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풍금이 있던 자리 - 신경숙 5. 풍금이 있던 자리 - 신경숙 어머니께서 그네 밑에 깔아 놓으셨던 떨어진 아버지 내복을 그 여자는 맨 먼저 걷어 냈어요. 그러고는 어디서 났는지, 잔 꽃이 아른아른한 병아리색 작은 요를 깔았어요. 그네 하면 어린애의 울음소리와 그 낡은 내복이 생각났었는데, 그 여자는 뽀송한 기저귀가 옆에 있..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09.11.10
4. 풍금이 있던 자리 - 신경숙 4. 풍금이 있던 자리 - 신경숙 다리도 안 성한 사람이 이게 무슨 짓이여! 어머니께서 한사코 말렸지만 점촌댁은 줄넘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어머니와 마을 아주머니 몇 사람이 모여 앉아 하는 얘기로는 점촌댁이 제사장을 봐 머리에 이고 오는 중에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짐자전거를 피하려다 다리 밑..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09.11.09
3. 풍금이 있던 자리 - 신경숙 3. 풍금이 있던 자리 - 신경숙 사랑하는 당신. 실로 오랜만에 다시 펜을 들었습니다. 어제는 당신이 다녀가셨지요. 그건 뜻밖이었어요. 제가 이 곳에 머물러 있는 것을 어떻게 아셨어요? 저는 그 동안 당신께 이 곳 얘기를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요. 여기에 올 때 제 마음은 하루나 이틀만 묵고 갈 ..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09.11.07
2.풍금이 있던 자리 - 신경숙 2.풍금이 있던 자리 - 신경숙 여섯 살이었을까, 아니면 일곱 살? 막냇동생이 막 태어나던 해 였으니, 일곱 살이 맞겠습니다. 저는 마루 끝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누군가 열린 대문을 통해 들어와 주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토록 간절히 바란 것으로 보면 어쩌면 어머니를 기다렸던 건지도 모릅니다..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09.11.06
1.풍금이 있던 자리 - 신경숙 1.풍금이 있던 자리 - 신경숙 어느 동물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마리의 수컷 공작새가 아주 어려서부터 코끼리 거북과 철망 담을 사이에 두고 살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주고받는 언어가 다르고 몸집과 생김새들도 너무 다르기 때문에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사이가 아니었다. 어느덧 수공작새는 다 자..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09.11.05
마지막 수업 - 알퐁스 도데. 마지막 수업 - 알퐁스 도데. (어느 알사스 소년의 이야기) 그날 나는 등교가 무척 늦어졌어요. 게다가 아멜 선생님이 분사법(分詞法)에 관해 질문하겠다고 하셨는데, 나는 전혀 모르고 있었기에 책망을 들을까 봐 꽤 겁이 났어요. 그래서 나는 차라리 학교를 가지 않고 벌판이나 싸다닐까 하고 생각해 ..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09.11.04
파트리크 쥐스킨트 - 좀머씨 이야기 17 (終) 파트리크 쥐스킨트 - 좀머씨 이야기 17. 나는 둑 위에 서서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린 채 아저씨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런 내 모습은 아마도 뭔가 짜릿한 긴장감을 주는 이야기를 들을 때 지을 수 있는 모습이었을 것이다. 나는 놀랐다. 나는 놀랐다기보다는 내가 보고 있는 것에 대해서 당혹스러웠..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09.11.03
파트리크 쥐스킨트 - 좀머씨 이야기 16. 파트리크 쥐스킨트 - 좀머씨 이야기 16. 물론 내 인생의 그 시기에도 내 삶을 씁쓸하게 만드는 일이 있기는 하였다. 특히 따져 보자면, 첫째, 초단파로 송신되는 라디오 수신기를 마음대로 들을 수 없었기 때문에 목요일 저녁 10시에서부터 11시까지 방송되는 재미있는 형사극을 못 듣고, 그 다음 날에야 ..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09.11.01
파트리크 쥐스킨트 - 좀머씨 이야기 15. 파트리크 쥐스킨트 - 좀머씨 이야기 15. 눈 깜짝할 사이에 빵을 다 먹어치운 뒤 물병의 물도 한번에 입 안으로 털어 넣었다. 그런 다음 몹시 허둥대며 허겁지겁 떠날 채비를 했다. 물병을 배낭 속에 집어 넣고, 배낭은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짊어지고 지팡이와 모자를 쫙 움켜잡은 채 잰걸음으로 헐떡거..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09.10.31
파트리크 쥐스킨트 - 좀머씨 이야기 14 파트리크 쥐스킨트 - 좀머씨 이야기 14. "엉, 엉! 그토록 사랑스럽고 소중한 아이가 우리 곁을 떠난 것은 우리 잘못이야! 만약에 우리가 좀더 잘해 줬더라면, 너무 못되게 굴지도 않고, 잘못을 저지르지만 않았더라면, 그 착하고 사랑스럽고 소중하고 상냥했던 아이가 아직도 우리 곁에 살아 있으련만!" ..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09.10.30
파트리크 쥐스킨트 - 좀머씨 이야기 13. 파트리크 쥐스킨트 - 좀머씨 이야기 13. 그리고 그 못된 개의 잘못은 또 다른 문제였다. 모든 것이 다 문제였다. 어떤 것에 대한 예외도 없이 모든 것이 다 그랬다. 우선 제 일 먼저 내게 맞는 자전거를 사 주지 않은 우리 어머니가 원망스러웠고, 어머니를 그렇게 하도록 만든 아버지가 그랬으며, 선 자..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09.10.29
파트리크 쥐스킨트 - 좀머씨 이야기 12. 파트리크 쥐스킨트 - 좀머씨 이야기 12. 선생님은 금방 얼굴이 시뻘개지더니 쇳소리를 내며 야단이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니! 올림 바라고 했잖아, 이 바보 멍청아! 올림 바! 올림 바가 무엇인지도 모르니, 이 바보야? 이거잖아!" 땡 - 땡 - . 그렇게 말하면서 선생님은 수십 년 동안 피아노를 가르치느..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09.10.28
파트리크 쥐스킨트 - 좀머씨 이야기 11. 파트리크 쥐스킨트 - 좀머씨 이야기 11. 그 전 주에 나는 다른 중요한 할 일이 있기도 했었고, 다른 한 편으로는 숙제로 내주었던 연습곡이 카논 형식의 푸가 형태여서 오른손과 왼손을 옆으로 쫙 벌리고 치다가, 가끔씩 한 손은 이쪽에 다른 한 손은 저쪽에 두면서 쳐야 했고, 서로 불협화음을 이루는 ..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09.10.27
파트리크 쥐스킨트 - 좀머씨 이야기 10. 파트리크 쥐스킨트 - 좀머씨 이야기 10. 아무튼 나는 자전거를 배운 이후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수요일 오후 세 시부터 네 시까지 불쌍하게도 달랑 혼자서 피아노를 배우러 다녔다. 물론 형이 그 거리에 소요되는 시간으로 계산해 두었던 13분 30초는 내게는 어림도 없는 시간이었다. 형은 나보다 다섯 ..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09.10.26
파트리크 쥐스킨트 - 좀머씨 이야기 9. 파트리크 쥐스킨트 - 좀머씨 이야기 9. 그 선생님의 이름은 마리아 루이제 풍켈이었는데 그것도 미스 마리아 루이제 풍켈이었다. 내가 평생 동안 그 선생님처럼 보이는 미혼 여성은 한 번도 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은 항상 그 <미스>라는 단어에 악센트를 주었다. 선생님은 꼬부랑 늙은이..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09.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