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의 민들레꽃 - 박완서 옥상의 민들레꽃 - 박완서 우리 아파트 칠 층 베란다에서 할머니가 떨어져서 돌아가셨습니다. 실수로 떨어지신 게 아니라 일부러 떨어지셨다니까 할머니는 자살을 하신 것입니다. 이런 일이 두 번째입니다.. 그것을 제일 먼저 발견한 할머니의 며느리가 놀라서 악을 쓰는 소리를 듣고 아파트에 사는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10.06.29
심장 속의 두방 - 나희덕 심장 속의 두방 - 나희덕 나를 좀 지워주렴 거리를 향해 창문을 열고 자욱한 안개를 방안으로 불러들였다 안개에 지워진 신호등 안개는 창문을 넘는 순간 증발해버렸다 안개조차 그 방에서는 길을 잃었다 나를 좀 지워주렴 짙은 안개를 들이키고도 사물들은 여전히 건조한 눈을 비비고 있었다 나를 좀..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10.06.28
어느 직장인의 기도문 - 양애숙 어느 직장인의 기도문 - 양애숙 매일 아침 기대와 설레임을 안고 시작하게 하여 주옵소서. 항상 미소를 잃지 않고 나로 인하여 남들이 얼굴 찡그리지 않게 하여 주옵소서. 상사와 선배를 존경하고 아울러 동료와 후배를 사랑할 수 있게 하시고 아부와 질시를 교만과 비굴함을 멀리하게 하여 주옵소서.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10.06.27
접기로 한다 - 박영희 접기로 한다 - 박영희 요즘 아내가 하는 걸 보면 섭섭하기도 하고 괘씸하기도 하지만 접기로 한다 지폐도 반으로 접어야 호주머니에 넣기 편하고 다 쓴 편지도 접어야 봉투 속에 들어가 전해지듯 두 눈 딱 감기로 한다 하찮은 종이 한 장일지라도 접어야 냇물에 띄울 수 있고 두 번을 접고 또 두 번을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10.06.26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 모윤숙(毛允淑)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 모윤숙(毛允淑 1909~1990) - 나는 廣州 山谷을 헤매다가 문득 혼자 죽어 넘어진 國軍을 만났다 - 산 옆 외따른 골짜기에 혼자 누워있는 국군을 본다. 아무 말, 아무 움직임 없이 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국군을 본다. 누른 유니폼 햇빛에 반짝이는 어깨의 표식 그대는 자랑스런 대한..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10.06.25
꽃이 졌다는 편지 - 장석남 꽃이 졌다는 편지 - 장석남 이 세상에서 살구꽃이 피었다가 졌다고 쓰고 복숭아꽃이 피었다가 졌다고 쓰고 꽃이 만들던 그 섭섭한 그늘 자리엔 야윈 햇살이 들다가 만다고 쓰고 꽃 진 자리마다엔 또 무엇이 있다고 써야 할까 살구가 달렸다고 써야 할까 복숭아가 달렸다고 써야 할까 그러니까 결실이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10.06.23
[스크랩] 문학집배원 김기택의 시배달 나 - 김광규 김광규, 「나」(낭송 박은숙) 김광규의 「나」를 배달하며 이름과 이름 뒤에 붙은 온갖 계급장이 내 삶을 대신 살아주지만, 그것이 지금 나를 아프게 하는 것은 아니죠. 당장 급한 밥벌이 문제, 얽히고설킨 인간관계를 해결하는 것만도 벅차서, '나'와 '내 삶'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것은 사치스러운 일..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10.06.22
들꽃에게 - 서정윤 들꽃에게 - 서정윤 어디에서 피어 언제 지든지 너는 들꽃이다 내가 너에게 보내는 그리움은 오히려 너를 시들게 할뿐, 너는 그저 논두렁 길가에 피었다 지면 그만이다 인간이 살아 살면서 맺는 숱한 인연의 매듭들을 들꽃처럼 풀면서 살아야 겠다 들꽃처럼 소리 소문없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었다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10.06.21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ㅡ 詩 ●수선화-金正喜(김정희) 一點冬心朶朶圓(일점동심타타원) : 한 점의 겨울 마음이 송이송이 둥글어 品於幽澹冷雋邊(품어유담냉준변) : 그윽하고 담담한 기품은 냉철하고 빼어구나. 梅高猶未離庭砌(매고유미이정체) : 매화가 고상하다지만 뜰을 못 벗어나는데 淸水眞看解脫仙(청수진간해탈선) : 해탈..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10.06.20
알 수 없어요 - 한용운 알 수 없어요 - 한용운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搭) 위에 고..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10.06.18
판화처럼 나는 삽니다 - 김성대 판화처럼 나는 삽니다 - 김성대 판화처럼 나는 삽니다 날마다 나비의 무늬를 읽으면서 서부음악을 듣습니다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채식을 주로 하는 편이지요 우연히 상추에 붙은 나비 알을 먹고 나선 나도 모르게 뒤꿈치가 들려요 그럴 땐 빠리나 서귀포가 생각납니다 판화처럼 나는 삽니다 어떤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10.06.17
살아 있기 때문에 - 이정하 살아 있기 때문에 - 이정하 흔들리고 아프고 외로운 것은 살아 있음의 특권이었네 살아 있기 때문에 흔들리고 살아 있기 때문에 아프고 살아 있기 때문에 외로운 것 오늘 내가 괴로워하는 이 시간은 어제 세상을 떠난 사람에겐 간절히 소망했던 내일 지금 내가 비록 힘겹고 쓸쓸해도 살아 있음은 무한..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10.06.16
신기한 오늘 - 멋진 은 찬 ♧ 신기한 오늘 - 멋진 은 찬 ♧ 오늘은 오늘은 참 신기하다 왠지 특별하거나 기분이 안 좋거나 때로는 가장 신나는 게 오늘이 되고 오늘이 지나면 어제가 되고 내일이 한 잠 자고나면 어느새 오늘이 되고 생각 할수록 재미있는 오늘 그래서 오늘은 어제보다 내일보다 중요한 것 같다 나는 오늘 속에만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10.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