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성균 수필 연재 - 소나기 목성균 수필 연재 - 소나기 윗버들미의 소나기는 건넌골 쪽에서 들어온다. 숨가쁜 삼복지경, 작열하는 불볕 아래 엎드려서 곡식을 가꾸는 농부들은 가혹한 삶의 비등점(沸騰點)에서 묵비권을 행사하며 인내한다. “참는 데도 한계가 있어.” 그 말은 참을성이 모자라는 사람이 하..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1.12.13
목성균 수필 연재 - 약속 목성균 수필 연재 - 약속 “내년 봄에 꼭 올게.” 30년 전에 예닐곱 살 먹은 산정(山頂) 소년의 면전에서 그렇게 약속을 하고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당면(當面)을 모면하려고 한 거짓말은 아니었으나 결과는 그리 되고 말았다. 소년은 내 약속을 믿고 미처 눈도 다 녹기 전부터 ..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1.12.12
목성균 수필 연재 - 앞자리 목성균 수필 연재 - 앞자리 눈이 하얗게 내린 새벽 뜰에 비닐봉지에 담긴 신문이 떨어져 있었다. 대문을 열고 골목을 내다보았다. 들끓는 세상사를 새벽 뜰에 던지고 신문배달부는 하얀 눈 위에 정갈한 발자국만 오목오목 남겨 놓고 간다. 눈은 사뿐사뿐 수직으로 내려앉는다. 제 ..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1.12.10
목성균 수필 연재 - 선배의 모습 목성균 수필 연재 - 선배의 모습 민 주사는 풀풀 눈이 내리는 저문 강변을 따라서 아무 말 없이 휘적휘적 걸어갔다. 힘들이지 않고 걷는 그의 걸음걸이가 어찌나 빠른지 내 걸음걸이로는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등줄기에 땀이 났다. “힘들지요? 막동리는 여기서 삼십 리쯤 가야 합..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1.12.09
목성균 수필 연재 - 새벽의 거리 목성균 수필 연재 - 새벽의 거리 봄이 되면서 경운기 소리에 잠이 깼다. 새벽 안개 속에서 들려 오던 고향의 경운기 소리는 리드미컬한 게 전원적이었는데, 도시의 새벽을 가로질러 가는 경운기 소리는 이질적인 소음이었다. 같은 소리라도 환경에 따라 다르다. 어느 날 새벽, 나는..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1.12.08
목성균 수필 연재 - 만돌이, 부등가리 하나 주게 목성균 수필 연재 - 만돌이, 부등가리 하나 주게 지금은 다 산이 되었지만 강만돌 어른이 살아 계실 때는 윗버들미의 유지봉 넓은 산자락에는 따비밭들이 누덕누덕 널려 있었다. 가을걷이가 한창일 때는 사랑간에 한방 가득 장정들이 모여서 달이 뜨기를 기다렸다. 달빛이 방문을 ..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1.12.07
목성균 수필 연재 - 옹기와 사기 목성균 수필 연재 - 옹기와 사기 사기(砂器)나 옹기(甕器)나 다같이 간구한 살림을 담아 온 백성의 세간살이에 불과하다. 다만 사기는 백토로 빚어 사기막에서 구웠고, 옹기는 질흙으로 빚어 옹기막에서 구웠다는 점에서 근본이 좀 다른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무슨 대수인가! 토광..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1.12.06
목성균 수필 연재 - 살포 목성균 수필 연재 - 살포 지금은 없어졌지만, 농부가 늙어서 드는 농사 연장에 살포라는 것이 있었다. 물꼬 보는 데 쓰는 연장인데 긴 자루 끝에 손바닥 크기의 납작하게 날이 선 네모진 삽이 달렸다. 언뜻 보면 창 같다. 실제로 장비처럼 전의(戰意)가 충천해서 고샅을 내닫는 늙은..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1.12.05
목성균 수필 연재 - 사기등잔 목성균 수필 연재 - 사기등잔 시골집을 개축할 때, 헛간에서 사기등잔을 하나 발견했다. 컴컴한 헛간 구석의 허섭스레기를 치우자 그 속에서 받침대 위에 오롯이 앉아 있는 하얀 사기등잔이 나타났다. 등잔은 금방이라도 발간 불꽃을 피울 수 있는 조신한 모습이었다. ‘당신들이 ..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1.12.03
목성균 수필 연재 - 부엌궁둥이에 등을 기대고 부엌궁둥이에 등을 기대고 - 목성균 고향의 초가삼간은 동향집이었다. 망종(亡種) 무렵, 앞산 유지봉 위로 해가 떠오르면 동향집은 해일(海溢)같이 쏟아지는 햇살에 어뢰를 맞은 함정처럼 여지없이 침몰했다. 떠오르기 전에 아버지는 침몰하는 함정의 함장처럼 결연하게 “어서 ..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1.12.01
목성균 수필 연재 - 그리운 시절 그리운 시절 - 목성균 그리운 시절들은 다 여름에 있다. 여름이 젊음의 계절이기 때문인지 모른다. 성장만 하면 되는 여름은 무모하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존재의 치열한 향일성(向日性)들은 아픔도 모르고 세포분열에 주력한다. 아, 그리운 시절, 그 여름날들. 산그늘 진 갈..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1.11.30
목성균 수필 연재 - 누비 처네 누비 처네 - 목성균 아내가 이불장을 정리하다 오래된 처네 포대기를 찾아냈다. 한 편은 초록색 한편은 주황색 천을 맞대고 얇게 솜을 놓아서 누빈 것으로 첫 애 진숙이를 낳고 산 것이니까 40여 년 가까이 된 물건이다. 낡고 물이 날라서 누더기 같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시골에서..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1.11.29
허생전, 조선 18세기 풍자 단편 소설 허생전, 조선 18세기 풍자 단편 소설 허생전(許生傳), 諷刺 小說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의 <열하일기(熱河日記)> 中 "옥갑야화(玉匣夜話)" 허생은 묵적골(墨積洞)에 살았다. 곧장 남산(南山) 밑에 닿으면, 우물 위에 오래된 은행나무가 서 있고, 은행나무를 향하여 사립문이 열렸는데, 두어 칸 초..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1.01.15
(에세이) 배 필(配匹) - 목성균 배 필(配匹) - 목성균 강화도 최북단 철산리 뒷산에 있는 180오피는 임진강과 예성강, 한강 하구의 질펀한 해협이 굽어보이는 돈대 위에 있다. 대원군의 쇄국정책을 위해서 흑색 쾌자를 입고 돼지털 벙거지를 쓴 병졸들이 창을 들고 불란서 함대와 맞서 있었음직한 곳이다. 43년 전, ..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05.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