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 - 삼포가는 길 5. 황석영 - 삼포가는 길 5. 백화가 한 팔은 보퉁이를 끼고, 다른 쪽은 허리에 척 얹고 서서 영달이를 내려다보 았다. "이거 왜 이래? 나 백화는 이래봬도 인천 노랑집에다, 대구 자갈마당, 포항 중앙대학, 진해 칠구, 모두 겪은 년이라구. 조용히 시골 읍에서 수양하던 참인데. 야아, 내 배 위로 남자들 사단 ..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10.12.31
황석영 - 삼포가는 길 4. 황석영 - 삼포가는 길 4. "부탁 하나 합시다. 가다가 스물 두엇쯤 되고 머리는 긴데다 외눈 쌍까풀인 계집년을 만나면 캐어 봐서 좀 잡아오슈, 내 현금으루 딱, 만 원 내리다." 정씨가 빙그레 웃었다. 영달이가 자신 있다는 듯이 기세 좋게 대답했다. "그럭허슈, 대신에 데려오면 꼭 만 원 내야 합니다." "..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10.12.30
황석영 - 삼포가는 길 3. 황석영 - 삼포가는 길 3. 그들은 읍내로 들어갔다. 다과점도 있었고, 극장, 다방, 당구장, 만물 상점 그리고 주점이 장터 주변에 여러 채 붙어 있었다. 거리는 아침이라서 아직 조용했다. 그들은 어느 읍내에나 있는 서울 식당이란 주 점으로 들어갔다. 한 뚱뚱한 여자가 큰 솥에다 우거지국을 끓이고 있..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10.12.29
황석영 - 삼포가는 길 2. 황석영 - 삼포가는 길 2. 그가 둑 위로 올라서더니 배낭을 다른 편 어깨 위로 바꾸어 매고는 다시 하반신부터 차례로 개털 모자 끝까지 둑 너머로 사라졌다. 영달이는 어 디로 향하겠다는 별 뾰죽한 생각도 나지 않았고, 동행도 없이 길을 갈 일이 아득했다. 가다가 도중에 헤 어지게 되더라도 우선은 말..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10.12.28
황석영 - 삼포가는 길 1. 황석영 - 삼포가는 길 1. 영달은 어디로 갈 것인가 궁리해 보면서 잠깐 서 있었다. 새벽의 겨울 바람이 매섭게 불어왔다. 밝아 오는 아침 햇볕 아래 헐벗은 들판이 드러났고, 곳곳에 얼어붙은 시냇물이나 웅덩이가 반사되어 빛을 냈다. 바람 소리가 먼데서부터 몰아쳐서 그가 섰는 창공을 베면서 지나갔..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10.12.27
독일인의 사랑 - 막스뮐러 25 - 후기에 대신하여 - 차경아. 독일인의 사랑 - 막스뮐러 25 >과의 재회 - 후기에 대신하여 - 차경아.(번역) 1. 내가 을 처음 읽은 것은 고교시절이었다. 아마 이 책을 처음 한글판으로 소개하신 이덕형 선생님의 번역이었을 것이다. 요즘 같은 입시 지옥에 살지 않은 덕분이었을 테지만, 무엇보다 요즘처럼 자고 나면 책들이 한 보따리..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10.09.08
독일인의 사랑 - 막스뮐러 24 독일인의 사랑 - 막스뮐러 24 마리아, 당신은 내가 알고 있는 최선의 피조물입니다. 그래서 나는 당신에게 기울고, 그래서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사랑하는 겁니다. 당신 안에 살아 있는 말을 그대로 하십시오. 당신은 나의 것이라고. 당신의 가장 깊은 감정을 부인하지 마십시오. 신은 ..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10.09.07
독일인의 사랑 - 막스뮐러 23 독일인의 사랑 - 막스뮐러 23 당신은 세상을 잘 모르겠지만, 내 친구의 경우만 생각해도 여러권 비극을 묶어 들려 드릴 수 있을 겁니다. 한 친구가 어떤 소녀와 서로 사랑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는 가난했고, 여자 쪽은 부자였지요. 양가의 부모와 친척들은 서로 모멸하며 싸움질을 했고, 결국 두 남녀..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10.09.06
독일인의 사랑 - 막스뮐러 22 독일인의 사랑 - 막스뮐러 22 그렇게 된 것이 차라리 잘 된 일인지 몰라요. 내 입으로 직접 모두 말하는 편이. 친구여, 우리는 오늘로 마지막 만나는 거예요. 우리 편안한 마음으로 작별하도록 해요. 불평이나 분노 같은 것 없이. 내가 너무 많은 죄를 지었다고 느끼고 있어요. 가벼운 미풍이라도 흔히 꽃..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10.09.04
독일인의 사랑 - 막스뮐러 21 독일인의 사랑 - 막스뮐러 21 그러나 이제 회상으로 되돌아가자. 지난날의 생생한 현존으로! 이틀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행복한 재회의 순간이 다가올수록 나는 온몸을 떨고 있었다. 첫날에 나는 수도로부터 마차와 기사들이 도착한 것을 보았다. 성은 잡다한 손님들로 북적대고 있었다. 깃발들이 지붕..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10.09.03
독일인의 사랑 - 막스뮐러 20 독일인의 사랑 - 막스뮐러 20 마지막 회상 내가 잠에서 끼었을 때는 태양이 벌써 산마루에 떠올라 창을 통해 비쳐들고 있었다. 저것이 바로 엊저녁의 것과 같은 태양이란 말인가? 떠나가는 친구처럼 아쉬운 눈빛으로 우리의 영혼의 결합을 축복하듯 바라고보 나서 사라지는 희망처럼 침몰해 간 그 태양..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10.09.01
독일인의 사랑 - 막스뮐러 19 독일인의 사랑 - 막스뮐러 19 산봉우리마다 깃든 고요, 미풍 한 점 없는 나뭇가지들. 숲 속 새들도 노래를 그쳤다. 기다리라. 그대 또한 쉬 쉬게 되리니. 이렇게 그가 노래할 때 높다란 전나무 위로 광대무변한 세계가, 지상이 줄 수 없는 안식이 펼쳐지는 것 같지 않아요? 워즈워드의 경우에는 이같은 배..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10.08.31
독일인의 사랑 - 막스뮐러 18 독일인의 사랑 - 막스뮐러 18 일곱째 회상 그때 그녀의 부드러운 음성이, 꿈을 꾸는 듯한 기도에서 우리를 깨워주는 오르간의 첫 음처럼 울려 왔다. 바로 이 시에 그려진 것처럼 당신이 나를 사랑했으면 싶어요. 저 의사 선생님두요. 바로 이런 식으로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믿을 수 있어야 해요. 그런데..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10.08.30
독일인의 사랑 - 막스뮐러 17 독일인의 사랑 - 막스뮐러 17 일곱째 회상 나의 말버릇이 늘 그렇듯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렇게 얘기를 하고 나서 나는 이 말이 의사 선생님의 마음을 몹시 상하게 했음을 깨달았어요. 그분은 입을 꽉 다물고 어린애처럼 부끄러워하셨어요. 그때 나는 마침 읽고 있던 워즈워드 시집을 집어들고 말했..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10.08.28
독일인의 사랑 - 막스뮐러 16 독일인의 사랑 - 막스뮐러 16 일곱째 회상 이렇게 갈수록 참담한 기분에 빠져드는데, 갑자기 나직한 발소리가 나서 나를 멍한 꿈에서 깨워 주었다. 영국 부인이 계단을 내려와 나를 한 방으로 안내했다. 나는 혹시나 이 부인이 내 마음속에서 벌어지는 일을 눈치채고 있지 않나 싶어 살피듯 그녀를 눈여..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10.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