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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로역정 2부 28 - John Bunyan

Joyfule 2008. 9. 4. 00:47
    
          천로역정 2부 28 -  John Bunyan  
    크리스티아나가 말했다. 
    "당돌한 부탁입니다만, 
    전에 남편이 묵었던 방에서 잘 수 있게 해주십시오." 
    그리하여 그들은 위로 올라가 모두 한 방에 눕게 되었다. 
    잠자리에 들자 크리스티아나와 자비심은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크리스티아나 : 전에 남편이 길을 떠날 때만 해도 
    내가 이렇게 뒤따라오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자비심 : 그리고 그분이 묵으셨던 방에서 그분이 누우셨던 침대에 
    이렇게 눕게 되리라고는 미처 생각 못하셨겠지요. 
    크리스티아나 : 그뿐이 아니지요. 
    마음 놓고 그분의 얼굴을 본다거나 그분과 함께 
    왕이신 우리 주님을 섬기게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 못했는데 
    지금은 그 두 가지 일이 모두 다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자비심 : 잠깐! 저 소리가 들리세요? 
    크리스티아나 : 예, 들려요. 우리가 여기에 온 것을 기뻐하는 음악소리 같군요. 
    자비심 : 멋있어요! 
    우리가 이곳에 온 것을 기뻐하는 음악이 집안에서, 
    가슴속에서 그리고 또한 하늘나라에서  울리다니요! 
    그들은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누다가 잠이 들었다. 
    아침이 되어 잠에서 깨어나자 크리스티아나가 자비심에게 말했다. 
    크리스티아나 : 
    간밤에 잠을 자면서 빙그레 웃던데 왜 무슨 꿈을 꾸었나요? 
    자비심 : 예, 꿈을 꾸었습니다. 
    그것도 아주 달콤한 꿈을요. 그런데 제가 정말로 웃었어요? 
    크리스티아나 : 그럼요. 아주 즐거운 듯 웃던 걸요. 
    자비심 양, 그 꿈 이야기 좀 한번 해봐요. 
    자비심 : 꿈속에서 저는 외딴 곳에 혼자 앉아 
    제 마음이 너무 완강하다고 탄식하며 울고 있었어요. 
    그곳에 앉아 있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제 주위로 몰려와서는 저를 쳐다보기도 하고, 
    제가 하는 말을 들으려고 하는 것도 같았습니다. 
    그들은 귀를 기울였고 저는 계속하여 
    제 마음이 너무 완강함을 한탄하고 있었지요. 
    그러나 모여든 사람들 가운데 더러는 저를 비웃었고, 
    또 더러는 저를 밀어내기 시작하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바로 그때 날개를 가진 누군가가 머리 위에서 
    제게로 날아서 내려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는 곧바로 제게로 와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비심, 무슨 일로 괴로워하고 있습니까?" 
    그래서 제 고민을 이야기했더니 그는 저를 위로하며 말했습니다. 
    "그대에게 평안이 있을지라." 
    그리고 그는 손수건으로 제 눈물을 닦아 주고는 
    금과 은으로 장식한 옷을 입혀주었습니다. 
    또한 목에는 목걸이, 귀에는 귀고리, 
    머리에는 아름다운 왕관을 씌워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제 손을 잡더니 말했습니다.
    "자비심, 나를 따라와요." 
    그래서 저는 그분을 따라 황금으로 된 문이 있는 곳까지 올라갔습니다. 
    그가 문을 두드리자 안에 있던 사람들이 문을 열어주었고, 
    안으로 들어간 그를 따라 나는 높은  의자에 
    한 분이 앉아 계신  곳까지 가게 됐습니다. 
    그 높은 의자에 앉아 계시던 분이 저를 보고 말씀하시는 것이었어요. 
    "어서 오너라. 내 딸아." 
    그곳은 눈부시게 밝았고 별처럼, 아니 태양처럼 빛나고 있었습니다. 
    거기서 저는 아주머니의 남편 되시는 분을 뵌 듯도 합니다. 
    그때 꿈에서 깨어났지요. 
    그런데 정말로 제가 웃었어요? 
    크리스티아나 : 웃었느냐고요? 
    그런 좋은 꿈을 꾸면서 웃지 않을 수 있겠어요? 
    당신이 꾼 꿈은 틀림없이 길몽이에요. 
    반쪽은 꿈에서 봤으니 나머지는 실제로 보게 될 거예요. 
    하나님은 한 번 말씀하시고는 다시 말씀하시지만 
    인간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지요. 
    꿈속에서나 한밤중의 환상을 통해서나 깊은 잠에 빠졌을 때나 
    침상에 누워 있을 때 하나님과 이야기하기 위해 
    반드시 깨어 있을 필요는 없지요. 
    그분은 우리가 잠자고 있을 때도 찾아오실 수 있고, 
    또 그 음성을 들려주실 수 있으니까요. 
    잠이 들었을 때도 우리의 마음은 깨어 있으므로 
    하나님은 말씀이나 격언, 징조, 혹은 비유로 
    깨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말씀하실 수가 있다는 말입니다. 
    자비심 : 어쨌든 그런 꿈을 꾼 게 대단히 기뻐요. 
    머지않아 그 꿈이 이루어져 다시 한 번 웃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크리스티아나 : 이젠 일어나서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아봐야겠습니다. 
    자비심 : 저, 만일 저분들이 며칠 동안 여기에 더 머무르라고 한다면 
    기꺼이 그 청을 받아들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잠시 머물면서 이 집에 있는 아가씨들과 좀 더 사귀어보고 싶어요. 
    '세심함'이나 '경건함', '박애' 모두 얌전하고 똑똑한 아가씨들인 것 같더군요. 
    크리스티아나 : 그들이 어떻게 할 지 기다려봅시다. 
    그리하여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옷매무시를 고치고는 아래로 내려갔다. 
    거기에 있던 사람들이 저마다 그들에게 
    간밤에 잠자리는 불편하지 않았는지 어떤지 물어보았다. 
    "아주 편안했습니다." 
    자비심이 대답했다. 
    "평생 어젯밤처럼 편안한 잠자리에서 자본 적이 없었답니다." 
    그러자 세심함과 경건함이 말했다. 
    '며칠 동안 여기에 더 머무르시겠다면 성심껏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네, 즐거운 마음으로……." 
    박애가 말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