 지나쳐서 시속 40마일 이상으로 달려갔습니다.
아니 50이나 60마일로 달려갔어요."
"이리 와서 당신의 이름을 말해 주시오. 자, 잘 생각해 봐요.
그의 이름을 알아내고 싶소."
이 대화 가운데 몇 마디를 문설주에 기대 몸을 흔들고 있던 윌슨이 엿들은 모양이었다.
갑작스럽게 새로운 화제가 그에게 쥐어짜는 듯한
울음소리 가운데 말할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그게 어떤 차였는지 나에게는 말해 줄 필요도 없소! 나는 그게 어떤 차였는지 알고 있소."
탐을 지켜보고 있던 나는 그의 어깨 뒤의 근육이 그의 웃옷 밑에서 굳어지는 것을 보았다.
탐은 잽싸게 윌슨에게로 걸어가 그의 앞에 서더니 그의 두 팔을 꽉 움켜잡았다.
"당신, 정신을 바짝 차려야만 되겠소."
그는 거친 목소리를 죽이면서 말했다.
윌슨의 시선이 탐에게로 쏠렸다. 윌슨은 깜짝 놀라 발돋움을 하며 펄쩍 뛰었는데,
탐이 부축해 주지 않았더라면 무릎을 꿇으며 주저앉고 말았을 것이다.
"내 말을 들으시오."
탐은 그를 가볍게 잡아 흔들며 말했다.
"난 조금 전에 뉴욕에서 여기 도착했소.
우리가 얘기해 오던 그 쿠페를 끌고 왔소.
아까 내가 운전한 그 노란색 차는 내 것이 아니었소-듣고 있소?
난 그 차를 오후 내내 못 봤소."
오직 흑인과 경찰만이 두 사람 가까이 있어 탐의 말을 엿들을 수 있었다.
그 경찰은 탐의 말투에서 무언가를 눈치채고 험상궂은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게 다 무슨 소리요?"
경찰이 다그쳐 물었다.
"나는 이 사람의 친구요."
탐이 계속해서 두 손으로 윌슨의 몸을 꼭 잡은 채 고개만 돌리고 말했다.
"이 친구는 사고를 낸 차를 알고 있다는군요. ...노란색 차였다고 합니다."
어떤 희미한 충동에 움직여 경찰은 탐을 수상쩍은 듯 쳐다보았다.
"그럼 당신 차는 무슨 색이오?"
"푸른색 차요. 쿠페형이고."
"우린 뉴욕에서 방금 왔습니다."
내가 말했다.
우리 뒤를 따라 운전해 온 사람 하나가 이 사실이 거짓말이 아니라고 말하자
경찰은 딴 곳으로 고개를 돌려 버렸다.
"그럼 그 이름을 다시 한 번 정확히 말해 주었으면 하는데요-."
탐은 윌슨을 인형처럼 들어 올려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 의자에 앉혀 놓고 돌아왔다.
"누군가 저기 가서 저 사람 곁에 앉아 있어 주었으면 좋겠는데요."
탐은 위엄 있게 급히 말했다.
그리고 그는 가까이 있던 두 사나이가 서로 얼굴을 쳐다보다가
마지못해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런 다음 그는 두 사람이 들어간 문을 듣고 한 계단으로 된 층계를 내려왔는데,
그의 눈은 작업대 쪽을 외면하고 있었다.
그는 내 곁을 가까이 지나가면서 귓속말로 말했다.
"나가세."
탐의 위엄 있는 두 팔이 길을 내주는 대로 우리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아직도 모여들고 있는 군중들 틈을 뚫고 나왔다.
혹시나 하는 희망으로 30분쯤 전에 사람을 보내 부른 의사가
손에 가방을 들고 바쁜 걸음으로 마주 오는 것이 보였다.
탐은 한길의 커브길을 지날 때까지 천천히 운전했다.
그 다음부터 발을 힘차게 내리 밟자 쿠페는 밤 공기를 가르며 달렸다.
잠시 후 나는 나직한, 목쉰 흐느낌 소리를 들었고
탐의 얼굴에 눈물이 거침없이 흘러내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망할 놈의 겁쟁이 자식!"
그가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 자식이 차를 세우지 않다니."
부캐넌 부부의 집이 바스락거리는 검은 나무를 뚫고
우리를 향해 갑작스럽게 떠올라왔다.
탐은 현관 옆에 차를 세우고 이층을 올려다보았다.
담쟁이덩굴 사이로 불이 켜진 두 개의 창문이 보였다.
"데이지가 집에 있군."
탐이 말했다.
차에서 내릴 때 그는 나를 힐끔 보며 얼굴을 조금 찡그렸다.
"웨스트에그에서 자네를 내려 주었어야 했는데,
닉, 오늘밤엔 아무 것도 대접할 게 없어."
그의 얼굴에는 변화가 생겼고 그래서 그는 말을 엄숙하고도 단호하게 했다.
현관을 향해 달빛 어린 자갈길을 걸어가면서
그는 두세 마디의 활기찬 말로 상황을 처리했다.
"내가 전화로 자네를 집으로 데려다 줄 택시를 부르겠네.
그 동안 자네와 조던은 부엌에 가서
저녁 식사라도 차려 달라고 해서 먹는 게 좋겠어
-먹을 생각이 있으면 말일세."
그는 현관문을 열었다.
"들어오지."
"아니, 괜찮아. 하지만 택시를 불러 주면 고맙겠네. 난 밖에서 기다리겠네."
조던이 내 팔을 잡았다.
"들어가지 않겠어요, 닉?"
"아니, 괜찮아요."
나는 약간 기분이 좋지 않아서 혼자 있고 싶었다.
그러나 조던은 잠시 더 머뭇거리며 서성거리고 있었다.
"이제 겨우 9시 30분밖에 안 되었어요."
그녀가 말했다.
난 내가 집안으로 들어가면 더 비참해질 것 같았다.
난 하루 동안 그들 모두와 함께 지겨울 정도로 시달렸다.
조던도 나를 피곤하게 만든 사람 중의 하나였다.
그녀는 내 표정에서 그걸 알아챘다.
왜냐하면 그녀는 홱 돌아서서 현관계단을 달려 올라가서는
집안으로 들어가 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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