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
영화 <클라라>를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 혜화역 1번 출구 동숭아트센터 내 하이퍼텍나다에서 개관 10주년 기념 '나다의 마지막 프로포즈'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12월 28일 화요일 6시 10분과 29일 수요일 6시 10분, 두 차례 재상연을 합니다. 슈만의 아내 클라라를 한 평생 사랑한 브람스의 순애보를 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아래는 졸저 『빠져들다』에 나옵니다.
사랑아 나는 통곡한다
원제가 '여상속인'인 영화 <사랑아 나는 통곡한다>를 텔레비전 주말의 명화 시간에 본 적이 있다. 몽고메리 클리프트가 주인공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스승의 미망인 클라라 슈만에 대한 브람스의 사랑이야말로 이 영화 제목에 걸맞는 것이었다. 브람스는 그녀를 일평생 동안 열렬히 사모했지만 한 순간도 절제의 벽을 넘어서지 않는 순수함을 지켰다. 평생을 독신으로 살다가 클라라 슈만이 죽자 1년도 못 되어 따라죽으면서까지…….
브람스는 3류 연주자의 아들로 빈민가에서 태어나 아버지에게 바이올린과 첼로를 배웠다. 아들의 재능이 범상치 않음을 간파한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브람스는 여덟 살 때부터 당대의 일급 연주자 코셀에게 가서 피아노를 배웠다. 작곡에 재능을 보여 열다섯 살 때부터 작곡을 시작했고. 하지만 저녁에는 살롱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며 일찍부터 생계를 책임져야만 했다.
브람스는 스물한 살 때 궁핍에서 벗어나려는 방편으로 바이올리니스트 레메니와 함께 연주 여행을 떠나게 된다. 브람스의 재능을 높이 산 레메니는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 요아힘과의 만남을 주선해준다. 요아힘은 브람스가 피아노보다 작곡에 더 재능이 있음을 알아차리고는 대작곡가 로베르트 슈만을 찾아가 곡을 보여드리라고 부추기며 소개까지 해, 브람스는 슈만의 집 문을 두드리게 된다. 브람스가 슈만을 처음 찾아갔을 때, 브람스가 스물하나, 클라라 슈만이 서른다섯, 로베르트 슈만이 마흔넷이었다.
브람스는 슈만 앞에서 자신이 작곡한 곡을 피아노로 연주했다. 곡을 듣던 슈만은 “잠시만!” 하고 소리쳤다. 그리고는 “아내가 이 곡을 들어야겠어.”라며 클라라 슈만을 불렀다. 이렇게 하여 브람스와 클라라 슈만의 첫 만남이 이루어지게 된다.
연주가 끝나자 슈만은 감동해 눈물을 글썽인다. 클라라도 재능 있고 잘생긴 브람스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브람스 역시 우아하고 아름답고 지적인 슈만 부인에게 첫눈에 완전히 매료된다. 그날 이후 슈만은 그날 이후 음악계의 유명인사와 저명한 악단에 브람스를 소개하며 재능 있는 청년 작곡가에 대한 애정을 아끼지 않는다.
브람스와 클라라 슈만의 슬프고도 숙명적인 사랑의 역사는 다음해 2월 26일부터 시작된다. 브람스가 작곡가로서 유명세를 막 누리기 시작한 그 무렵, 로베르트 슈만은 정신병을 앓게 되고 급기야 그날 라인강에 뛰어드는 사건이 일어난다. 브람스는 그 소식을 듣고 만사 제쳐두고 정신병원으로 달려가 슈만을 병문안하고 클라라를 대신해 아이들을 돌본다. 피아니스트였던 클라라는 이미 계획되어 있던 연주 여행을 떠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입원비와 여섯 아이의 양육비를 벌기 위해서였다. 일곱 번째 아이가 뱃속에서 자라고 있었고…….
클라라는 비통한 마음으로 피아노를 쳤다. 아버지가 결혼을 한사코 반대해 법정에까지 가서 이룬 사랑인데 남편은 정신병원에 갇혀 있는 것이다. 브람스는 클라라에 대한 사모의 정에 연민의 정까지 더해져 점점 더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마음을 드러낼 수는 없었다.
브람스는 클라라를 위해 위문편지를 보내기도 하고 연주 여행을 간 곳을 찾아가 바람도 쏘이게 하면서 정성을 다해 격려할 뿐이었다. 당신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사랑하고 있다는 속마음을 숨긴 채. 슈만은 회복되지 못하고서 2년 뒤에 숨을 거둔다. 그리하여 마침내 브람스는 클라라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편지를 쓰게 된다.
사랑하는 클라라,
제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당신을 위해 애정 어린 행동을 얼마나 하고 싶어하는지
당신은 모를 겁니다.
20대 한창 나이인 브람스의 마음이야 오죽 뜨거웠을 것인가. 클라라는 브람스의 이런 편지에 대해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는다. 클라라가 브람스의 이런 마음을 내치지 않은 것은 남편의 곡과 함께 브람스의 곡도 계속 연주한 것이 증명한다. 브람스는 죽은 남편과 자신에 대한 클라라의 고뇌를 십분 느끼면서 인생에 대한 깊은 이해를 쌓아갔고, 곡 또한 나날이 충실해져 간다. 그러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당대 음악사에 브람스의 시대를 만들어 가면서도 자신은 결혼 성사에 몇 번이나 실패한다. 클라라에 대한 사랑이 날이 갈수록 깊어져 사나흘에 한 번씩 편지를 보내고 간혹은 가서 만나는 것으로 달래고 있었으니 주변 사람의 소개로 만난 젊은 여성과의 교재가 결혼으로 성사될 리 없었다. 브람스에 대한 클라라의 마음은 자식들에게 남기는 유서 형식으로 쓴 일기 속에 담겨 있다.
“얘들아, 내가 사랑한 것은 그의 젊음이 아니었다. 내 애정에는 허영도 아부도 없어. 그의 맑은 정신, 뛰어난 예술성, 고귀한 영혼을 사랑했지. 나는 그의 깊음 마음과 자질을 오랜 세월을 두고 아꼈단다. 얘들아, 내가 죽더라도 너희들은 그분의 우정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늘 소중히 생각하렴.”
40여 년 동안 브람스에게 충실한 벗이고 연인이고 범접할 수 없는 사랑의 대상이었던 클라라는 1896년 뇌일혈로 쓰러져 숨을 거둔다. 부음을 듣고 큰 충격을 받은 브람스는 기차를 잘못 타 36시간 만에 장지에 도착해 남편의 묘지 곁에 막 묻히려는 클라라의 관을 보고 통곡한다. 삶의 의욕을 완전히 잃은 그도 11개월 뒤에 숨을 거두고.
“세상의 수많은 말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말로 당신을 부르고 싶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찾고 또 찾아도
‘그대’라는 한 마디 단순한 말보다 더 아름다운 걸 찾을 수 없군요.
사랑하는 그대여…”
- 슈만이 클라라에게 보낸 편지 中 -
“사랑스런 클라라, 나는 결혼 반지를 라인강에 장례시켰소. 당신도 그렇게 하시오.
두 사람의 반지는 그렇게 하여 영원히 함께 있게 될 것이오.”
- 슈만이 클라라에게 보낸 편지 中 -
“그대는 나로 하여금 성스러운 시간 속에 고요히 숨쉬게 하며
잠시 동안의 수면 속에서도 그대는 나를 꿈속에 잠기게 하오.
나의 사랑이 밤보다 깊고 천년보다 더 길다는 것을 당신은 알고 있는지…”
- 슈만이 클라라에게 보낸 편지 中 -
“버림 받은 초라한 사나이로 하여금 당신에게 이 말을 전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그가 늘 한결 같은 존경심을 갖고 당신을 생각하고 있으며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당신께 모든 좋은 일, 멋진 일, 아름다운 일들이 있기를
온 마음을 바쳐 기원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 브람스가 클라라에게 보낸 편지 中 -
“나의 삶의 가장 아름다운 체험이요,
가장 위대한 자산이며 가장 고귀한 의미를 상실했다.”
- 클라라의 죽음을 애도하며 브람스가 남긴 말 中 -
슈만과 브람스가 사랑한 뮤즈, 클라라
이제 그녀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핫 이슈]
세기의 여성 ‘클라라’로 변신한 <타인의 삶>의 그녀, 마르티나 게덱!
생애 최고의 연기로 명성을 입증한다!
2007년 아카데미 수상작 <타인의 삶>에서 비밀 경찰의 감시 속에 활동하는 동독의 여배우로 출연하여 우아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마르티나 게덱이 새로운 작품으로 우리 곁을 찾아온다. 그녀가 택한 작품은 독일 최초의 여성 예술가라 할 수 있는 실존 인물 클라라의 드라마틱한 삶과 사랑, 열정을 그린 영화 <클라라>. <타인의 삶>에 이어 다시 예술가 역을 맡아 화제를 모은 마르티나 게덱은 불꽃 같은 삶을 살았던 여인 클라라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독일 최고 여배우로서의 명성을 입증한다. 또한 특유의 존재감 있는 연기로 당대 최고의 예술가로서 슈만과 브람스와 교감했던 여인 클라라의 당당한 면모를 유감 없이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에게 또 한 번 짙은 인상을 남길 예정이다.
슈만 탄생 200주년 기념!
독일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명곡들이 펼쳐진다!
2010년 클래식 음악계는 슈만을 주목했다. 올해가 슈만이 탄생한 지 200주년이 되는 해였기 때문이다. 때문에 올해는 공연뿐만 아니라 기념 음반, 특집 방송 등을 통해 슈만의 음악들을 자주 만날 수 있었다. 슈만 탄생 200주년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 <클라라>는 슈만을 포함하여 그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두 사람, 슈만의 아내이자 최고의 피아니스트였던 클라라, 그리고 그가 후계자로 언급했던 천재 브람스와의 이야기를 담아냄으로써 대중들이 좀 더 드라마틱한 슈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선물한다. 또한 <클라라>는 슈만의 ‘라인교향곡’, 브람스의 ‘피아노 소나타’ 등 낭만주의 클래식을 대표하는 명곡들이 탄생하는 순간들을 포착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스크린을 통해 클래식을 즐길 수 있는 일석이조의 즐거움까지 선물할 것이다.
슈만과 브람스, 그리고 그들이 사랑한 뮤즈 클라라!
클래식 역사상 가장 낭만적인 러브 스토리가 시작된다!
클래식 역사상 가장 낭만적인 러브 스토리의 주인공으로 꼽히는 슈만과 브람스, 그리고 클라라! 결혼을 반대하는 아버지와 6년 간의 법적 공방을 거친 끝에 결혼에 성공한 슈만과 클라라의 이야기나 평생을 독신으로 보내며 클라라에 대한 연정의 마음을 감추지 않았던 브람스의 이야기는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의 주인공들이기 때문에 제작부터 화제를 모은 <클라라>는 당대 최고의 예술가였던 세 사람의 운명적인 만남과 사랑, 이별에 이르는 과정을 한 편의 시처럼 함축적인 영상 속에 담아내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시킨다. 또한 클라라를 위해 수많은 명곡들을 남긴 작곡가 슈만과 브람스, 그리고 그 곡들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으로 연주했던 피아니스트 클라라의 모습들을 보여줌으로써 영원히 기억될 순수한 사랑과 배려의 모습을 강조하고 있다.
[ About Movie ]
슈만의 아내, 브람스의 연정을 넘어
예술가로서의 그녀 자신, 클라라를 만난다!
클라라는 슈만과 결혼하기 위해 아버지와 6년 간의 법적 소송을 거쳐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장본인이다. 또한 열네 살이나 어린 브람스가 그녀를 사랑해 평생 동안 독신으로 살았던 이야기로도 유명하다. 이처럼 그녀는 우리에게 클래식 역사상 가장 낭만적인 러브 스토리의 주인공으로, 슈만이나 브람스를 이해할 때 필요한 하나의 키워드로서 기억되어 왔다.
그러나 헬마 샌더스 브람스 감독의 <클라라>는 우리의 기억 속 클라라를 온전히 그녀 자신의 몫으로 돌려놓는다. 영화 속에서 클라라는 슈만과 브람스의 후광에 머무르지 않고 당당히 자신을 드러낸다. 누구보다 음악에 대한 열정이 컸던 그녀는 남편을 대신해 수십 명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재능 있는 청년의 연주를 듣기 위해 남루한 부둣가를 찾는다. 남편과 아이들을 챙기고 집안까지 돌보면서도 피아니스트로서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 클라라의 모습에서 우리는 그녀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자기 자신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 헬마 샌더스 브람스 감독은 사회적 인식과 환경 때문에 자신의 재능을 포기하고 희생해야 했던 수많은 여성들과 달리 진취적이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간 위대한 여인 클라라의 모습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단순히 과거를 재구성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클라라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현대적이면서도 우아한 영화를 탄생시켰다.
배우들의 완벽한 호흡이 빚어낸 앙상블
한 편의 아름다운 소설 같은 영화를 만들어내다!
실제로 존재했던 인물, 그것도 슈만이나 브람스, 클라라 같은 유명인을 연기하는 일은 웬만한 배우들에겐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야기에 대한 기대치가 높기도 하거니와 그를 표현해내는 배우의 연기에도 많은 관심이 몰리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르티나 게덱, 파스칼 그레고리, 말릭 지디는 완벽한 호흡으로 훌륭한 앙상블을 이뤄내며 관객들을 만족시켰다. 영화를 연출한 헬마 샌더스 브람스 감독은 배우들이 최대한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열어두었다. 일반적인 연출 지시 사항 없이, 배우들이 직접 감정을 결정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그녀의 연출 방식은 배우들이 좀 더 풍성한 연기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세 배우는 연기가 아닌 실제처럼 그 인물에 몰입할 수 있었다. 많은 부분이 상징으로 숨어있는 영화 <클라라>에서 관객들은 세 인물의 교차되는 눈빛과 함축적인 대사, 그리고 절제된 행동을 통해 슈만이나 브람스, 클라라의 관계를 읽어낼 수 있다. 또한 이에 걸맞는 영상과 음악은 한 편의 아름다운 소설 같은 영화를 만들어내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Special Tip 10]
1. 피아니스트가 꿈이었던 슈만은 네 번째 손가락의 힘을 기르기 위해 무리한 연습을 하다 손가락을 다치고 작곡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2. 글쓰기에도 재능이 있었던 슈만은 직접 <음악신보>라는 잡지를 발간하기도 했다. 그는 여러 신인을 발굴해 소개했는데, 그중 대표적인 인물이 쇼팽과 브람스이다. 슈만은 잡지에서 브람스에 대해 ‘시대의 정신에 최고의 표현을 부여한 사람’이라고 극찬했다.
3. 클라라의 아버지는 음악가로서 장래가 불투명했던 슈만을 탐탁치 않게 여겼다. 그러나 슈만과 클라라는 아버지와 6년의 법적 공방을 불사하면서 결국 결혼에 성공했다.
4. 슈만은 클라라를 위해 수많은 연주곡을 선물했다. 그중에서도 ‘시인의 사랑’, ‘여인의 사랑과 생애’는 그녀를 향한 슈만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곡들이다.
5. 클라라와의 사랑은 슈만에게 무한한 영감을 선물했다. 일례로 클라라와 결혼한 1840년 슈만은 무려 140여 편의 가곡을 써내려갔다. 이를 일컬어 슈만의 ‘가곡의 해’라고 한다.
6. 원인을 알 수 없는 두통은 슈만을 끊임 없이 괴롭혔고 그는 환청 때문에 라인 강에 몸을 던지기도 했다. 결국 정신병원으로 입원했지만 2년 뒤 슈만은 안타깝게도 숨을 거두었다.
7. 슈만이 입원한 뒤 브람스는 그를 대신하여 클라라의 가족들을 돌봤다. 그리고 절망에 빠진 클라라에게 ‘피아노 3중주 1번’, ‘슈만의 주제에 의한 변주곡’ 등을 선물했다.
8. 클라라는 브람스에게 언제나 자신이 슈만의 아내라는 사실을 상기시켰고 자신이 줄 수 있는 건 오직 ‘모성적 우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9. 평생 독신으로 살며 클라라의 지원군이 되어주었던 브람스는 클라라가 세상을 떠났을 때 “내가 평생 사랑했던 유일한 사람”이라며 그녀의 죽음을 애도했다.
10. 슈만과 클라라, 브람스 세 사람의 이야기는 클래식 역사상 가장 낭만적인 러브 스토리로 유명하다. 지금도 많은 이들이 그들의 이야기를 잊지 않고 있으며 클라라는 독일 지폐 100마르크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출처 : 화가 뭉크와 함께 이후- 글쓴이 이승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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