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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로역정 2부 44 - John Bunyan

Joyfule 2008. 9. 26. 02:01
    
     천로역정 2부 44 -  John Bunyan  
    이미 거쳐 온 두 곳, 
    즉 좁은 문과 통역관의 집에 들어가기를 몹시 원했지만 
    막상 문을 두드릴 용기가 나지 않더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아름다운 집을 떠나 겸손의 계곡으로 내려갔는데 
    제 평생에 그렇게 잘 내려가는 사람은 보지 못했습니다.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내려가는 것을 보니 
    그는 결국 행복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로 내가 보기에 그 사람은 
    그 계곡과 어떤 연민의 정 같은 것이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의 여행 도중 그때처럼 그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으니까요. 
    거기에서 그는 땅에 뒹굴기도 하고, 땅을 끌어안기도 했으며 
    그리고 계곡에 피어 있는 꽃들에 입을 맞추기도 했습니다. 
    그는 매일 아침 새벽에 일어나서 
    계곡의 이곳저곳을 산책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죽음의 그늘 계곡 입구에 들어섰을 때 
    저는 꼭 그를 잃어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그것은 그가 집으로 되돌아가려고 해서가 아니라 
    무서움에 질려 거의 숨이 넘어갈 지경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 도깨비들이 날 잡아먹을 거야. 
    도깨비들이 날 잡아먹어!" 
    이렇게 울부짖는데 어떻게 진정시킬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가 너무 소리를 질렀으므로 만약 도깨비들이 
    그 소리를 들었더라면 용기백배하여 달려왔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아주 이상한 일을 보게 됐습니다. 
    그가 계곡을 지나가는 동안에는 
    그 전에 다른 사람들이 통과하던 때와는 다르게 
    그 계곡이 조용한 것이었습니다. 
    그곳의 적들이 우리 주님의 특별한 조치를 당하고 있으며, 
    두려움 씨가 지나갈 동안에는 나타나지 말라는 
    명령을 받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길게 늘어놓아서 지루하겠지만 
    한두 마디만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허영의 시장에 도착했을 때 그는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과 싸우려고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저는 우리 둘이 몰매를 맞아 죽지나 않을까 겁까지 났습니다. 
    그만큼 그는 지독하게 그들의 바보짓을 비난하는 것이었습니다. 
    마법에 걸린 지역에서도 그는 매우 또렷또렷했습니다. 
    그러나 다리가 없는 강에 도착하자 
    그는 다시 깊은 시름에 잠기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이제 나는 영원히 물속에 빠져서 
    그렇게도 오랜 여정을 통과하면서 뵈오려던 
    주님의 얼굴은 영영 보지 못하게 되겠구나." 
    그런데 또 여기에서 전에 볼 수 없었던 유별난 일을 보게 됐습니다. 
    그 강물의 깊이가 그렇게 낮아진 것은 평생 처음 보았으니까요. 
    그래서 결국 그는 무릎밖에 안 차는 강을 건너게 됐습니다. 
    하늘나라 문을 향해 올라갈 때 저는 그에게 이별을 고하고 
    그가 하늘나라 문에서 환영받게 되기를 기원했습니다. 
    그가 말했습니다. 
     "염려 마세요. 저는 환영받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서로 헤어졌습니다. 
    그 후로 나는 더 이상 그를 보지 못했습니다. 
    정직함 : 결국 그 사람은 잘된 것 같군. 
    위대한 마음 : 물론입니다, 물론이에요. 
             저는 그 점에 대해 조금도 의심해 본 일이 없습니다. 
             그는 참으로 순수한 정신의 소유자였으니까요. 
             다만 그는 항상 열등감에 젖어 있었고 
             그 열등감이 자기 자신에게는 무거운 짐이었으며 
             다른 사람들에게는 골칫거리가 됐을 뿐이지요. 
             그는 어느 누구보다도 죄의식이 강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남에게 해 끼치는 걸 너무도 두려워하여 
              간혹 아주 정당한 일까지도 남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나 않을까 하여 
             억제하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