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우니까 사람이다 - 정호승 * ♣ *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 정호승 * ♣ *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 견디는 일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내리면 눈길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속을 걸어라 갈대숲 속에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가..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2.13
아버지의 등 - 정철훈 아버지의 등 - 정철훈 만취한 아버지가 자정 넘어 휘적휘적 들어서던 소리 마루바닥에 쿵, 하고 고목 쓰러지던 소리 숨을 죽이다 한 참만에 나가보았다 거기 세상을 등지듯 모로 눕힌 아버지의 검은 등짝 아버지는 왜 모든 꿈을 꺼버렸을까 사람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검은 등짝은 말이 없고 삼..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2.12
의 자 - 조병화 사진:임승하님 의 자 - 조병화 시간은 마냥 제자리에 있는것 실로 변하는 것은 움직이는 것들이다 옛날에도 그랬고 오늘도 그렇고 내일! 우리 이자리에 없으려니 시간은 마냥 제자리에 있음에 실로 변하는 것은 사람뿐이다 시간에 집을 지으라 생각에 집을 지으라 시간은 마냥 제자리에 있음에 실로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2.11
봄비 - 노천명 ♣ 봄비 - 노천명 ♣ 강에 얼음장 꺼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는 내 가슴속 어디서 나는 소리 같습니다 봄이 온다기로 밤새껏 울어 새일 것은 없으련만 밤을 새워 땅이 꺼지게 통곡함은 이 겨울이 가는 때문이었습니다 한밤을 줄기차게 서러워함은 겨울이 또 하나 가려 함이었습니다 화려한 꽃철을 가..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2.10
어제 - 박정대 어제 - 박정대 어제는 네 편지가 오지 않아 슬펐다, 하루 종일 적막한 우편함을 쳐다보다가 이내 내 삶이 쓸쓸해져서, <복사꽃 비 오듯 흩날리는데, 그대에게 권하노니 종일 취하라, 劉伶도 죽으면 마실 수 없는 술이거니!>, 李賀의 <將進酒>를 중얼거리다가 끝내 술을 마셨다, 한때 아픈 몸이야..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2.09
달에게 - 이병기 달에게 - 이병기 네가 태어난 이후 나는 잠을 자지 않는다 구름 헤치고 흘러가는 네가 나 사는 모습과 같아 물안개 지핀 강가에 띄운 몸 어젯밤은 유난히도 빛났다 물 젖어 흐르는 모습 청초하여 서쪽으로 산과 계곡을 지나가면서 어둠을 한 주름씩 걷어주었고 구름 속에 깃든 몽상과 존재의 이유를 설..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2.08
한 잎의 여자 - 오규원 그림 : 육심원 한 잎의 여자 - 오규원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여자, 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2.07
제비꽃이 보고 싶다 - 나호열 제비꽃이 보고 싶다 - 나호열 듣지 말아야 할 것을 너무 많이 들었다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너무 많이 보았다 말하지 말아야 할 것을 너무 많이 떠들었다 듣지 않는 귀 보지 않는 눈 말하지 않는 혀 그래도 봄바람은 분다 그래도 제비꽃은 돋아 오른다 뜯어내도 송두리째 뿌리까지 들어내도 가슴에는 제..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2.06
강이 풀리면 - 김동환(金東煥) 강이 풀리면 - 김동환(金東煥) 강이 풀리면 배가 오겠지 배가 오면 님도 탔겠지 님은 안타도 편지야 탔겠지 오늘도 강가서 기다리다 가노라 님이 오시면 이 설움도 풀리지 동지 섣달에 얼었던 강물도 제멋에 녹는데 왜 아니 풀릴까 오늘도 강가서 기다리다 가노라.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2.05
달빛이 흔들리는 이유 - 최정례 달빛이 흔들리는 이유 - 최정례 달빛이 삵쾡이같이 내려와서 지상의 너 강아지풀은 뾰족해진 것 칼과 같이 특이한 식물이 돼버린 것 줄기를 뻗대고 잎을 내밀고 삵쾡이 같은 달빛을 머리 위에 올려 피워보려고 수런거렸던 것 강아지 새끼가 어미젖을 찾아 얼굴을 비비대듯 허공을 비벼 초승달을 상현..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2.04
유안진 - 내가 나의 감옥이다 유안진 - 내가 나의 감옥이다 Norah Jones - One Flight Down 한눈팔고 사는 줄은 진즉 알았지만 두 눈 다 팔고 살아온 줄은 까맣게 몰랐다 언제 어디에서 한눈을 팔았는지 무엇에다 두 눈 다 팔아먹었는지 나는 못 보고 타인들만 보였지 내 안은 안 보이고 내 바깥만 보였지 눈 없는 나를 바라보는 남의 눈을 피..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2.02
몇 개의 허영 - 마종기 몇 개의 허영 - 마종기 외국에 십년도 넘게 살면서 향기도 방향도 없는 바람만 만나다 보면 헐값의 허영은 몇 개쯤 생길 수 있지. 호박잎 쌈을 싸먹고 싶다. 익은 호박잎 잔털끝에 목구멍이 칼칼해 지도록 목포 앞바다의 생낙지도 동해의 팔팔한 물오징어도. 배가 부르면 마라톤도 뛰고 싶다. 6.25전이었..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2.01
별 - 배문성 ☆ 별 - 배문성 ☆ 한 한 달만 잊고 싶었다 그 섬에 가서 한 달만 별빛을 보고 싶었다. 아무도 모르는 그 섬에서 내가 만난 것이라고는 별빛뿐인 그 섬에서 낮에는 잠들어 아무도 보지 않고 밤에는 깨어, 쏟아지는 별빛만 만나 보고 싶었다. 맑은 밤, 파도 소리 따라 별빛이 쏟아지는 밤 알알이 내 몸에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1.31
별 - 이동순 별 - 이동순 새벽녘 마당에 오줌 누러 나갔더니 개가 흙바닥에 엎드려 꼬리만 흔듭니다. 비라도 한줄기 지나갔는지 개밥그릇에 물이 조금 고여있습니다. 그 고인 물위에 초롱초롱한 별 하나가 비칩니다. 하늘을 보니 나처럼 새벽잠이 깬 별하나가 빈 개밥그릇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1.30
달 밤 - 김남조 달 밤 - 김남조 문을 조금 열어 주면 너는 어스름 들여다 본다 문을 좀 더 열어 주면 거뭇한 역광으로 안을 내내 들여다 본다 두짝 대문 다 열었더니 너는 들어 오지 않고 하늘 높이 솟아 올라 비단 피륙만 드리우네 옛날의 사람 하나도 너처럼만 하더니만 제 몸은 아니 오고 피륙 한 필 풀더니만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