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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로역정 2부 43 - John Bunyan

Joyfule 2008. 9. 25. 00:57
    
     천로역정 2부 43 -  John Bunyan  
    "안심하시고 일어나시오, 
    당신을 위해서 문을 열었습니다. 
    들어오시오. 당신은 축복받은 사람이오." 
    그러자 그는 벌벌 떨며 일어나 문안으로 들어갔지요. 
    들어가서도 그는 부끄러워 얼굴을 듣지 못했습니다. 
    어쨌든 그 안에서 잠시 머무르면서 아시는 바와 같이 
    융숭한 대접을 받고 그는 가던 길을 계속 가라는 권고를 받았습니다. 
    또 어떤 길로 가야 하는가도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우리 집까지 오게 됐습니다. 
    그러나 문 앞에서 그랬듯이 그는
    우리 주인이신 통역관님의 문 밖에서 어쩔 줄 모르고 서 있었습니다. 
    그는 꽤 오랫동안 추위에 떨면서 서 있다가 
    마침내 용기를 내어 사람을 불렀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집으로 되돌아가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밤은 참으로 길고 추웠습니다. 
    그런데 알 수 없게도 그는 품속에 
    우리 주님께 전할 서신을 한 장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서신에는 그를 따뜻하게 영접해 주고, 
    특별히 그가 심약한 사람이니 든든하고 용감한 안내자를 
    한 사람 딸려 보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문 두드리기를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거기에서 거의 굶어 죽을 지경이 다 되도록 
    일어섰다 앉았다 하고만 있었습니다.                
    정말로 그의 절망감이 어찌나 큰지 
    그는 몇 사람이 문에 와서 두드리고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도 
    감히 엄두를 못 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마침내 제가 우연히 창밖을 내다보다가 
    어떤 사람이 문밖에서 일어섰다 앉았다 하는 것을 보게 됐습니다. 
    저는 문밖으로 나가서 누구냐고 물었습니다. 
    그러나 그 가엾은 사람은 눈물만 글썽거릴 뿐이었습니다. 
    저는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금방 알아차렸습니다. 
    저는 집안으로 들어와 식구들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고 우리 주인님께도 말씀드렸습니다.                     
    주인님께서는 제게 밖으로 나가 그 사람을 데리고 들어오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막상 그를 설득시켜 안으로 들여보내는 데 무진 애를 먹었습니다. 
    마침내 그가 집안으로 들어오자 
    주인님께서는 극진히 대접하셨지요. 
    식탁에는 훌륭한 음식이 많이 차려져 있었는데 
    거의 그의 접시에 담겨져 있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서신을 주인님께 내밀었습니다. 
    그 편지를 읽어보시고 주인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사람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어라." 
    그는 그곳에 오래 머물면서 극진한 대접을 받았는데, 
    그동안에 조금 자신이 생기고 안심이 되는 모양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주인님께서는 
    특별히 두려워하고 있는 사람에게 매우 다정하시고 부드러우신 데다가 
    그의 용기를 북돋아주는 데 온 힘을 기울였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가 거기에 있는 모든 것을 보고 난 후, 
    하늘나라를 향한 여행을 다시 계속하려고 채비를 차리고 있을 때 
    주인님께서는 전에 크리스찬에게 하신 것처럼 
    그에게도 술병과 맛있는 음식 몇 가지를 주셨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길을 떠났습니다. 
    제가 그의 앞장을 섰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큰소리로 한숨만 쉴 뿐 거의 말이 없었습니다. 
    세 사람이 목매달려 있는 장소에 도착하자 
    그는 자기도 저런 꼴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십자가와 그 옆에 있는 무덤을 볼 때만은 그도 기뻐하더군요. 
    그는 거기서 조금 더 머물며 십자가를 보자고 했습니다. 
    그러더니 약간 생기가 도는 듯 했습니다. 
    우리가 고생길 언덕에 도착했을 때 그는 
    조금도 고통스러워하는 기색이 아니었으며, 
    사자도 그다지 무서워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여행 도중에 만나는 그런 고난이나 위험을 염려하는 것이 아니라 
    최후에 하늘나라의 문에서 자신이 받아들여질까에
    대해 의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나는 그를 '아름다운 집'으로 데리고 들어갔습니다. 
    그는 거기서도 주저하며 들어서지를 못했습니다. 
     집안으로 들어가자 나는 그 집의 처녀들을 그에게 소개해 주었는데, 
    그는 부끄러워하며 함께 어울리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혼자 있고 싶어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재미있는 이야기는 좋아하는지 가끔 병풍 뒤에 숨어서 
    아가씨들이 하는 이야기를 몰래 엿듣곤 했습니다. 
    그는 또한 옛날 물건들을 보는 것을 대단히 좋아했으며 
    그것들을 마음 속 깊이 간직해 두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그는 내게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