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성균 수필 연재 - 장모님과 喫煙을 목성균 수필 연재 - 장모님과 喫煙을 나는 근 30년 간 위장병을 지니고 산다. 그래서 아내는 내 위가 더 나빠진 것 같다며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지 번개같이 복날 개 끌고 가듯 사정없이 나를 병원으로 끌고 갔다. 봄 들면서 내 위가 더 나빠진 것 같았다. 어..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1.12.23
목성균 수필 연재 - 장마전선을 넘어 목성균 수필 연재 - 장마전선을 넘어 1. 이름 모를 포구 “오늘 동해남부 지방에는 50에서 80밀리 정도의 비가 내리겠습니다.” “장마전선을 통과해야 되겠네요.” 아내가 여로를 우려했다. 일기예보에 차질 없이 비가 내린다. 김동완 통보관의 회심의 미소가 보이는 것 같다. 장기..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1.12.22
목성균 수필 연재 - 다랑논 목성균 수필 연재 - 다랑논 올망졸망 붙어 있는 다랑논 배미들을 보면 흥부네 애들처럼 가난하고 우애 있어 보인다. 나는 어려서 팔월 열 나흘 저녁때면 쇠재골 다랑논 머리에 서서 추석차례를 지내러 오시는 작은 증조부를 기다렸다. 그 어른은 칠십 노구를 지팡이에 의지하시고 ..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1.12.21
목성균 수필 연재 - 희권이의 실내화 목성균 수필 연재 - 희권이의 실내화 눈을 뜨니 머리맡 문갑 위에 오이씨 같은 실내화 한 켤레가 새벽 빛 속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희권이는 아직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어제 아침에 저 실내화를 신고 ‘두리 미술학원’ 문을 들어서며 울음 끝이 아직 남은 눈..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1.12.20
목성균 수필 연재 - 목도리 목성균 수필 연재 - 목도리 대관령 못미처 횡계라는 동네가 있다. 지금은 풍부한 강설량 덕분에 스키장이 발달해서 겨울 위락단지가 되었지만 60년대 말에는 여름에 고랭지 채소와 감자농사를 짖고 겨울에는 적설에 파묻히는 고적하기 이를 데 없는 산촌이었다. 나는 강릉 영림서..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1.12.19
목성균 수필 연재 - 우정의 무대 목성균 수필 연재 - 우정의 무대 일요일 낮, ‘우정의 무대’를 보고 있었다. 함박눈이 쏟아지는 연병장의 언 땅에 얼룩무늬 군복을 입은 젊은이들이 오와 열을 맞춰 정연하게 앉아 있다. 눈은 예사롭지 않은 기세로 내려서 군인들의 군모와 넓적한 어깨에 소복하게 쌓여 가는데 ..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1.12.17
목성균 수필 연재 - 알밤 빠지는 소리 목성균 수필 연재 - 알밤 빠지는 소리 우리 집 뒤꼍에 추석 무렵 아람이 버는 올밤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알밤 빠지는 소리는 작다. 마음이 조용히 머물러 있어야 들린다. 그래서 마음이 분방한 철없는 시절에는 못 듣는다. 할머니 말마따나 철이 나야 들린다. 어느 가을날 마루에 ..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1.12.16
목성균 수필 연재 - 할머니의 세월 목성균 수필 연재 - 할머니의 세월 내 나이 열 대여섯 살 적 단오 무렵, 할머니는 앓고 잃어난 나를 앞세우고 윗말 진외가에 가셨다. 진외가에는 기력이 쇠진한 진외할아버지께서 드시는 개장국이 늘 가마솥에서 고아지고 있었다. 할머니는 내게 그 개장국을 얻어 먹여서 원기를 ..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1.12.15
목성균 수필 연재 - 국화 목성균 수필 연재 - 국화 어머니가 심으신 국화 두 폭이 소설(小雪)이 지나자 마침내 시들었다. 청초한 꽃송이를 담뿍 피워 스산한 초겨울 마당을 화사하게 밝혀 주던 국화였다. 아버지는 중풍이 들어 계신다. 발이 네 개 달린 환자용 알루미늄 지팡이를 짚으셔야 겨우 마당에 나가..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1.12.14
목성균 수필 연재 - 소나기 목성균 수필 연재 - 소나기 윗버들미의 소나기는 건넌골 쪽에서 들어온다. 숨가쁜 삼복지경, 작열하는 불볕 아래 엎드려서 곡식을 가꾸는 농부들은 가혹한 삶의 비등점(沸騰點)에서 묵비권을 행사하며 인내한다. “참는 데도 한계가 있어.” 그 말은 참을성이 모자라는 사람이 하..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1.12.13
목성균 수필 연재 - 약속 목성균 수필 연재 - 약속 “내년 봄에 꼭 올게.” 30년 전에 예닐곱 살 먹은 산정(山頂) 소년의 면전에서 그렇게 약속을 하고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당면(當面)을 모면하려고 한 거짓말은 아니었으나 결과는 그리 되고 말았다. 소년은 내 약속을 믿고 미처 눈도 다 녹기 전부터 ..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1.12.12
목성균 수필 연재 - 앞자리 목성균 수필 연재 - 앞자리 눈이 하얗게 내린 새벽 뜰에 비닐봉지에 담긴 신문이 떨어져 있었다. 대문을 열고 골목을 내다보았다. 들끓는 세상사를 새벽 뜰에 던지고 신문배달부는 하얀 눈 위에 정갈한 발자국만 오목오목 남겨 놓고 간다. 눈은 사뿐사뿐 수직으로 내려앉는다. 제 ..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1.12.10
목성균 수필 연재 - 선배의 모습 목성균 수필 연재 - 선배의 모습 민 주사는 풀풀 눈이 내리는 저문 강변을 따라서 아무 말 없이 휘적휘적 걸어갔다. 힘들이지 않고 걷는 그의 걸음걸이가 어찌나 빠른지 내 걸음걸이로는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등줄기에 땀이 났다. “힘들지요? 막동리는 여기서 삼십 리쯤 가야 합..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1.12.09
목성균 수필 연재 - 새벽의 거리 목성균 수필 연재 - 새벽의 거리 봄이 되면서 경운기 소리에 잠이 깼다. 새벽 안개 속에서 들려 오던 고향의 경운기 소리는 리드미컬한 게 전원적이었는데, 도시의 새벽을 가로질러 가는 경운기 소리는 이질적인 소음이었다. 같은 소리라도 환경에 따라 다르다. 어느 날 새벽, 나는..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1.12.08
목성균 수필 연재 - 만돌이, 부등가리 하나 주게 목성균 수필 연재 - 만돌이, 부등가리 하나 주게 지금은 다 산이 되었지만 강만돌 어른이 살아 계실 때는 윗버들미의 유지봉 넓은 산자락에는 따비밭들이 누덕누덕 널려 있었다. 가을걷이가 한창일 때는 사랑간에 한방 가득 장정들이 모여서 달이 뜨기를 기다렸다. 달빛이 방문을 ..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1.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