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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되었다는 것

Joyfule 2012. 6. 25. 13:11
  
 
할머니가 되었다는 것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도 늙어가면서 품위있고 인자한 모습이 되고싶었다.
풍부한 삶의 경험에서 나오는 여유로 사람들을 이해하고
누구라도 기대고 싶고, 평안한 안식처같은 그런 따뜻한 할머니가 되고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식들에게... 또 손자손녀들에게 
무엇인가 문제가 생겼을 때 어드바이스를 해줄 수 있는 멋진 할머니가 되고 싶었다.
내가 어려서부터 보아온 노인들의 특성은 고집과 욕심이 많아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점을 특히 경계하면서 살아왔다.
그럼에도 손자나 손녀들은 할머니들의 이런 노력은 아랑곳하지 않고 싫어한다.
성경에 "백발은 영화의 면류관"이라고 했고
"너는 센머리 앞에 일어서라"는 노인을 존경하라는 말씀이 있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을 보면 노인이 되면 무시와 경시를 당하는 것 같다.
지하철 노인이 앉을 자리를 마련해준 경로 우대석도 냄새난다고 노인들도 기피한다.
어제는 에세이마을 카페에 [할머니는 왜그렇게 못생겼어요?] 라는 글이 게시되었다
재능도 많고 성격도 밝으며 글도 맛갈스럽게 잘쓰는 이의 게시 글이다
[하루에 30분씩 3가지 욕을 하면 좋다는 글 읽은 게 머리에 맴돈다
삼림욕.일광욕.반신욕..... 오늘은 산림욕을 하려고 김포시청 뒤의 장릉을 갔다.
혼자 슬금슬금 걷는데...6살 8살 계집아이 둘이 같이 걷게 되었다
할머니 손자도 8살이다..하면서 이야기를 하니 
금방 친해져서 양쪽에서 내 손을 꼬옥 잡는다.
손자의 받아쓰기 급수 사진(스마트폰) 찍은 걸 보여주니...
저희들도 10급까지 했다고 하면서...비슷하다고 즐거워한다
한바퀴 돌고 남자 아이 둘이 추가되어서 5명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이야기 꽃을 피우며 걷는데.....
내 손을 잡고 싶어서 서로 시기하지만 여자 애들이 양보를 안한다
그러다가....남자 아이 (1학년)가 나더러
할머니는 여자도 아니고 남자도 아니라고 한다.
"할머니도 여자다~" 하니까 아니란다
"왜~?"
"그럼 할머니는 왜 그렇게 못 생겼어요~~~~~?" 한다
두 바퀴나 돌고 제 엄마들 앉아 있는 곳으로 가서 보니
그 남자아이의 엄마는 그야말로 여자답지 않게 생긴 박색인데~~~후후~
아이들은 제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예쁜 줄 아나보다
그리고 늙은 사람은 무서워한다는 걸 다시 생각해냈다
우리 손자가 친정어머니(그러니까 외증조할머니)를 보고 
으앙~~~울음을 터트렸던 일을 생각하고 피식 웃었다.
나도 이젠 아이들 눈에 주름살이 보여서 못생긴 할머니로 낙인 찍혔나보다.
별로 슬프지는 않았지만 세월이 가버린게 허전했다.
[그래 녀석아~
할미 늙었다 어쩔래~
그래도 내 마음 속엔 아직도 멋진 아줌마란다~~~]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의 꼬리글을 여기 소개한다.
Joyful 12.06.24. 19:19  
아이들은 젊은 사람을 좋아하드라고요
우리 손자.... 내가 과장법을 써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우리 대니엘이 나보고 뭐란 줄 아세요?
나는 할머니가 안좋아! 왜~? 그랬더니 첫째는 안 이쁘고, 둘째는 뚱뚱하고,셋째는 늙었다고요.
허걱!!!!! 내심 섭섭했지만 이 녀석이?...하고 웃어넘겼지요.(사실 틀린 말은 아니니까 ㅋㅋㅋㅋ)
7월 초에 오는 데 지금 단단히 벼르고 있습니다. 
엄마나 아빠 할머니나 할아버지는 이뻐서 좋아하는게 아니라 
엄마이기 때문에 할머니이기 때문에 좋아해야 하는 거라고 입력시킬려고요.
늙으니까 이래저래 서럽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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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니 12.06.24. 19:17  
강아지도 아가들 한테는 꼬리를 치고 좋아하지만
논네한테는 깡깡 짖으면서 싫어하더라구요~~
늙으면 환영하는데가 없어요~
아참~장의사만 좋아하죠~? ㅠㅠㅠ 
 수진. 12.06.24. 19:14  
에구 그 아이도 눈이 쬐끔 이상한가 부다.  
이리 이뿐 언니를`하긴 울손주도 나보구 못생겼다 하드라구요.
언젠가 물었죠
할머니 잘생겻어못생겼어 물으니 못생겼어 그러드라구요. 
울아들 다섯살땐 울엄만 공주 같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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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니 12.06.24. 19:17  
그러게 말에요~~아마도 자기 엄마같이 생겨야 예뻐 보이나봐요~~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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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oyful 12.06.24. 19:26  
우리 딸들 기를 때 여성잡지에 예쁜 모델이나 연예인들이 보이면 
엄마 닮았다! 그런 말을 들을때도 있었는 데 .....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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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니 12.06.24. 19:30  
맞아요~~젊음은 예쁨입니다.....
늙으면 안 예뻐요~~ㅠㅠ 
 옛동산 12.06.24. 23:16  
손녀딸이 지금 보다 더 아기때 산책 나가서 할아버지들을 만나면 바싹 긴장하더라고요 
신욱이가 4살쯤인가 지엄마가 나이들면 꼬부랑 할머니 된다고 했더니 
엄마 할머니로 변신하지 말라고 통곡하고 운적이 있었대요 
아기들도 할머니는 싫은가봐요 ㅎㅎ 
지금 저도 제가 아줌마인줄 알고 있다오 
얼마전 강릉서 돌아오는 버스간에서 40대 중반의 남자가 할머니라고 하는데 
너무 속상해 속으로 똥돼지 같은 x 이라고 욕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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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니 09:03  
잘했어요~그런 넘은 아주 나쁜 넘이닷~~~ㅋㅋㅋ 
 디딤이닥터 01:57  
ㅋㅋㅋㅋ 싫건 웃었습니다. 감사 합니다.
 아~!!! 청춘아, 내 청춘아! 어딜 갔느냐?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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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니 09:03  
닥터친구야~~~우리도 한때는 젊은이였지롱~~~그치~~그럼~당근~~~ 
 엘라 07:53  
씁쓸한 웃음이 비시시 새어 나오네요.
저도 부산에 않가고 싶은데 할멈들의 손주 사랑에 어디 조건이 있습디까?
할머니 싫어 할머니 마귀할멈이야.
조금만 비위 틀리면 내밷는 손녀딸년의 폭언입니다. 
그래도 곱기만 하니 ㅋㅋㅋ
비애가 느껴지지만 순수하고 솔직한 아이의 눈에 비친 할멈은 추한가 봅니다.
언제였던가 우리도 그리하지 않았겠는지요. 순환이려니 하면서 자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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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니 09:04  
오잉~~~~~~~~~~~~?
마귀할멈이라고 말한다구요~?
너무하다요~~~
우리 서진이는 아직은 안 그러던뎅~~~ㅋㅋㅋㅋ 
 리엘 09:21  
수니할머니가 못 생겼다고 하는게 아니라
수니말대로 아이들은 늙은 사람을 무서워 하나봐...
아직 우리 손녀들은 할머니하고 잔다고 다투는데...
걱정마소... 수니는 아직 할미티가 안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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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니 10:00  
아이들 눈에 그렇게 보이면 늙은게 확실하지 뭘~~~ㅎㅎㅎ 
 눈송이 10:22  
울손녀도 나 싫데요...
친구 자녀 외국에서 살다 방학때 한국 들어와서 외증할머니 보고 인사 하랬드니 
방에 들어 갔다 나오드니 자기 끼리 하는말 방에 귀신 있다 하드래요. 
할머니들의 비애가 느껴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