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 조태일 풍경 - 조태일 코끝이 향기로운 흙을 어루만지며 머언, 머언, 조상 때부터 흘러 흘러 산천을 감도는 시냇물이거나 고향도 정처도 없이 천지간을 떠도는 바람들을 그리며 산다 사람들은 누구나 그렇게 마음 한구석에 한폭의 풍경을 품고 산다 시냇물 위에 빗방울이나 이슬을 떨구거나 바람들의 옷자락..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2.18
전국의 며느리들의 詩 전국의 며느리들의 詩 저번제사 지나갔네 두달만에 또제사네 내눈내가 찔렀다네 어디가서 말못하네 할수없이 그냥하네 쉬바쉬바 욕나오네 지갑열어 돈냈다네 중노동도 필수라네 제일먼저 두부굽네 이것쯤은 가비얍네 이번에는 나물볶네 네가지나 볶았다네 냄비꺼내 탕끓이네 친정엄마 생각나네 이..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2.17
가슴으로 오는 소리 - 반숙자 가슴으로 오는 소리 - 반숙자 내 가슴에는 항상 바닷속 같은 적막이 고여 있다. 하늘하늘 풀잎이 흔들리면 바람이 거기 있는 줄 알고, 미루나무 꼭대기 까치의 꽁지깃이 나풀거리면 그제사 환청같은 "깍깍" 울음소리가 가슴에 와 닿는다. 언제인가 내게도 똑딱거리는 시계의 초침소리가 있었다. 절묘한..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2.16
겨울 나무에서 봄나무에로 - 황지우 겨울 나무에서 봄나무에로 - 황지우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이다 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영하13도 영하20도 지상에 온몸을 뿌리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裸木으로 서서 두 손 올리고 벌받는 자세로 서서 아 벌받은 몸으로, 벌받는 목숨으로 기립하여, 그러나 이..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2.15
바 람 - 장석주 바 람 - 장석주 바람은 저 나무를 흔들며 가고 난 살고 싶었네 몇 개의 길들이 내 앞에 있었지만 까닭없이 난 몹시 외로웠네 거리엔 영원불멸의 아이들이 자전거를 달리고 하늘엔 한 해의 마른풀들이 떠가네 열매를 상하게 하던 벌레들은 땅 밑에 잠들고 먼 길 떠날 채비하는 제비들은 시끄러웠네 거리..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2.14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 정호승 * ♣ *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 정호승 * ♣ *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 견디는 일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내리면 눈길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속을 걸어라 갈대숲 속에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가..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2.13
아버지의 등 - 정철훈 아버지의 등 - 정철훈 만취한 아버지가 자정 넘어 휘적휘적 들어서던 소리 마루바닥에 쿵, 하고 고목 쓰러지던 소리 숨을 죽이다 한 참만에 나가보았다 거기 세상을 등지듯 모로 눕힌 아버지의 검은 등짝 아버지는 왜 모든 꿈을 꺼버렸을까 사람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검은 등짝은 말이 없고 삼..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2.12
의 자 - 조병화 사진:임승하님 의 자 - 조병화 시간은 마냥 제자리에 있는것 실로 변하는 것은 움직이는 것들이다 옛날에도 그랬고 오늘도 그렇고 내일! 우리 이자리에 없으려니 시간은 마냥 제자리에 있음에 실로 변하는 것은 사람뿐이다 시간에 집을 지으라 생각에 집을 지으라 시간은 마냥 제자리에 있음에 실로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2.11
봄비 - 노천명 ♣ 봄비 - 노천명 ♣ 강에 얼음장 꺼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는 내 가슴속 어디서 나는 소리 같습니다 봄이 온다기로 밤새껏 울어 새일 것은 없으련만 밤을 새워 땅이 꺼지게 통곡함은 이 겨울이 가는 때문이었습니다 한밤을 줄기차게 서러워함은 겨울이 또 하나 가려 함이었습니다 화려한 꽃철을 가..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2.10
어제 - 박정대 어제 - 박정대 어제는 네 편지가 오지 않아 슬펐다, 하루 종일 적막한 우편함을 쳐다보다가 이내 내 삶이 쓸쓸해져서, <복사꽃 비 오듯 흩날리는데, 그대에게 권하노니 종일 취하라, 劉伶도 죽으면 마실 수 없는 술이거니!>, 李賀의 <將進酒>를 중얼거리다가 끝내 술을 마셨다, 한때 아픈 몸이야..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2.09
달에게 - 이병기 달에게 - 이병기 네가 태어난 이후 나는 잠을 자지 않는다 구름 헤치고 흘러가는 네가 나 사는 모습과 같아 물안개 지핀 강가에 띄운 몸 어젯밤은 유난히도 빛났다 물 젖어 흐르는 모습 청초하여 서쪽으로 산과 계곡을 지나가면서 어둠을 한 주름씩 걷어주었고 구름 속에 깃든 몽상과 존재의 이유를 설..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2.08
한 잎의 여자 - 오규원 그림 : 육심원 한 잎의 여자 - 오규원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여자, 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2.07
제비꽃이 보고 싶다 - 나호열 제비꽃이 보고 싶다 - 나호열 듣지 말아야 할 것을 너무 많이 들었다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너무 많이 보았다 말하지 말아야 할 것을 너무 많이 떠들었다 듣지 않는 귀 보지 않는 눈 말하지 않는 혀 그래도 봄바람은 분다 그래도 제비꽃은 돋아 오른다 뜯어내도 송두리째 뿌리까지 들어내도 가슴에는 제..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2.06
강이 풀리면 - 김동환(金東煥) 강이 풀리면 - 김동환(金東煥) 강이 풀리면 배가 오겠지 배가 오면 님도 탔겠지 님은 안타도 편지야 탔겠지 오늘도 강가서 기다리다 가노라 님이 오시면 이 설움도 풀리지 동지 섣달에 얼었던 강물도 제멋에 녹는데 왜 아니 풀릴까 오늘도 강가서 기다리다 가노라.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2.05
달빛이 흔들리는 이유 - 최정례 달빛이 흔들리는 이유 - 최정례 달빛이 삵쾡이같이 내려와서 지상의 너 강아지풀은 뾰족해진 것 칼과 같이 특이한 식물이 돼버린 것 줄기를 뻗대고 잎을 내밀고 삵쾡이 같은 달빛을 머리 위에 올려 피워보려고 수런거렸던 것 강아지 새끼가 어미젖을 찾아 얼굴을 비비대듯 허공을 비벼 초승달을 상현..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