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을 - 기형도 노 을 - 기형도 하루 종일 지친 몸으로만 떠돌다가 땅에 떨어져 죽지 못한 햇빛들은 줄지어 어디로 가는 걸까 웅성웅성 가장 근심스런 색깔로 西行(서행)하며 이미 어둠이 깔리는 燒却場(소각장)으로 몰려들어 몇 점 폐휴지로 타들어가는 午後 6시의 참혹한 刑量(형량) 단 한 번 후회도 용서하지 않는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7.31
꿈꾸는 당신,우리는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 마종기 꿈꾸는 당신,우리는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 마종기 내가 채워주지 못한 것을 당신은 어디서 무엇을 구해 채우는가 내가 덮어주지 못한 곳을 당신은 어떻게 탄탄히 메워 떨리는 오한을 이겨내는가 헤매며 한정없이 찾고 있는 것이 얼마나 멀고 험난한 곳에 있기에 당신은 돌아 눕고 돌아 눕고 하는..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7.30
바닷가 빈집 - 최영희 ♡ 바닷가 빈집 - 최영희 ♡ 바닷가 빈집 한 채 바람이 살다 갔다 처마 밑엔 텃밭에 씨감자 꼭꼭 박아 심던 할아버지 장죽 두드리던 소리만 달려있고 무쇠 솥 걸렸던 자리 솥 뿌리마저 뽑힌 채 검게 그을린 아궁이 앞엔 부지깽이로 다독이던 가난한 여인의 삶이 얼룩으로만 남아 있다 산 그림자 내려와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7.29
행복한 얼굴 - 김현승 행복한 얼굴 - 김현승 내게 행복이 온다면 나는 그에게 감사하고, 내게 불행이 와도 나는 또 그에게 감사한다. 한 번은 밖에서 오고 한 번은 안에서 오는 행복이다. 우리의 행복의 문은 밖에서도 열리지만 안에서도 열리게 되어 있다. 내가 행복할 때 나는 오늘의 햇빛을 따스히 사랑하고 내가 불행할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7.28
귀여운 여인 - 안톤 체홉 귀여운 여인 - 안톤 체홉 퇴직한 팔등관 쁠레얀니꼬프의 딸 올렌까는 자기 집 뜰로 내려서는 작은 계단에 걸터앉아 생각에 잠기어 있었다. 무더운 날씨에 파리마저 귀찮게 굴었으므로, 곧 저녁이 되리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좀 후련해진다. 동쪽으로부터는 검은 비구름이 몰려들어 거기에서 습기찬 바..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7.27
사랑해야 하는 이유 - 문정희. 사랑해야 하는 이유 - 문정희. 우리가 서로 사랑해야 하는 이유는 세상의 강물을 나눠 마시고 세상의 채소를 나누어 먹고 똑같은 해와 달 아래 똑같은 주름을 만들고 산다는 것이라네 우리가 서로 사랑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세상의 강가에서 똑같이 시간의 돌멩이를 던지며 운다는 것이라네 바..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7.26
간이역 - 김선우 간이역 - 김선우 내 기억 속 아직 풋것인 사랑은 감꽃 내리던 날의 그애 함석집 마당가 주문을 걸 듯 덮어놓은 고운 흙 가만 헤치면 속눈썹처럼 나타나던 좋.아.해 얼레꼴레 아이들 놀림에 고개 푹 숙이고 미안해 - 흙글씨 새기던 당두마을 그애 마른 솔잎 냄새가 나던 이사오고 한번도 보지 못한 채 어..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7.20
화수분 - 전영택 화수분 - 전영택 1. 첫겨울 추운 밤은 고요히 깊어 간다. 뒤뜰 창 바깥에 지나가는 사람 소리도 끊어지고 이따금씩 찬바람 부는 소리가 휘익 우수수 하고 바깥의 춥고 쓸쓸한 것을 알리면서 사람을 위협하는 듯하다. "만주노 호야 호오야." 길게 그리고도 힘없이 외치는 소리로, 보지 않아도 추워서 수그..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7.20
아버지의 마음 - 김현승 아버지의 마음 - 김현승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7.19
창(窓) - 무라카미 하루키 창(窓) - 무라카미 하루키 삼가 아룁니다. 추위도 하루하루 수그러져, 햇살 속에 희미한 봄 기운이 느껴지는 어제오늘이 되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전날 주신 편지, 반갑게 받아 보았습니다. 특히 햄버그 스테이크와 향신료의 관계에 대한 대목은, 생동감 넘치는 상당히 훌륭한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7.18
우리가 어느 별에서 - 정호승 우리가 어느 별에서 - 정호승 우리가 어느 별에서 만났기에 이토록 서로 그리워하느냐. 우리가 어느 별에서 그리워하였기에 이토록 서로 사랑하고 있느냐. 사랑이 가난한 사람들이 등불을 들고 거리에 나가 풀은 시들고 꽃은 지는데 우리가 어느 별에서 헤어졌기에 이토록 서로 별빛마다 빛나느냐. 우..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7.17
비 개인 여름 아침 - 김광섭 비 개인 여름 아침 - 김광섭 비가 개인 날 맑은 하늘이 못 속에 내려와서 여름 아침을 이루었으니 녹음(綠陰)이 종이가 되어 금붕어가 詩를 쓴다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7.16
바람 앞에서 - 문효치 사용자 PC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스크립트를 차단했습니다. 원본 글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바람 앞에서 - 문효치 해 어스름, 구름 뜨는 언덕에 너를 기다려 서겠노라. 잎 트는 산가(山家), 옹달샘 퍼내가는 바람아. 알록알록 색실 내어 앞산 바위나 친친 감고 댓가지 풀잎에 피리 부는 바람아. 꿈..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7.14
반딧불 - 윤동주 반딧불 - 윤동주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조각을 주우러 숲으로 가자. 그믐밤 반딧불은 부서진 달조각,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조각을 주우러 숲으로 가자.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7.13
바람에게 - 이해인 바람에게 - 이해인 몸이 아프고 마음이 우울한 날 너는 나의 어여쁜 위안이다, 바람이여 창문을 열면 언제라도 들어와 무더기로 쏟아내는 네 초록빛 웃음에 취해 나도 바람이 될까 근심 속에 저무는 무거운 하루일지라도 자꾸 가라앉지 않도록 나를 일으켜다오 나무들이 많이 사는 숲의 나라로 나를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