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로역정 2부 55 - John Bunyan
이렇게 하여 그들은 다시 길을 떠났다.
‘위대한 마음’과 ‘정직함’이 선두에 서고
그 다음에 크리스티아나와 아이들이
그리고 그 뒤를 심약자와 목발을 짚은 망설임이 따랐다.
정직함 : 이제 다시 길을 가게 됐으니 우리보다 먼저
순례의 길을 간 사람들에 관한
유익한 이야기가 있으면 좀 들려주시지요.
위대한 마음 : 그것 참 좋은 생각입니다.
옛날 크리스찬이 겸손의 계곡에서 아폴리온을 만나 어떻게 싸웠으며,
죽음의 그늘 계곡에서는 어떤 고생을 했는지는 들으셨겠지요.
또한 믿음이 마담 ‘음탕한’과 아담 1세, ‘불만’
그리고 ‘수치심’을 만나 어떻게 싸웠는지도 분명히 들으셨을 겁니다.
그 넷은 이 길을 가다보면 만나게 되는 악한들이지요.
정직함 : 그 이야긴 다 들었소.
하지만 무엇보다도 믿음을 괴롭힌 놈은 수치심이었지요.
그는 만만찮은 친구니까.
위대한 마음 : 예, 순례자들이 모두 그러더군요.
모든 인간들 중에서 가장 못된 이름을 가진 놈이라고요.
정직함 : 그런데 크리스찬과 믿음이 수다쟁이를 만났던 곳은 어디였지요?
그 친구 역시 주목할 만한 놈이었지요.
위대한 마음 : 그자야말로 뻔뻔스런 바보였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그를 따랐습니다.
정직함 : 그자가 믿음을 꾀려고 했었던가?
위대한 마음 : 그랬죠. 그러나 크리스찬이
금방 그자의 본색을 알아차리도록 해주었습니다.
그들은 이야기를 계속하면서 가다가 옛날 복음전도사가
크리스찬과 믿음을 만나 장차 허영의 시장에서
무슨 일을 당하게 될지 미리 이야기 해 주던 장소에 이르렀다.
그러자 그들의 안내자가 말했다.
"바로 이 부근에서 크리스찬과 믿음이 복음전도사를 만나
장차 허영의 시장에서 어떤 일을 당하게 될지 미리 이야기를 들었지요."
정직함 : 아, 그렇군! 그때 그는 꽤 어려운 성경구절을 그들에게 읽어주었지.
위대한 마음 : 그랬어요.
그러나 복음전도사는 그렇게 예언함으로써 그
들에게 용기를 주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그럼 그 두 사람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까요?
그들은 사자같이 용감한 분들이었고
얼굴은 조금도 창백해지지 않았지요.
그들이 그 시장 거리의 재판관 앞에 섰을 때
얼마나 당당했는지 기억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정직함 : 그래, 믿음은 대단히 용감하게 고난을 견뎌냈어.
위대한 마음 : 용감했죠. 그리고 용감한 사나이답게 죽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희망이나 다른 사람들이
그의 용감한 죽음을 보고 신자가 됐다니까요.
정직함 : 그렇지. 이야기를 계속하시오.
당신은 많은 일들을 알고 있군.
위대한 마음 : 크리스찬이 허영의 시장 거리를
통과해 나온 후에 만난 악한은 비리란 작자였죠.
정직함 : 비리? 그가 누구지?
위대한 마음 : 아주 못된 놈이었죠.
사기꾼이었습니다.
세상 풍조대로 종교생활을 했는데
어찌나 교활한지 신앙 때문에 손해를 본다거나
고통 받는 것은 결코 하지 않았어요.
그는 경우에 따라 자신에 맞는 종교를 가졌고
그의 아내도 그 점에서는 남편 못지않게 능란했습니다.
그는 항상 이랬다저랬다 했고 게다가
자기의 그런 변덕을 옹호까지 했지요.
그러나 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그의 종말은 비참했고,
그 자손들 가운데도 하나님을 진정으로 두려워하여
신자들의 아낌을 받은 자는 하나도 없다고 합니다.
이때쯤에 그들은 무상함의 마을이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그 마을에 허영의 시장이 있었다.
마을에 가까이 이르자 그들은 그 마을을 어떻게 통과할까에 대해
서로 상의하여 이런 저런 의견을 내놓았다.
‘위대한 마음’이 마지막으로 말했다.
"나는 몇 번 순례자들을 안내하여 이 마을을 지나간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네이손(Mr. Mnason)'이라는
이 마을 사람을 사귀어놓았습니다.
그는 사이프러스 태생으로 주님의 나이 많은 제자입니다.
그 집에 가서 묵도록 합시다.
여러분이 괜찮으시다면 여기서 바로 그 집으로 가시지요."
"좋소."
나이 많은 정직함이 말했다.
"좋아요."
크리스티아나도 말했다.
"나도 좋습니다."
심약자도 한마디 했다.
모두들 좋다고 했다.
그들이 마을의 교외에 도착했을 때는 저녁 무렵이었는데,
위대한 마음이 그 집으로 가는 길을 찾아내었다.
그들은 그리로 가 문밖에서 주인을 불렀다.
그러자 안에 있던 그 노인은 대번에
누가 왔는지를 알아차리고 문을 열어주었다.
모두들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