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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로역정 2부 30 - John Bunyan

Joyfule 2008. 9. 6. 00:34
    
            천로역정 2부 30 -  John Bunyan  
    그런데 그때 자비심에게 한 방문객이 찾아와 사귀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이름은 '쾌활함'이었다. 
    교양이 있고 신앙심이 있는 척했지만 실은 매우 세속에 물든 사람이었다. 
    그는 자비심에게 몇 번 찾아오더니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했다. 
    자비심은 아름답고 매우 매혹적인 여자였던 것이다. 
    그녀는 또한 항상 무슨 일이든 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성격이었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 할 일이 없을 때면 
    양말과 옷을 만들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다. 
    그녀가 그런 것들을 만들어 어디에 어떻게 쓰는 줄 모르는 쾌활함 씨는 
    다만 그녀가 게으르지 않으며 매우 부지런하다는 사실에 감복된 것 같았다. 
    그는 혼자 중얼거렸다. 
    '좋은 색시가 되겠군!' 
    자비심은 집안 식구들에게 사실을 털어놓고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들려달라고 부탁했다. 
    아무래도 그들이 자기보다 그에 대해 더 잘 알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그가 매우 분주한 젊은이로서 
    신앙심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선한 능력과는 거리가 먼 사람 같다고 말해 주었다. 
    "그렇다면 안 되겠군요." 
    자비심이 말했다. 
    "다시는 그를 만나지 않겠어요. 
    내 영혼에 방해가 되는 것은 결코 가까이하지 않을 생각이니까요." 
    세심함이 그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일은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라고 말해 주었다. 
    자비심이 가난한 사람을 위해서 계속 일하기만 하면 
    그는 쉽게 정열이 식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가 다시 찾아왔을 때 자비심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무엇을 만드는 일에만 열중했다. 
    그가 말했다. 
    "매일 무슨 일을 그리 열심히 하오?" 
    그녀가 대답했다. 
    "네, 나를 위하는 일이면서 또 남을 위하는 일이기도 하지요." 
    "그래, 하루에 얼마나 벌어들입니까?" 
    하고 그가 물었다.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하는 이 일은 다가올 최후의 시간에 대비하여 선행을 쌓고 
    좋은 터를 잡아 영원한 삶을 얻기 위해서 하는 것이랍니다." 
    그가 물었다. 
    "그렇다면 그것들을 어떻게 처분하시오?" 
    "헐벗은 사람들에게 입히지요." 
    하고 그녀가 대답했다. 
    이 말을 듣고 그의 얼굴 표정이 달라졌다. 
    그 뒤 그는 두 번 다시 그녀를 찾아오지 않았다. 
    왜 발을 끊었냐는 질문에 그는 
    그녀가 예쁘기는 하지만 머리가 좀 돌았다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가 그녀 곁을 떠나자 세심함이 말했다. 
    "쾌활함 씨는 쉽게 당신을 포기할 것이라고 한 내 말이 맞지요? 
    그리고 그는 분명히 당신에 대해 
    좋지 못한 소문을 퍼뜨리고 돌아다닐 겁니다. 
    그가 신앙심이 있고 사랑하는 척하지만, 
    서로 판이한 성격 때문에 결코 짝이 될 수 없다고 나는 생각해요." 
    자비심 : 말은 안 했지만 내게는 남편이 되고 싶어 한 사람이 여럿 있었답니다. 
              그들은 모두 내 외모에 대해서는 흠을 잡지 않았으나 
              내 마음의 상태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결코 그들과 결합할 수가 없었지요. 
    세심함 : 요즘 세상에 자비심이란 
              그저 하나의 명목에 불과할 뿐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답니다. 
              실제로 자비를 베풀려면 당신과 같은 정신 상태를 가져야 하는데, 
               그런 정신 상태를 견뎌낼 사람은 극히 드물거든요. 
    자비심이 말했다. 
    "좋습니다. 
    만약 아무도 나를 아내로 맞아줄 사람이 없다면 나는 그냥 처녀로 죽든지, 
    아니면 내 정신 상태를 남편으로 삼고 살아가겠습니다. 
    내 성격을 고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내 성격과 상반되는 사람을 
    살아있는 동안 결코 받아들일 수도 없습니다. 
    내게는 이처럼 야비한 남자와 결혼한 '관대함'이라는 언니가 있습니다. 
    그런데 언니는 결혼한 후에도 계속하여 가난한 이들을 보살펴주었습니다. 
    그래서 둘은 사이가 좋지 않았어요. 
    마침내 형부는 길거리에서 언니를 구박하더니 집밖으로 내쫓아버렸어요." 
    세심함 : 그러면서도 그는 역시 신앙고백자였겠지요? 맞지요? 
    자비심 : 예, 그랬어요. 
              지금 세상은 그런 사람들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습니다. 
              나는 그런 무리들과는 상종도 하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