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안진 - 내가 나의 감옥이다 유안진 - 내가 나의 감옥이다 Norah Jones - One Flight Down 한눈팔고 사는 줄은 진즉 알았지만 두 눈 다 팔고 살아온 줄은 까맣게 몰랐다 언제 어디에서 한눈을 팔았는지 무엇에다 두 눈 다 팔아먹었는지 나는 못 보고 타인들만 보였지 내 안은 안 보이고 내 바깥만 보였지 눈 없는 나를 바라보는 남의 눈을 피..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2.02
몇 개의 허영 - 마종기 몇 개의 허영 - 마종기 외국에 십년도 넘게 살면서 향기도 방향도 없는 바람만 만나다 보면 헐값의 허영은 몇 개쯤 생길 수 있지. 호박잎 쌈을 싸먹고 싶다. 익은 호박잎 잔털끝에 목구멍이 칼칼해 지도록 목포 앞바다의 생낙지도 동해의 팔팔한 물오징어도. 배가 부르면 마라톤도 뛰고 싶다. 6.25전이었..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2.01
별 - 배문성 ☆ 별 - 배문성 ☆ 한 한 달만 잊고 싶었다 그 섬에 가서 한 달만 별빛을 보고 싶었다. 아무도 모르는 그 섬에서 내가 만난 것이라고는 별빛뿐인 그 섬에서 낮에는 잠들어 아무도 보지 않고 밤에는 깨어, 쏟아지는 별빛만 만나 보고 싶었다. 맑은 밤, 파도 소리 따라 별빛이 쏟아지는 밤 알알이 내 몸에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1.31
별 - 이동순 별 - 이동순 새벽녘 마당에 오줌 누러 나갔더니 개가 흙바닥에 엎드려 꼬리만 흔듭니다. 비라도 한줄기 지나갔는지 개밥그릇에 물이 조금 고여있습니다. 그 고인 물위에 초롱초롱한 별 하나가 비칩니다. 하늘을 보니 나처럼 새벽잠이 깬 별하나가 빈 개밥그릇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1.30
달 밤 - 김남조 달 밤 - 김남조 문을 조금 열어 주면 너는 어스름 들여다 본다 문을 좀 더 열어 주면 거뭇한 역광으로 안을 내내 들여다 본다 두짝 대문 다 열었더니 너는 들어 오지 않고 하늘 높이 솟아 올라 비단 피륙만 드리우네 옛날의 사람 하나도 너처럼만 하더니만 제 몸은 아니 오고 피륙 한 필 풀더니만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1.29
뻘 배에 삶을 싣고 - 김연옥 뻘 배에 삶을 싣고 - 김연옥 해무가 깔린 썰물의 끝자락 혹독한 갯바람에 맞서 날마다 새로운 꿈이 잉태되는 갯벌의 덧문을 흔들어본다 동공에 바닷물이 출렁이는 핏발선 눈을 비비며 갯것들이 그려놓은 해독할 수 없는 암호 문자를 뻘 배로 밀며 이골이 난 삶의 흔적을 그어댄다 욕창이 짓누르듯 숨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1.28
바닥 - 문 태준 바닥 - 문 태준 가을에는 바닥이 잘 보인다 그대를 사랑했으나 다 옛일이 되었다 나는 홀로 의자에 앉아 산 밑 뒤뜰에 가랑잎 지는 걸 보고 있다 우수수 떨어지는 가랑잎 바람이 있고 나는 눈을 감는다 떨어지는 가랑잎이 아직 매달린 가랑잎에게 그대가 나에게 몸이 몸을 만질 때 숨결이 숨결을 스칠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1.26
신발論 - 마경덕 신발論 - 마경덕 2002년 8월 10일 묵은 신발을 한 무더기 내다 버렸다 일기를 쓰다 문득, 내가 신발을 버린 것이 아니라 신발이 나를 버렸다는 생각을 한다 학교와 병원으로 은행과 시장으로 화장실로, 신발은 맘먹은 대로 나를 끌고 다녔다 어디 한 번이라도 막막한 세상을 맨발로 건넌 적이 있는가 어쩌..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1.25
몽탄역 - 박라연 몽탄역 - 박라연 밤 기차를 타본 사람은 안다 마음속엔 몇 개의 몽탄(夢灘)역 있다는 것 역사 너머 저마다 연못 있다는 것 꿈으로나 만나보는 꿈이어서 다행인 풍경 있다는 것 옛날 그림자들 걸어나와 구불구불 생(生)의 왼편과 오른편에 달불을 켠다는 것 연꽃 눈 뜨는 순간의 떨림 수정으로 구른다는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1.24
나를 비켜가는 것들에 대한 예우 - 박미림 나를 비켜가는 것들에 대한 예우 - 박미림 인연은 여기까지라고 아련함이 허용 되지 않는 날 스쳐 지나가는 바람에 전해 주었다 슬픈 사실들이 하나 둘 나부낀다 사막 한 가운데에서 어디로 가야 할 지 몰라 사방을 둘러보는 내가 있었음을 눈썹이 가지런하게 누운 밤에 뒤늦은 고백을 한다 문득문득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1.23
나 홀로 길을 가네 - 미하일 레르몬또프 나 홀로 길을 가네 - М.Лермонтов (1814-1841) 미하일 레르몬또프 나는 홀로 길을 걷는다. 안개 사이로 자갈길이 반짝인다. 고요한 밤 황야는 신에게 귀기울이고 별과 별은 이야기를 나눈다. 하늘은 장엄하고 신비롭다 ! 대지는 푸른빛 속에서 잠들어 있다. - 그런데 나는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프..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1.22
동경(憧憬) - 김광섭 동경(憧憬) - 김광섭 온갖 사화(詞華)들이 무언(無言)의 고아(孤兒)가 되어 꿈이 되고 슬픔이 되다. 무엇이 나를 불러서 바람에 따라가는 길 별조차 떨어진 밤 무거운 꿈 같은 어둠 속에 하나의 뚜렷한 형상(形象)이 나의 만상(萬象)에 깃들이다.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1.21
바늘이 만드는 길 - 김주혜 바늘이 만드는 길 - 김주혜 한 쪽 귀가 풀어진 채 마름질은 끝나 있었다 풀어진 귀 속으로 어제가 꿰이고 그것은 매듭을 만들면서 한 땀 한 땀 떠가는 내 앞에 빈 터를 연다 몸속에 자리하고 있을 잠들지 않은 꿈 말없이 감추며 한 올의 흩어짐도 허용치 않는 걸음 위로 아이의 눈썹 같은 길이 눕는다 매..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1.20
가을이 서럽지 않게 - 김광섭 가을이 서럽지 않게 - 김광섭 하늘에서 하루의 빛을 거두어도 가는 길에 쳐다볼 별이 있으니 떨어지는 잎사귀 아래 묻히기 전에 그대를 찾아 그대 내 사람이리라 긴 시간이 아니어도 한 세상이니 그대 손길이면 내 가슴을 만져 생명의 울림을 새롭게 하리라 내게 그 손을 빌리라 영원히 주라 홀로 한쪽..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1.19
가마솥에 대한 성찰 - 복효근 가마솥에 대한 성찰 - 복효근 어디까지가 삶인지…… 다 여문 참깨도 씹어보면 온통 비린내 뿐 이쯤이면 되었다 싶은 순간에도 또 견뎌야할 날들은 남아 참깨는 기름집 가마솥에 들어가 죽어서 비로소 제 몸을 참깨로 증명하는구나 그렇듯 죽음 너머까지가 참깨의 삶이라면 두려운 것은 죽음이 아니..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