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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위대한 개츠비 - 스콧 피츠 제랄드.

Joyfule 2011. 5. 10.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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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시내에 도착한 나는 한동안 수많은 주식의 시세를 적어 보려고 하다가 
그만 회전 의자에 앉은 채 잠을 들고 말았다. 
정오가 되기 조금 전에 전화벨 소리에 잠이 깬 나는 
이마에 솟은 땀방울을 손등으로 닦으며 일어났다.
그 전화는 조던 베이커에게서 온 것이었다. 
그녀는 이맘때 종종 전화를 걸어 왔는데, 
그것은 호텔로, 골프 클럽으로, 자기 집으로 
바쁘게 돌아다니는 그녀로서는 연락을 취할 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보통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푸른 골프장의 잔디 조각이
 사무실 창문으로 날아 들어오는 것같이 싱싱하고 푸르게 들렸다. 
그러나 이 날은 평상시와 달리 그 목소리가 거칠고 메마른 것처럼 들렸다.
"방금 데이지의 집에서 나오는 길이에요."
그녀는 말했다.
"지금 헴프스테드에 와 있는데, 오후엔 사우댐프턴으로 갈 거예요."
그녀가 데이지의 집에서 나온 것은 현명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나를 당황하게 했고, 그녀의 다음 말은 더욱 어색하게 만들었다.
"어젯밤엔 저한테 그다지 친절하지 않더군요."
"신경 쓰는 일이 너무 많다 보니까..."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그녀가 다시 말했다.
"그건 그렇고, 만나고 싶어요."
"나도 보고 싶소."
"그럼 사우댐프턴으로 가지 않고 오후에 시내로 들어가는 게 어떨까요?"
"아니, 오늘 오후에는 일이 있어서..."
"좋아요."
우리는 이렇게 한동안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갑자기 말이 끊어졌다. 
그때 우리 둘 중의 누가 먼저 수화기를 내려놓았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그 일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설령 내가 이 세상에서 그녀와 다시는 말을 못 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그 날만은 탁자를 사이에 두고 그녀와 대화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난 얼마 후에 개츠비의 집으로 전화를 걸었으나 통화중이었다. 
나는 네 번이나 다시 걸었다. 
마침내 화가 난 교환수가 짜증을 내며 디트로이트로부터 걸려온 
장거리 전화 때문에 계속 통화중이라는 것을 알려 주었다. 
나는 기차 시간표를 꺼내 3시 50분발 기차에 조그만 동그라미를 쳤다. 
그리고 의자에 등을 기댄 채 눈을 감았다. 생각을 좀 해 보려고 했다. 
시계가 1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 날 아침 기차를 타고 잿더미를 통과할 때 
나는 객차의 반대편 좌석으로 건너가 앉았다. 
그 곳에는 호기심에 찬 구경꾼들이 종일 모여 떠들고 있을 것이고, 
아이들은 아이들 나름대로 먼지 속에서 검은 점들을 찾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느 끼여들기 좋아하는 남자는 
여기서 발생한 일에 대해 이야기를 되풀이하다가 마침내 지쳐 버릴 것이다. 
더 이상 이야기할 거리가 없어져 버릴 것이고, 
그래서 머튼 윌슨의 비극적 행위도 마침내 잊혀지고 말았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제 나는 약간 과거로 돌아가 
그 전날 밤 우리가 윌슨의 자동차 수리소를 떠나 온 뒤 
그 곳에서 발생한 일에 대해 이야기할까 한다.
그들은 머틀의 동생인 캐서린의 소재를 알아내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녀는 그 날 밤에는 술을 안 마시기로 했던 법칙을 깨트렸던 것 같다. 
왜냐하면 그곳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술에 취해 있었고
 구급차가 이미 플러싱으로 가 버렸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하니까 말이다.
 
사람들이 그 사실을 설명하자, 
그녀는 마치 그것이 참을 수 없는 일이기라도 한 듯이 곧 기절해 버렸다고 한다. 
어떤 사람이 친절에서인지 아니면 호기심에서인지는 모르나
 그녀를 자기 차에 태워 언니의 시체를 실은 구급차를 뒤쫓아가 주었다.
자정이 훨씬 지나서까지 군중들이 번갈아 자동차 수리소 정면을 둘러싸고 있는 동안 
조지 윌슨은 사무실에 있는 긴 의자에 앉아 몸을 앞뒤로 흔들고 있었다. 
사무실 출입문은 한동안 열려 있었다. 
그래서 자동차 수리소 안에 들어간 사람은 
자연히 그 안을 힐끔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침내 어떤 사람이 이것은 보기 민망한 일이라고 말하고는 그 문을 닫아 버렸다. 
미카엘리스와 그 밖의 몇 사람이 윌슨과 함께 있었다. 
처음에는 4,5명이 함께 있었으나 나중에는 2,3명으로 줄었다. 
그리고 더 나중에는 한 명만 남게 되었다. 
미카엘리스는 마지막으로 남은 그 낯선 사람에게 
15분만 더 앉아 있어 달라고 부탁하고는 
자기집으로 가서 커피 한 주전자를 끓여 왔다. 
그 후 그는 혼자서 새벽녘까지 윌슨과 함께 있어 주었다.
새벽 3시쯤이 되자 윌슨의 알 수 없는 중얼거림이 바뀌었다
-그는 점차 정신을 차리더니 노란색 차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는 노란색 차의 주인이 누군지 알아 낼 방법을 알고 있다고 큰소리 쳤다. 
그러면서 약 두 달 전에 자기 아내가 얼굴에 상처를 입고 
코가 부어 가지고 뉴욕에서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불쑥 꺼냈다.
그러나 그는 자기가 한 이 말을 들었을 때 몸을 움츠리고 
다시 신음소리를 내더니,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오, 하느님!"
미카엘리스는 그의 마음을 돌리려고 많은 애를 썼다.
"결혼한 지는 얼마나 됐지요? 조지, 나 좀 봐요. 잠
시 가만히 앉아서 내가 묻는 말에 대답 좀 해 봐요. 
결혼한 지는 얼마나 됐소?"
"12년 됐소."
"아이도 있었나요? 나 좀 봐요, 조지. 좀 움직이지 말아요. 한 가지 물어 보겠소. 
아이를 낳은 적이 있었나요?"
단단한 껍질의 갈색 딱정벌레들이 지겹게 날아와 희미한 전등에 부딪치고 있었다. 
바깥의 도로에서는 자동차가 찢어지는 소리를 내며 달리고 있었는데, 
미카엘리스에게는 그 소리가 몇 시간 전에 사고를 내고 도망가 버린 그 차소리처럼 들렸다. 
그는 수리소 안으로 들어가기가 싫었다. 
왜냐하면 시체를 뉘었던 작업대가 피가 묻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불편한 듯이 사무실 안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리하여 아침이 되기도 전에 그는 사무실 안에 있는 물건들을 모조리 알게 되었다. 
이따금 그는 윌슨의 곁에 가 앉아서 그를 좀더 진정시키려고 애쓰기도 했다.
"가끔 가는 교회가 있나요, 조지? 
설령 오랫동안 나가지 않았더라도 말이오. 
있다면 내가 그 교회에 전화를 걸어서 목사님을 오시라고 할 수 있고, 
그러면 그는 영혼을 평화롭게 해 줄 수 있을 텐데요.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소?"
"난 아무 교회에도 나가지 않아요."
"교회에 좀 나가지 그랬어요, 조지. 이런 때를 대비해서 말이오. 
그래도 한 번쯤은 교회에 나간 적이 있을 텐데요. 
교회에서 결혼한 것이 아니오? 내 말 들어요, 
조지. 내 말을. 혹시 교회에서 결혼하지 않았소?"
"그건 아주 옛날 일이오."
대답하는 데 힘이 들어 앞뒤로 흔들던 몸의 리듬이 깨지고 말았다. 
잠시 그는 말이 없었다. 
그런 다음 그의 흐려진 두 눈엔 흐리멍덩한 표정이 조금 전화 똑같이 다시 나타났다.
"저기 저 서랍을 열어 봐요."
그는 책상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어느 서랍 말이오?"
"저 서랍-그거 말이오."
미카엘리스는 손에서 제일 가까운 서랍을 열었다. 
그 안에는 가죽과 은을 꼬아서 만든 값비싼 작은 개줄이 들어 있을 뿐이었다. 
그 개줄은 산 지 얼마 안 된 새것이었다.
"이것 말이오?"
미카엘리스는 그것을 들어올리면서 물었다.
"윌슨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난 어제 오후에 그걸 발견했소. 
그녀는 그것에 대해 설명하려 애썼지만, 난 그것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걸 알았소."
"당신 부인이 이것을 샀단 말이죠?"
"그녀는 그걸 화장지에 싸서 화장대 위에 놓아 두었어요."
미카엘리스는 그런 행동에서 이상한 점이라고는 조금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윌슨에게 왜 그의 아내가 
개줄을 사게 되었을까 하는 데 관한 다양한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그러나 생각건대 윌슨은 전에 머틀로부터 
어느 정도 그것과 비슷한 설명을 들은 일이 있었던 것 같았다. 
왜냐하면 그는 다시,
"또 그 이야기야!"
하고 중얼거리지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를 위로하려던 것이 결국은 허공에 이야기한 셈이 되었다.
"그렇다면 그자가 마누라를 죽였어."
윌슨은 말했다. 갑자기 그의 입이 딱 벌어졌다.
"누가 죽였다고요?"
"난 알 수 있소."
"당신 제정신이 아니군요, 조지."
그의 친구는 말했다.
"이번 일에 당신은 신경을 너무 많이 썼소. 
그래서 당신은 자기가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거요. 
아침까지 가만히 앉아서 안정을 취하는 게 좋겠소."
"그자가 마누라를 죽였어."
"그건 사고였소, 조지."
윌슨은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고는 눈을 가늘게 뜨고 거만스럽게
 "흠!" 하는 소리를 낮게 내뱉으며 입을 조금 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