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을 바라보며 - 정목일(鄭木日) 어둠을 바라보며 - 정목일(鄭木日) 산골의 밤은 잘 익은 머루 냄새가 난다. 덕유산 깊숙이 들어앉은 영각사의 저녁 예불이 끝날 즈음이면, 문득 하산하는 주지 스님의 장삼자락빛 산그리메……. 산그리메에 묻어 오는 머루빛 적막. 그 산그리메가 이끌고 오는, 측량할 길 없는 어둠의 밀물..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5.31
상자 - 문춘희 2009 신춘문예 전북도민일보 수필당선작 - 상자 - 문춘희 아이들과 남편이 학교로 일터로 모두 떠나고 난 아침은 세상이 텅 빈 것 같다. 상자의 내용물이 상자를 버리듯 나는 남겨졌다. 매일 아침 치러야 하는 잠시 동안의 이별이요 반복되는 일상임에도 아직도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속을..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5.26
애틋함에 대하여 - 정현종 애틋함에 대하여 - 정현종 매주 주말에 청계산에 간다. 얼마 전에는 거기 갔다가 수통을 놔두고 왔다. 다 내려와서 남은 물을 마시려고 가방을 열었는데 그게 없었다. 아이코, 난감하기 짝이 없어서 다시 올라갈까 생각하기도 했는데 자신이 없었다. 올라갔다가 내려온 산을 즉시 다시 올..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5.25
무사한 나날들 - 김 훈 무사한 나날들 - 김 훈 행복에 대한 추억은 별것 없다. 다만 나날들이 무사하기를 빌었다. 《임화는 시 「자고 새면」에서 “자고 새면/이변을 꿈꾸면서/나는 어느 날이나/무사하기를 바랐다”고 썼다.》 무사한 날들이 쌓여서 행복이 되는지 불행이 되는지, 그저 하루하루가 별 탈 없기..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5.24
간디의 물레 - 김종철(金鍾哲) 간디의 물레 - 김종철(金鍾哲) 무슨 까닭인지 그 동안 수입이 금지되었다가 최근 국내에서도 볼 수 있게 된 영화 중에 ‘간디’가 있다. 이 영화 자체는 보는 각도에 따라 미흡한 작품인 것도 사실이다. 이 영화는 간디의 반식민주의 투쟁의 연대기를 비교적 충실한 연대기를 재현하고 있..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5.23
산딸기 산딸기 (정재은-수필가 충북충주 출생(1937~1996) 현대수필 문학상 수상.수필문학진흥회 이사 역임 수필집(돌베의 꿈) 잊고 있다가 문득 생각난 것처럼 날씨가 갑자기 무더워졌다. 아들아이가 하학하는 길에 산딸기를 한 도시락 사 가지고 돌아왔다. 버스에서 내리니 전선주 밑 뜨거운 햇빛..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5.22
어머니의 김치 맛 - 정목일 어머니의 김치 맛 - 정목일 식탁 앞에 앉으면 무엇인가 텅 빈 것 같다. 어머니가 계시지 않음을 느낀다. 아내가 만든 김치며 된장국 등에선 어머니의 음식 맛을 느낄 수 없다. 어머니가 담근 김치 하나만으로도 입맛이 당겨 단번에 밥그릇을 비워 내던 모습을 떠올린다. 멸치 젓갈을 넣은 ..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5.21
떳떳한 가난뱅이 - 박완서 떳떳한 가난뱅이 - 박완서 뭐는 몇 십%가 올랐고, 뭐는 몇 십%가 장차 오를 거라는 소식을 거의 매일 들으면서 산다. 몇 %가 아니라 꼭 몇 십 %씩이나 말이다. 이제 정말 못 살겠다는 상투적인 비명을 지르기도 이젠 정말 싫다. 듣는 쪽에서도 엄살 좀 작작 떨라고, 밤낮 못 살겠다며 여지껏 ..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5.19
감사 - 임옥인 감사 - 임옥인 오늘은 우리가 새 집을 짓기 시작하는 날이다. 평생 "임시(臨時)"와 "방랑(放浪)"을 면하지 못했다. 이제는 안주하고 싶은 것이다. 기쁘다. "얼마나 더 살려고 그래?" "누구에게 물려주려고?" 내가 집을 짓겠다고 할 때, 이렇게 말하는 벗들도 있었다. 내가 늙은 탓이고 나에게 ..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5.18
지저깨비 - 조현태 지저깨비 - 조현태 웅장한 조각품 앞에서 입이 딱 벌어졌다. 간단하게 구경만 하기는 너무 미안한 작품들이었다. 책 속에서 흑백사진으로 보던 얼굴을 화강석 조각품으로 마주하니 더 그러했다.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작품 중에 훌륭한 인물이 대부분이었다. 큰바위얼굴 조각공..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5.17
발바닥 - 정성희 발바닥 - 정성희 어찌 저리도 못생겼을까. 작다 못해 땅에 붙은 난쟁이 모습이다. 만물을 창조하신 신조차 고개를 가로젓는다. 신은 그에게 남몰래 어두운 곳에서 소금으로 절여진 밥을 평생토록 빚어내게 명하시며 무기징역이라는 천형을 선고하셨다. 창세기 몇째 날, 창공을 비상하는 ..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5.16
舞 - 정성희 舞 - 정성희 화창한 봄날이다. 한 무리의 사물놀이패들이 소고와 장고를 두드리며 겨우내 잠든 대지를 깨우고 있다. 여기저기서 꽃불이 터지자, 봄물에 나들이 나온 구경꾼들이 주변으로 모여든다. 둥둥둥 북이 울리자 상쇠는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며 온몸으로 신명을 몰아온다. 바람의 ..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5.15
빈들에 서 있는 지게 하나 - 한경선 빈들에 서 있는 지게 하나 - 한경선 사람 하나 세상에 와서 살다 가는 것이 풀잎에 맺힌 이슬과 같고 베어지는 풀꽃 같다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아침 안개처럼 살다 홀연히 떠나버려도 그로 인해 아파하는 가슴들이 있고, 그리운 기억을 꺼내어보며 쉽게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5.14
노을이 아름다운 까닭 - 박완서 노을이 아름다운 까닭 - 박완서 가을이 산을 내려오고 있다. 대청봉이나 내장산처럼 자지러지는 단풍이 아니지만 산정에만 드문드문 보이던 황갈색이 어느 틈에 중턱까지 퍼졌다. 봄은 기를 쓰고 올라가더니 가을은 이렇게 신속하게 내려오고 있다. 왜 그렇게 빨리 내려오는지 내리막길 ..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5.12
은화(隱花) - 반숙자 은화(隱花) - 반숙자 멀리서 종소리가 울린다. 뎅뎅 뎅 데엥……. 요즘 시도 때도 없이 내 안에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로 해서 일손을 놓을 때가 많다. 이 증상은 “위대한 침묵"이라는 영화를 보고 온 후부터 생긴 것이다. 언제부턴가 마음이 심한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가뭄이 들어 타들..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