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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 스펜서 존슨

Joyfule 2021. 2. 16. 10:10
    
    
      Who moved my cheese? 저자 : Spencer Johnson 역자 : 이영진 '치즈'가 소중할수록 그것을 꼭 붙잡아라. 다음날 두 꼬마인간은 어떻게 해서든 치즈를 찾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C창고로 향했다. 그러나 상황은 변한 것이 없었다. 여전히 치즈는 그곳에 없었다. 그들은 망연자실한 채 굳어버린 동상처럼 움직임 없이 그곳에 서있었다. 허는 있는 힘을 다해 두 눈을 꼭 감고 손으로 귀를 막았다. 모든 것을 닫아버리고 싶었다. 그는 치즈의 재고량이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어느 날 갑자기 송두리째 없어졌다고 믿었다. 허는 상황을 분석했다. 그리고 거대한 사고체계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그의 두뇌를 이용해 사태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마침내 허는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고 나서 말했다. "스니프와 스커리는 어디에 있지? 혹, 우리가 미처 몰랐던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던 건 아닐까?" 헴이 비웃었다. "그것들이 뭘 알겠어? 그것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면 단순히 반응하는 생쥐일 뿐이야. 우리는 꼬마인간이다. 그들과는 달라. 우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그리고 더 나은 대접을 받을 자격도 있고, 이런 일이 우리에게 일어나서 는 안돼. 만일 일어난다 해도 우리는 어느 정도의 보상을 받아야 해." "왜 우리가 보상을 받아야 하지?" 허가 물었다. "우리는 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 "무슨 권리?" "우리는 치즈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어." "왜?" "우리 때문에 치즈가 사라진 게 아니야. 누군가 다른 사람이 치즈를 모조리 훔쳐간 거라구. 그러니 우리는 그에 따른 응분의 보상을 받아야 해." "아니, 우리도 이제 새 치즈를 찾아나서야 해. 우리에겐 보상을 받을 자격도 권리도 없어. 치즈는 사라져버렸어. 더 이상 불필요한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고." 허가 말했다. "절대로 안 돼." 헴은 끝내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고 반대했다. "나는 이 문제를 근본까지 파헤칠 거야." 헴과 허가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는 사이, 스니프와 스커리는 이미 제 갈 길을 가고 있었다. 그들은 미로 깊숙히 들어가서 좁은 길을 오르락 내리락하며 치즈가 있을 만한 창고를 찾아다녔다. 오직 새 치즈를 찾아야 한다는 일념이 그들을 인도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그들은 마침내 N치즈창고에 도착했다. 문을 열자 어마어마하게 쌓인 치즈덩어리들이 그들의 눈앞에 드러났다. 그들은 너무 좋아 비명을 질렀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것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그들은 마치 꿈결인 듯 창고 안으로 이끌려 들어갔다. 난생 처음 보는 온갖 종류의 치즈가 그들을 반겼다. 스니프와 스커리가 감격에 젖어있는 동안, 아직도 헴과 허는 C창고에서 사태를 분석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제 현실적인 고통을 느끼기 시작했다. 배고픔의 강도는 더해갔고, 마음에 좌절과 분노가 생겨 사태의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기 시작했다. 허는 이따금 스니프와 스커리가 새 치즈를 찾았는지 궁금했다. 그들이 어디에 있을지 모르는 치즈를 찾아 힘들게 뛰어다니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오래 지나지 않아 결국 찾아내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때때로 허는 스니프와 스커리가 새 치즈를 찾아내어 맛있게 먹는 모습을 상상했다. 갑자기 미로 속으로 뛰어들고 싶다는 충동이 느껴졌다. 신선한 치즈를 발견해 맛있게 먹는 자신의 모습을 생각할수록 C창고에 대한 미련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가자." 허가 소리쳤다. "싫어." 헴이 단호하게 거절했다. "나는 이곳이 좋아, 편해. 다른 곳은 몰라. 다른 곳은 위험해." "그렇지 않아. 처음 이곳을 발견했을 때를 생각해 봐. 바로 미로를 통해서였다고. 우린 다시 시작할 수 있어." "난 이제 너무 늙었어. 길을 잃고 헤매는 멍청이가 되고 싶지 않아. 너는 어 때?" 그 말을 듣자 허의 마음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고개를 들었다. 조금 전까지 그를 사로잡고 있던 새 치즈에 대한 희망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어버리고 말았다. 매일 그들은 같은 일을 되풀이했다. 창고에 가서 한 조각의 치즈도 발견하지 못한 채 걱정과 좌절에 빠져 집으로 돌아왔다. 그들은 현실을 부정하려고 노력했지만, 날이 갈수록 의기 소침해지고 신경도 날카로워져서 쉽게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잠이 들어도 악몽에 시달리느라 깊은 잠에 빠지지 못했다. 그들의 집은 더 이상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는 휴식처가 아니었다. 헴과 허는 여전히 C창고를 서성거리며 매일 치즈를 기다렸다. 헴이 새로운 제안을 했다.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창고 안에는 없는 것 같아 . 치즈는 아마 이 근처에 있을 거야. 벽 뒤에 숨겨져 있을지도 몰라." 다음날 헴과 허는 연장을 가져왔다. 헴이 끌을 벽에 대고 허가 망치로 내리쳐서 창고 벽에 구멍을 만들었다. 힘들고 지쳤지만, 그들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더욱 더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남은 것은 벽에 뚫린 큰 구멍밖에 없었다. 허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우린 좀더 기다려야 할 것 같아. 조만간 누군가가 다시 치즈를 제자리로 가져다 놓을 거야." 헴이 허를 달랬다. 허는 그말을 믿고 싶었다. 그러나 치즈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