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an Webster
Daddy Long Legs
키다리 아저씨께.
3월 5일
친애하는 평의원님
내일은 첫번째 수요일입니다.
존 그리어 고아원으로서는 정말 참을 수 없는 날이지요.
5시가 되어 평의원님들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고,
떠나주시면 우리는 얼마나 안심이 됐는지 모르실 거에요!
아저씨께서는 제 머리를 쓰다듬어 주신 적이 있으신지요?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기억하는 분은 뚱뚱한 평의원님뿐이니까요.
부디 고아원에 저의 사랑을 전해 주세요.
진심이에요.
4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고아원이 정말 그리워집니다.
대학에 갓 들어왔을때는 원망스러웠죠.
다른 여자애들처럼 정당한 어린 시절을 갖지 못했다는 것 때문이에요.
하지만 지금은 조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아주 특이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고아원 덕분에 저는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난 곳에서
인생을 바라보는 유리한 위치를 얻을 수 있었던 거에요.
완전히 성인이 되고서야 세상에 나온 덕분에
세상을 객관적으로 올바르게 바라볼 수 있게 된 거죠.
이런 일은 세상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서 자란 사람들에게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에요.
자신이 행복하다는 것을 전혀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예를 들면 줄리아같은 아이가 그래요)
행복이라는 감정에 너무 익숙해 있기 때문에 감각이 마비되어 버린 거에요.
그런데 저는 매분 매초마다 제 자신이 행복하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의식하며 살아요.
앞으로도 내내 그럴 거에요.
설령 아무리 불쾌한 일이 일어나더라도 말이에요.
불쾌한 일도(이가 아픈 것조차도) 재미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그 불쾌한 경험을 실감하면서 즐길 거에요.
'머리 위의 하늘이 어떠하든 나는 기꺼이 우러러 보리, 어떤 운명도'
(바이런의 시 중에서)
하지만 아저씨, 제가 존 그리어 고아원에 대해 새롭게
애정을 가지게 되엇다고 해서 너무 문자 그대로 해석하진 말아주세요.
설령 제가 5명의 아이를 가졌다 해도 루소처럼 그 아이들을
꼭 검소하게 키우기 위해 고아원 현관에 버리고 오지는 않을테니까요.
리페트 선생님께 제 호의를 전해주세요.
(이것이 정직한 제 마음이에요.
사랑을 전해 주십사라고 한다면 그건 약간 거짓말일거에요.)
그리고 제가 얼마나 좋은 아이가 되었는지 리페트 선생님께 전해 주세요.
애정을 담아
주디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