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철학자87 - 알퐁스 도데
역자 후기
이 책은 알퐁스 도데가 1868년 처음으로 발표한 그의 자서전적 소설
"Le Petit Chose"를 완역한 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다니엘 에세뜨는 바로 작가 자신이다.
바빌론으로 유배당했던 예언자 다니엘처럼 여린 감성의 시인 다니엘 에세뜨
또한 싸르랑드에서 외롭고 쓸쓸한 자습감독 교사로 일한다.
예언자 다니엘은 꿈을 읽어 내고 신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궁정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시인이란 예언자에 다름아닌 것이다). 하지만 박해를 조심하라!
적들은 예언자 다니엘을 두 번씩이나 사자굴에 집어던진다.
하지만 그는 손끝 하나 다치지 않고 거기서 빠져 나오는 것이다.
우리의 다니엘도 박해자들의 발톱으로부터 무사히 빠져나온다.
왜냐하면 그는 시를 썼기 때문이다.
알퐁스 도데는 1840년 5월 13일 님므에서 태어났다
(주인공 다니엘이 18xx년 5월 13일에 랑그도끄에서 태어났다는 점을 기억하시라).
도데의 아버지 빈센트 도데 또한 다니엘의 아버지인 에세뜨 씨를 꼭 닮아서
불같은 성질에 빽빽 소리를 질러 댔지만 본성은 아주 착한 사람이었다 한다.
빈센트 도데나 에세뜨 씨는 둘 다 비단장사이다.
결국은 파산을 하게 된 두 사람은 가족을 데리고 안개가 자주 끼기는 하지만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리용으로 간다.
다니엘의 어머니 에세뜨 부인과 도데의 어머니는 두 사람 모두 헌신적이고 신앙심이 깊은 여인이다.
하지만 실제로 도데의 어머니의 삶은 더욱 불행했다.
이 고통의 어머니는 열일곱 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낳았는데 그 중 열네 명이 죽고 말았다.
소설 속에서 에세뜨 부부는 세 명의 아들을 두고 있는데
그중에서 큰형인 신부는 스물네 살에 죽고 자끄와 다니엘만 남게 된다.
영원한 눈물의 샘인 자끄는 이 소설의 라이트모티프(중심사상)로서 절대적인 선의의 상징이다.
가족이 뿔뿔이 헤어지게 되자 자끄는 다니엘의 엄마 노릇을 한다.
오페라의 주인공처럼 그는 희극과 비극을 끝없이 연출하면서 동생 다니엘을 보호한다.
"자끄, 넌 바보야!..."라는 소리를 수도 없이 들어가면서도 말이다.
주인공 다니엘이야말로 알퐁스 도데의 분신이다.
영원한 어린애인 그의 여성적이며 나르시스적인 영악함과
순진무구함의 심연으로부터는 창조의 환희와 삶의 고통이 샘솟듯 솟아나온다.
도데는 선과 악, 태양과 어둠이라는 강렬하고 일반적인 마니교적 기법에 의존하고 있다.
주인공 다니엘은 어둠 속으로 끌어들이려는 여자 흡혈귀와 같은 이르마 보렐과
순결한 처녀 삐에로뜨 양의 대립과 갈등 속에 방황한다.
마치 비제의 작품에서 악마와도 같은 카르멘과 순결한 미카엘라가 대립하는 것과 같은 수법이다.
이러한 이원론적 기법은 다니엘이 도자기 장사의 딸인 삐에로뜨 양에게서
신중하고 엄격한 소시민 처녀와 환상의 여인인
검은 눈동자를 동시에 본다는 사실에서도 발휘되고 있다.
이렇게 되풀이되는 음악적 주제는 바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늘상 하나의 사랑하는 사람을 찾고 있다는 걸 증명해 준다 할 수 있다.
결국은 선이 승리를 거둔다.
어머니나 다름없는 자끄는 동생 다니엘을 거짓과 허약함과 악의 힘으로부터 구해내고 있다.
실제로 알퐁스 도데 자신도 글의 힘을 빌어 불행의 온갖 미망으로부터 헤어난다.
이 소설에서 다니엘은 시를 포기한다.
그는 삐에로뜨 양과 결혼하여 도자기를 파는 건강한 삶의 길을 걷게 된다.
실제로 도데는 아내와 장인 장모에 의해 가난을 벗어난다.
그의 아내는 그가 자신의 마귀를 쫓아내도록 하기 위해 그에게 일을 시켰으며,
그의 부유한 장인 장모는 그의 빚을 갚아 주었던 것이다.
유익한 자전적 소설이 보급되지 않은 까닭에 이기적이고 현실과는 거리가 먼
소위 로맨스 소설이 판을 치고 있는 우리의 상황하에서
이 소설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과 현실에 대한 씁쓸하고도 냉정한 인식을 보여줌으로써
독자들을 감동시켜 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끝으로 어려운 출판 사정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의 번역, 출간을 허락해 주신 출판사측과 도와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1987 년 3월
역자 이재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