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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위대한 개츠비 - 스콧 피츠 제랄드

Joyfule 2011. 5. 9. 18:54

   街角 15.3KB 37. 위대한 개츠비 -  스콧 피츠 제랄드. 


전쟁에서 그의 활약은 대단했다. 
전선에 가기 전에 그는 대위였으나, 
아르곤 전투의 공적으로 소령으로 진급해 사단의 기관총 부대를 지휘했다. 
휴전 후 그는 미친 듯이 고국으로 돌아가려고 애썼다. 
그런데 사무 착오가 생겼는지 아니면
오해가 생겼는지는 모르나 그는 옥스퍼드 대학으로 보내졌다. 
그는 걱정에 빠졌다-데이지의 편지에는 초조와 절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가 왜 돌아오지 못하는지 이해를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외부의 압력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를 다시 만나 그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었으며, 
자신의 선택에 대한 확신을 갖고 싶었다.
왜냐하면 당시 데이지는 젊었을 뿐 아니라 
그녀의 주변 세계에는 난초꽃의 향기와 유쾌하고 즐거운 속물 근성과 
오케스트라가 있었는데, 그 오케스트라는 
새로운 가락으로 인생의 슬픔과 암시를 요약하고 있었다. 
색소폰들이 밤새도록 '빌 가의 블루스'의 절망적인 넋두리를 늘어놓고 있는 동안 
100켤레나 되는 금빛과 은빛 실내화들은 반짝이는 빛을 내며 먼지를 일으켰다. 
침침한 티타임이면 방 안엔 항상 낮고 상쾌한 열기가 끊임없이 고동치고 
새로운 얼굴들이 구슬픈 나팔 소리에 
마룻바닥 주위에 흩날리는 장미 꽃잎처럼 여기저기 떠돌아 다녔다.
계절이 바뀌자 데이지는 다시 저녁때마다 열리는 사교장에 드나들기 시작했다. 
갑자기 그녀는 하루에 5,6명의 남자와 데이트를 계속하게 되었고, 
새벽녘에야 목걸이와 모슬린의 야회복을 침대 곁 마루에 놓여 있는 
시들어 가는 난초꽃들 속에 아무렇게나 벗어 던져두고 잠들곤 했다. 
그러는 동안에는 그녀의 마음속에서는 결심할 것을 호소하고 있었다. 
그녀는 하루빨리 생활이 안정되기를 원했다-
그리고 그 결심은 어떤 힘-사랑이나 돈이나 
아니면 나무랄 데 없는 실제적인 힘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했는데,
그 힘은 바로 가까이에 있었다.
봄이 한창일 무렵 탐 부캐년이 나타나 도움이 되어 주었다. 
탐의 됨됨이와 사회적 지위는 믿음직스러워 보였다. 
그리고 그는 데이지를 추켜세워 주었다. 
그녀는 약간의 심적 갈등을 느끼는 한편으로 그만큼의 구원감도 느꼈다. 
편지는 개츠비가 다행히 옥스퍼드 대학에 있을 때 전달되었다.
어느덧 롱아일랜드에도 새벽이 찾아왔다. 
우리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이리저리 다니며 
나머지 창문을 열어 잿빛에서 금빛으로 바뀌고 있는 햇빛을 방 안 가득 채웠다. 
한 그루의 나무가 갑자기 이슬 위로 그림자를 드리우고, 
푸른 나뭇잎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새들이 지저귀기 시작했다. 
대기 속에는 바람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느리고 상쾌한 움직임이 일고 있어 
서늘하고 화창한 하루의 날씨를 약속해 주고 있었다,
"난 데이지가 탐을 사랑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개츠비가 창가에서 빙그르르 돌아서더니 달려들 듯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친구분, 당신도 기억하시겠지만, 데이지는 어제 오후 몹시 흥분해 있었소.
탐이 데이지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하려고 그런 식으로 말한 겁니다-
그의 얘기는 나를 너무나 형편없는 사기꾼처럼 보이게 했었소. 
그 결과 데이지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조차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단 말이오."
그는 침울한 표정으로 의자에 걸터앉았다.
"물론 아주 잠깐 동안은 데이지도 그 사람을 사랑했을 거요. 
적어도 그들이 결혼한 당시엔 말이오-
그러나 그 때도 그녀는 나를 더 사랑하고 있었던 거요. 알겠소?"
별안간 그는 이상한 말을 했다.
"어찌 되었든."
"그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에 지나지 않소."
알 수 없는 이 연애 사건에 관한 그의 생각은 
좀 지나치다고 밖에 나는 달리 생각할 것이 없었다.
탐과 데이지가 아직도 신혼 여행중일 때, 
프랑스로부터 돌아온 그는 군대에서 받은 봉급을 
다 털어 초라한 루빌 여행을 떠났다. 
그는 그 곳에 일주일을 머물면서 
그 옛날 11월 밤에 데이지와 둘이서 걸었던 거리들을 다시 걸어다녀도 보고, 
데이지의 하얀 차로 달렸던 그 한적한 곳곳을 모두 찾아다녔다. 
데이지의 집이 그에게는 그 어떤 집보다 
항상 더 신비롭고 즐거워 보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비록 데이지가 그 도시를 떠나 버리긴 했지만 
그 도시 자체에 대한 그의 생각에는 어떤 우울한 아름다움이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좀더 애를 썼더라면 데이지를 찾아냈을지도 모른다는, 
그녀를 혼자 남겨 두고 떠난다는 느낌이 들었다. 
보통 객차-그는 이제 빈털터리 신세였다-
안은 더웠다. 
그는 열려 있는 승강용 통로로 가서 접의자에 앉았다. 
역이 미끄러지듯 사라지고 낯선 건물들의 뒷면이 스쳐 지나갔다. 
객차는 이윽고 봄기운이 가득한 벌판으로 들어섰다. 
거기서 노란 전차가 잠시 객차와 경주를 했다. 
노란 전차에 데이지가 타고 있지 않을까 하는 미련은 떨어지지 않았다.
선로가 구부러진 곳을 지나자 전차는 벌판으로부터 멀어져 가고 있었다. 
태양은 한층 낮게 기울어지면서 데이지가 살았던, 
그리고 이제는 사라져 가는 그 도시를 축복하기 위해 자신을 펼치는 것 같았다. 
그는 그녀로 해서 아름다웠던 공간의 한 조각이나마 간직하기 위해 
한 줌의 공기라도 낚아채려는 듯이 안타깝게 손을 뻗었다. 
그러나 이제 눈물로 흐려진 그의 눈에 그것은 너무나 빨리 지나가 버렸으며, 
그는 가장 깨끗하고 가장 아름다웠던 부분을 영원히 잃어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가 아침 식사를 마치고 현관문으로 나갔을 때는 9시였다. 
날씨는 밤새 급격한 변화를 가져와 공기 속에도 가을의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개츠비의 그전 하인들 중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사람인
정원사가 계단 밑으로 걸어왔다.
"오늘 풀장 물을 빼 버리려 하는데요, 주인님. 
낙엽이 곧 떨어지기 시작할 것이고, 그러면 파이프가 막힐 테니까요."
"오늘은 내버려두세요."
개츠비가 대답했다. 그는 변명하듯이 나를 돌아다보았다.
"난 이번 여름에 저 풀장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답니다."
나는 마음이 조급해 서둘러 일어섰다.
"열차 시간이 12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나는 뉴욕으로 가고 싶지 않았다.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는 것은 핑계 거리였다. 
사실은-개츠비를 두고 떠나고 싶지가 않았던 것이다. 
나는 기차를 두 대나 놓치고 나서야 그 곳을 떠났다.
"전화하겠소."
나는 마침내 말했다.
"그렇게 해 주시오, 친구분."
"정오쯤 걸겠소."
우리는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
"데이지도 전화를 걸겠지요?"
그는 마치 내가 확신을 주었으면 하는 듯한 근심 어린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도 그러리라고 생각하오."
"그럼 잘 가요."
나는 악수를 나누고 그의 집을 떠났다. 
울타리에 이르렀을 때 나는 불현듯 무엇인가 생각이 나서 뒤로 돌아섰다.
"그들은 썩어빠진 녀석들이오."
나는 잔디밭 너머로 소리쳤다.
"당신은 그 못난 놈들 전부를 합한 것보다 더 가치가 있어요."
나는 그 때 그 말을 한 것을 지금까지도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 말은 내가 그에게 보낸 유일한 찬사였기 때문이다.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가 한 일에 대해 찬성하지 않았다. 
처음 그는 예의바르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윽고 
마치 우리 두 사람이 공모하여 줄곧 그 사실에 도취되어 있기라도 한 것같이 
훤히 빛나는 얼굴에 알아들었다는 미소를 띄었다. 
그의 멋진 핑크색 양복이 흰 층계를 등지고 한 점의 선명한 색깔로 보이자, 
나는 3개월 전에 그의 저택을 처음 방문했던 날 밤의 일이 떠올랐다. 
그 때 그의 저택 잔디밭과 차도에는 
그의 몰락을 추측하고 있던 사람들로 우글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저 층계에 서서 자기의 순수한 꿈을 감추고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 작별 인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의 대접에 감사했다. 
아니 우리는 항상 그의 환대에 감사하고 있었다
-나도, 또한 다른 사람들도.
"안녕히 계십시오."
나는 외쳤다.
"아침 식사 잘 했습니다, 개츠비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