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망록 - 문정희 비망록 - 문정희 남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남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가난한 식사 앞에서 기도를 하고 밤이면 고요히 일기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구겨진 속옷을 내보이듯 매양 허물만 내보이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너는 내 가슴에 아직도 눈에 익은 별처럼 박혀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2.26
바람은 그대 쪽으로 - 기형도 바람은 그대 쪽으로 - 기형도 어둠에 가려 나는 더 이상 나뭇가지를 흔들지 못한다. 단 하나의 영혼을 준비하고 발소리를 죽이며 나는 그대 창문으로 다가간다. 가축들의 순한 눈빛이 만들어 내는 희미한 길 위에는 가지를 막 떠나는 긴장한 이파리들이 공중 빈 곳을 찾고 있다. 외롭다. 그대, 내 낮은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2.25
여자는 나이와 함께 아름다워진다 - 신달자 여자는 나이와 함께 아름다워진다 - 신달자 여자에게 소리없이 다가오는 나이의 불안은 어디에서 오는가? 여자는 나이와 함께 성숙하고 나이와 함께 아름다워진다. 가끔 나이를 묻는사람을 만난다.... 나는 그때도 별 감정없이 나이를 말하는데 말하는 자신에게보다는 듣는 사람의 표정에서 내 나이가..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2.24
新 황진이 - 최지수 그림 : 김기창화백 新 황진이 - 최지수 내게 잠시 머물던 것은 바람이었나니 내게 잠시 머물던 것은 이슬이었나니 사랑 하나 받지 못하고 누군가 오늘 거기서 죽었나니 차디찬 한낮 꿈이 되어 그리움으로 그렇게 울다 간 사람아. 따듯하게 머물던 이 자리도 사랑이 없으면 무슨 소용이오리까 새벽 이슬..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2.23
물빛 - 마종기 물빛 - 마종기 물이 깨어져서 많은 물방울이 된다. 물이 깨어져서 많은 자식이 된다. 물방울은 작지만 많은 자리가 넘치게 차고 색이 온몸에 번진다. 자식은 부모보다 빛나고 아름답다. 물의 아버지가 깨어지지 않으면 빛나는 것은 태어나지 않는다. 물방울이 낮은 곳에 모이면 아버지가 된다. 그래서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2.22
옛집 - 이형권 옛집 - 이형권 무너진 흙담 아래 늙으신 아버지의 기침소리가 풀꽃처럼 흔들리는 곳 긴 겨울밤을 지새우던 쇠죽방 구둘장은 무너져 내리고 두레박속에 메아리를 건져올리던 우물도 말라버렸지만 그리운 곳에 옛집이 있다 뒤란 동백나무 숲속에서 꽃잎을 줍고 술래가 되어 헤메이던 화살바위에서 먼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2.21
겨울 산행 - 최동룡 겨울 산행 - 최동룡 하늘은 언제나 목마른 자를 위해 한 삽 가득 눈발을 퍼붓고 창가엔 차곡차곡 시집이 쌓이고 우리는 그것이 게워내는 무수한 표정을 지나 가파른 산행을 한다 제 흥에 겨웠다 지는 바람 살아온 절반은 길섶에 묻어두고 고삐처럼 끌고 다니는 저마다의 길 더러는 자투리로 꽃 한송이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2.19
돌매화나무처럼 - 원재훈 돌매화나무처럼 - 원재훈 나의 사랑은 그러고 싶다 돌에서 피는 나무처럼 단단하고 싶다 들꽃보다 작은 그리움의 키를 낮추고 사람 하나를 사랑한다는 일이 높은 산에 저 스스로 씨 뿌리고 저 스스로 자랄 만큼만 자라는 그런 그리움이고 싶다 돌에서 피는 사랑이고 싶다 하얀 마음 붉은 마움 돌 속에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2.18
얼음 풀린 봄 강물(섬진마을에서) - 곽 재구 얼음 풀린 봄 강물(섬진마을에서) - 곽 재구 당신이 물안개를 사랑한다고 말했을 때 나는 그냥 밥 짓는 연기가 좋다고 대답했지요 당신이 산당화꽃이 곱다고 얘기했을 때 나는 수선화꽃이 그립다고 딴말했지요 당신이 얼음 풀린 봄 강물 보고 싶다 말했을 때는 산그늘 쭉 돌아앉아 오리숲 밖 개똥지빠..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2.17
눈이 내리느니 ㅡ 김동환(金東煥) 눈이 내리느니 ㅡ 김동환(金東煥) 북국에는 날마다 눈이 내리느니, 회색 하늘 속으로 흰 눈이 퍼부을 때마다 눈 속에 파묻히는 하아얀 북조선이 보이느니. 가끔가다가 당나귀 울리는 눈보라가 막북강 건너로 굵은 모래를 쥐어다가 추위에 얼어 떠는 백의인의 굿볼을 때리느니. 춥길래 멀리서 오신 손..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2.16
너의 하늘을 보아 - 박노해 너의 하늘을 보아 - 박노해 네가 자꾸 쓰러지는 것은 네가 꼭 이룰 것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자꾸 길을 잃어버린 것은 네가 가야만 할 길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다시 울며 가는 것은 네가 꽃 피워 낼 것이 있기 때문이야 힘들고 앞이 안 보일 때는 너의 하늘을 보아 네가 하늘처럼 생각하는 너를 하늘처..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2.15
나를 위한 기도 - 오광수 * 나를 위한 기도 - 오광수 * 나를 더 가난한 마음이 되게 하셔서 많이 겸손하게 하소서 소중한 오늘을 교만한 눈으로 뜨지 않게 하시고 오만스런 말을 하지 않게 하시며 거만한 행동이 되지 않게 하셔서 나로 하여금 상처받는 사람이 없게 하소서 나를 더 순수한 마음이 되게 하셔서 많이 온유하게 하..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2.14
강물 - 천상병 강물 - 천상병 강물이 모두 바다로 흐르는 그 까닭은 언덕에 서서 내가 온 종일 울었다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밤새 언덕에 서서 해바라기처럼 그리움에 피던 그 까닭만은 아니다 언덕에 서서 내가 짐승처럼 서러움에 울고 있는 그 까닭은 강물이 모두 바다로만 흐르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2.13
歲月이 가면 - 박인환 > 歲月이 가면 - 박인환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취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2.12
철새는 그리움의 힘으로 날아간다 - 이해리 철새는 그리움의 힘으로 날아간다 - 이해리 제 떠나왔던 도래지로 날아가려는 겨울 철새는 맹목적이다 공중에서 비행기를 만나도 피하지 않는다 한 마리 꼬까도요새 비행기와 충돌했다 새의 몸은 엔진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엔진이 망가진 비행기는 허둥지둥 회항한다 조그만 새의 의지를 거대한 비..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