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익 변호사 - 세뇌된 나를 몰랐다. 고소를 당한 적이 있었다. 이혼소송의 의뢰인인 여성이 변호사인 나를 배임죄로 고소했다. 남편으로부터 돈을 먹고 자기에게 불리하게 했을 것이라는 의심이 그녀의 머리속에 가득 찬 것 같았다. 그녀의 잘못된 관념을 머리에서 빼내기는 불가능할 것 같았다. 한 번 의심을 하게 되면 나의 말도 행동도 표정도 모두 거짓으로 보일 것이다. 그런 게 인간이 가지는 편견이었다. 의심의 어두움속에 있는 그녀에게 진실의 빛을 보일 방법은 없었다. 그게 세상이다.머리를 곱슬곱슬하게 퍼머를 한 젊은 형사가 나를 조사했다. 그는 조사 도중에 엉뚱하게 자신의 신세타령을 했다.“저는 신림동에서 고시 공부를 했어요. 그러다 어느 날 수사 담당 순경의 특채공고를 봤죠. 전문적으로 평생 조서만 작성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