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렉싱턴의 유령3 [하루키] 렉싱턴의 유령3 눈을 떴을 때, 공백 속에 있었다.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한동안 데쳐놓은 채소처럼 무감각했다. 야채 박스 속 깊은 곳에 오래도록 방치되어 있는 채소처럼. 그리고 나는 간신히 지금 케이시의 집을 지키고 있는 자신을 자각했다. 그렇다, 나는 렉싱턴에 있는..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10.05.08
[하루키] 렉싱턴의 유령 2 [하루키] 렉싱턴의 유령 2 알고 지낸지 반년 정도 지났을 때의 일이다. 그로부터 집을 좀 보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런일은 흔치 않은 일인데 일 때문에 일주일 정도 런던에 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 케이시가 여행을 떠날 때에는 항상 제레미가 빈 집을 지켰는데 이번에는 그럴 수가 없었다. 웨스트 ..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10.05.07
[하루키] 렉싱턴의 유령 1 [하루키] 렉싱턴의 유령 1 이 이야기는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사정이 있어 등장 인물의 이름은 바꾸었지만 그 외에는 모두 사실이다. 매사추세츠 주의 케임브리지에 2년 정도 산 일이 있다. 그때 한 건축가와 알 게 되었다. 그는 쉰 살을 막 넘긴 핸섬한 남자였다. 머리칼은 반백이고 키는 그다지 크지 ..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10.05.06
골짜기 (In the Ravlne) 17. - 안톤 체홉 (終) 골짜기 (In the Ravlne) 17. - 안톤 체홉 어찌 된 까닭인지 노인은 여름이고 겨울이고 변함없이 털가죽 외투를 입고 밖으로 돌아다녔다. 아주 더운 날이 아니면 집에 가만히 앉아 있는 일이 없었다. 언제나 털가죽 외투의 깃을 세워서 몸을 꼭 감싸고 마을을 두루 돌아다니거나, 큰 길을 따라서 정거장 쪽으..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10.05.05
골짜기 (In the Ravlne) 16. - 안톤 체홉 골짜기 (In the Ravlne) 16. - 안톤 체홉 "할아버지." 리파가 물었다. "사람이 죽으면 그 혼백이 며칠쯤이나 이 하계에서 방황하나요?" "그런 걸 누가 알겠어! 어디 바빌라에게 물어볼까... 녀석은 학교를 다녔지. 요즈음엔 학교에서 뭐든지 가르치니까. 여봐. 바빌라!" 노인이 말했다. "왜요!" "바빌라, 사람이 ..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10.05.04
골짜기 (In the Ravlne) 15. - 안톤 체홉 골짜기 (In the Ravlne) 15. - 안톤 체홉 바로 앞 길가에서 모닥불이 타고 있었다. 말이 풀을 뜯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어둠 속에서 두 대의 짐마차가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 대는 통을 싣고 있었고, 또 한 대의 작은 마차는 무슨 자루를 싣고 있었다. 그리고 두 남자 의 모습도 보였다. 한 사람..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10.05.03
골짜기 (In the Ravlne) 14. - 안톤 체홉 골짜기 (In the Ravlne) 14. - 안톤 체홉 안뜰에는 빨랫줄이 있고 거기에 빨래가 널려 있었다. 그녀는 채 마르지도 않은 자기의 스커트와 블라우스를 줄에서 잡아채어 귀머거리 남편의 팔에 획획 던졌다. 화가 치밀 대로 치민 그녀는 안뜰에 쳐진 빨랫줄마다 뛰어다니면서 옷가지를 한쪽에서부터 잡아채어 ..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10.05.01
골짜기 (In the Ravlne) 13. - 안톤 체홉 골짜기 (In the Ravlne) 13. - 안톤 체홉 "아마 내가 무슨 병에 걸린 것 같아. 머리 속이 이렇게 ... 안개가 낀 것 같단 말이야. 도무지 생각을 정리할 수 없으니." 그는 리파에게 들리지 않도록 문을 꼭 닫고는 조그만 소리로 말을 계속했다. " 나 말이야, 실은 그 돈 일이 자꾸만 마음에 걸린다구. 당신도 생각..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10.04.30
골짜기 (In the Ravlne) 12. - 안톤 체홉 골짜기 (In the Ravlne) 12. - 안톤 체홉 악시냐는 거의 매일같이 마차를 타고 그곳으로 갔다. 그녀는 몸소 고삐를 쥐고, 길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면 호밀밭에서 밖을 엿보는 뱀같이 목을 빼고는 수수께끼 같은 앳된 미소를 던지곤 했다. 리파는 언제나 사순절전에 낳은 아기를 데리고 놀았다. 가엾은 생각이..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10.04.28
골짜기 (In the Ravlne) 11. - 안톤 체홉 골짜기 (In the Ravlne) 11. - 안톤 체홉 그리고 날마다 마룻바닥을 닦거나 빨래를 하면서, 날품팔이 일이라도 하고 있는 것처럼 지냈다. 오늘도 교회 미사에 참례하고 돌아온 두 사람은 부엌에서 식모와 함께 차를 마신 다음 창고로 가서 썰매와 벽 사이의 흙바닥에 드러누웠다. 창고 안은 깜깜하고 마구의 ..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10.04.27
골짜기 (In the Ravlne) 10. - 안톤 체홉 골짜기 (In the Ravlne) 10. - 안톤 체홉 해는 이미 저물었고, 작은 시냇물 위에도 교회의 구내에도 공장 주변의 공지에도 짙은 우유빛 안개가 뿌옇게 덮이기 시작했다. 어둠이 왈칵 몰려와서 골짜기에 묻힌 마을에는 등불이 반짝이기 시작했고, 안개 속에는 마치 바닥 모를 심연이 감추어져 있는 것처럼 느..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10.04.26
골짜기 (In the Ravlne) 9. - 안톤 체홉 골짜기 (In the Ravlne) 9. - 안톤 체홉 숲으로 들어가는 어귀에 경계표가 하나 서 있었다. 예리자로프는 그것이 든든한가 어떤가 보려고 손으로 만져보았다. 플라스커비야가 숨을 헐떡거리면서 다가왔다. 주름살투성이에 항상 두려운 표정을 하고 있는 그녀의 얼굴도 오늘만은 행복하게 빛났다. 오늘은 세..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10.04.24
골짜기 (In the Ravlne) 8. - 안톤 체홉 골짜기 (In the Ravlne) 8. - 안톤 체홉 그녀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어쩐지 애매한 미소를 떠올렸다. 그러다가 이내 얼굴을 떨기 시작했다. 모두들 그녀가 가엾다고 생각했다. 이윽고 아니심도 마차에 뛰어올라 허리에 손을 대고 의젓한 태도를 취했다. 자기가 미남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었다. 마차가 ..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10.04.23
골짜기 (In the Ravlne) 7. - 안톤 체홉 골짜기 (In the Ravlne) 7. - 안톤 체홉 그로부터 닷새가 지났다. 아니심은 떠날 채비를 끝내고 바르바라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2층으로 올라갔다. 등이란 등에는 모조리 불이 밝혀져 있고, 주위에서는 향내가 자욱했다. 바르바라는 창가에 앉아서 빨간 털실로 양말을 짜고 있었다. "온 지 며칠 되지도 않았..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10.04.22
골짜기 (In the Ravlne) 6. - 안톤 체홉 골짜기 (In the Ravlne) 6. - 안톤 체홉 손님 중에는 성직자도 있었고, 부부 동반해서 온 공장의 사무원과 딴 마을에서 온 상인과 술집 주인도 있었다. 14년 동안이나 함께 근무하면서 그 동안 한 장의 서류에도 서명한 적이 없고, 관청에 온 사람이면 누구 하나 속이거나 모욕을 주지 않고 그냥 돌려보낸 적..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10.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