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 박영자 2008 부산일보 신춘문예 - 수필 당선작 바람 - 박영자 바람이 분다. 나뭇잎이 팔랑거린다. 바람은 어디서부터 불어와서 어디쯤서 사라지는가. 인생의 여름에서 한참 멀어진 지금, 아직도 잠재우지 못한 내 안의 바람이 마중을 나와 함께 일렁인다. 아이들 집에 머물 때 아침마다 산책로를 ..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3.05.11
열무 - 윤 수 열무 - 윤 수 내 몸뚱이만한 열무 보따리를 이고 산길을 내려온다. 엄마는 그보다 더 큰 보따리를 이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신다. 내가 초등학교 육 학년 때이니 삽십 년도 훨씬 지났다. 엄마는 가끔 열무를 뽑으러 나를 데리고 가셨다. 우리밭도 아니고 천수답 같은 화전을 빌려 열무 씨..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3.05.10
백치애인 - 신달자 백치애인 - 신달자 나에겐 백치 애인이 있다. 그 바보의 됨됨이가 얼마나 나를 슬프게 하는지 모른다. 내가 얼마나 저를 사랑하는지를, 그리워하는지를 그는 모른다. 별볼일 없이 우연히, 정말이지 우연히 저를 만나게 될까봐서 길거리의 한 모퉁이를 지켜서 있는지를 그는 모른다. 제 단..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3.05.09
문태준 - 지게 문태준 - 지게 나의 아버지는 평생 지게를 지셨다. 지게를 벗은 적이 별로 없었다. 아버지에게 지게는 등짝 같은 것이었다. 아버지는 지게를 업고 다니셨다. 논과 밭과 산과 하늘을 업고 다니셨다. 빈 지게를 지고 나가셨다 땔나무를 지고 돌아오셨다. 빈 지게를 지고 나가셨다 풀짐을 지..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3.05.08
삶의 나무, 죽음의 나무 - 성낙향 [2009 경남일보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삶의 나무, 죽음의 나무 - 성낙향 사거리로 내려가는 길의 한쪽 어름에 공터가 있다. 그곳에는 버려진 문짝과 의자와 그것들과 마찬가지로 누군가로부터 버려진 것 같은, 별 특징도 볼품도 없이 앙상한 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원래는 어느 집 마당의 ..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3.05.07
호박 - 정경자 [2009 15회 신인문학상 동양일보] 수필당선작 호박 - 정경자 참으로 못 생겼다. 울퉁불퉁한 굴곡은 흘러내린 뱃살이라고나 할까, 풀숲에서 훔쳐본 촌부의 둔부라 할까. 추녀의 대명사가 아니었어도 호박은 신세대나 아이들에게 푸대접받는 신세다. 애호박이나 늙은 호박이 아무리 싱싱해도..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3.05.06
상자 - 문춘희 [2009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상자 - 문춘희 아이들과 남편이 학교로 일터로 모두 떠나고 난 아침은 세상이 텅 빈 것 같다. 상자의 내용물이 상자를 버리듯 나는 남겨졌다. 매일 아침 치러야 하는 잠시 동안의 이별이요 반복되는 일상임에도 아직도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속..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3.05.04
맷돌 - 주인석 [2009 영주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맷돌 - 주인석 눈이 보살이다. 친정 뒷마당 응달에 측은하게 머리를 박고 있는 맷돌을 발견했다. 박박 얽은 피부에는 집 밖에 산 고생의 흔적으로 이끼가 군데군데나 있다. 음식 한 번 제대로 못 얻어먹어 그런지 아가리에는 백태처럼 흙이 끼었다. 몰골은..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3.05.03
달 - 박월수 2009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달 - 박월수 생명의 상징 물을 여자의 달거리로 불러오려 했다는 건 잉태의 근원이 거기에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으리라 그날은 배꼽마당이 들썩거리도록 말 타기를 하고 놀았다. 배가 촐촐할 무렵 친구는 내 손을 잡고 자기 집으로 이끌었다. 친구..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3.05.02
어린시절 - 박완서 어린시절 - 박완서 누군가가 뒷간에 가자 하면 똥이 안 마려워도 다들 따라가서 일제히 동그란 엉덩이를 까고 앉아 힘을 주곤 했다. 계집애들도 치마 밑에 엉덩이를 까고 앉아 힘을 주곤 했다. 대낮에도 뒷간 속은 어둑시근해서 계집애들의 흰 궁둥이가 뒷간 지붕의 덜 여문 박을 으스름 ..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3.05.01
안개의 行步 - 반숙자 안개의 行步 - 반숙자 사람의 숲 사람들 숲을 빠져나왔다. 오늘 플라자 뷔페에서 밝은 사회 클럽 회장 이취임식이 있었다. 다른 모임과는 달리 이 모임은 종소리로 시작해서 종소리로 끝나는 특이한 회의 순서에다가 명상시간이 있어서 잠시지만 눈을 감고 자신이 살아온 시간들을 돌아..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3.04.29
서랍속의 기다림 - 김정미 제9회 동서커피 문학상 수필 수상작 <은상> 서랍속의 기다림 - 김정미 크고 작은 서랍 속은 우리들의 내밀한 이야기들이 수런거리는 공간이기도하다. 그 서랍 속엔 꽁꽁 입구를 봉해놓은 삶의 씨앗봉투, 미처 볶지 못한 연한 베이지색의 커피, 세상을 향해 쏘아 올리지 못한 작은 공, ..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3.04.27
연 - 노신 (魯迅) 연 - 노신 (魯迅) 루쉰 [魯迅(노신), 1881.9.25~1936.10.19] 북경의 겨울, 땅엔 아직도 쌓인 눈들이 남아 있고 거무죽죽한 고목의 가지가 파랗게 개인 하늘을 향해 뻗어있다. 저 멀리 하나 둘 떠있는 것을 보면 나는 왠지 모르게 놀라움과 슬픔에 젖어 버린다. 고향에서 연을 날리는 계절은 이른 봄..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3.04.26
아버지의 집 - 이진화 아버지의 집 - 이진화 검은 리무진 영구차가 마을 어귀에 들어서니 온 동네 사람들이 눈물로 우리 일행을 맞이했다. 어버지의 마지막 집(유택)을 향하여 화려한 꽃상여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자 만장이 펄럭이고 상여꾼들의 소리가 구성지게 작은 고을에 퍼져 나갔다. 개울가 과수원..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3.04.25
무명 기저귀 - 최원현 무명 기저귀 - 최원현 딸아이가 출산을 한 달여 앞두고 있다. 아내는 벌써부터 산후조리며 태어날 손주에게 해줄 일들에 정신이 쏠려 있다. 그런 아내를 보며 나도 할아버지가 되는구나 생각을 하니 새삼 세월이 참 빠르구나 느껴진다. 아내가 지금 출산을 앞둔 딸아이를 낳을 무렵 나는 ..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3.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