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 질 무렵 - 김경실 메밀꽃 질 무렵 - 김경실 눈빛 메밀밭엔 늦더위를 식히는 빗줄기까지 촉촉이 내리고 있었다 메밀꽃이야 서울 근교에서도 볼 수 있었으나 단내를 풀풀 풍길 만큼 원시적이고 토착 정서가 넘치는 봉평의 메밀꽃을 보아야 그 아름다움과 흰빛의 서늘함까지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상기온..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3.04.23
한말씀만 하소서 - 황혜경 한말씀만 하소서 - 황혜경 삼베옷을 곱게 입은 어머님의 모습을 뵌 지 여덟 달이 지났습니다. 이승과의 마지막을 알리는 대못 박는 소리가 온 세상에 쩡쩡 울렸건만 아직도 고향에 계시는 것만 같은 착각은 당신의 사랑이 그리워서인 것 같습니다. 어머님,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시는 길이..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3.04.22
혼자 부르는 합창 - 김미정 혼자 부르는 합창 - 김미정 나는 간혹 그녀를 일컬을 때면 '치맛단을 꿰매준 여자' 라고 말해왔다. 십팔 년 전 봄날이었다. J시 시외버스에서 내릴 때 나는 몹시 당황하였다. 까만 벨벳 플레어드 스커트 단이 후루루 뜯겨 있었던 것이다. 몇 군데 가게를 거쳤지만 실바늘을 살수조차 없었는..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3.04.20
모국에 온 한약장수 - 장정식 모국에 온 한약장수 - 장정식 서울 출장 길은 언제나 바쁜 일정이다. 덕수궁 앞을 지나 전철역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길가에 노점상처럼 즐비하게 늘어 앉은 아낙네들이 걸음을 멈추게 한다. "중국에서 온 좋은 약이 있습네다. 좀 팔아 주시라요. 우황청심환이나 편자환도 많이 있습네..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3.04.19
지하철 단상 - 이기숙 지하철 단상 - 이기숙 지하철이란 교통 수단의 단골 손님이다. 버스로 한 30분 타고 송정역으로 간다. 지하철을 타는 시간도 서울 어디를 가던지 최소 한 시간은 걸린다. 그동안 서울 강북에서 주로 살았으니 갖가지 모임이 주로 강북에서 이루어진다. 친척집 일이나 남편과 동행하는 모임..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3.04.18
마음의 시 - 문주생 마음의 시 - 문주생 창밖의 은행잎이 하나 둘 떨어지던 날, 한 권의 시집을 받았다. 얼마전 인사동에서 만난 최 시인이보낸 것인데 그의 모습이 물방울무늬로 만든 책표지에 어른거린다. 가을이라 그런지 시들은 가슴을 파고드는 데가 있다. 그가 미국으로 건너가서 절절한 외로움과 아픔..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3.04.16
어항 앞에서 - 오덕렬 어항 앞에서 - 오덕렬 "야! 우렁이 새끼다." 밖에서 들어온 큰애가 어항 속을 들여다보며 쩌렁 소리를 질렀다.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앞쪽 아파트 현관에도 불이 켜져 있다. 텔레비전 앞에 있던 두 놈이 우르르 어항 앞에 몰렸다. 신문을 보던 나도 어느새 어항 속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3.04.15
산수유 물꽃 향기 - 이정원 산수유 물꽃 향기 - 이정원 꿈속에서 맡은 향기가 깨고 나서도 그대로 코끝에 맴돌 수가 있는 걸까. 몇 년 전, 한 해가 시작되는 날 꾼 꿈은 눈을 뜬 뒤에도 사라지지 않았던 향기와 더불어 내용도 특이해서 쉽사리 지워지지가 않았다. 어느 산인지는 분명치 않았으나, 퍽 낯이 익은 산길을..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3.04.13
맑은 가락으로 사신 분 - 유동림 맑은 가락으로 사신 분 유동림 제가 선생님을 처음 뵌 것은 86년도였습니다. 《수필공원》에서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하려고 지방에 가는 버스 안에서였어요. 맨 앞자리에 앉은 분이 김태길 선생님이라고 옆에 있는 문우가 말하더군요. 대석학이신 우송友松 선생님의 함자는 귀에 익은 터..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3.04.11
두더지잡기 철학 - 김선화 두더지잡기 철학 김선화 아차! 실수였구나. 두더지를 잡으려면 뒤를 막는 것이지, 앞을 차단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꾸물거리는 사이 두더지는 이미 저희들이 일궈놓은 땅 속 길로 재빠르게 달아나버리는 것을…. 두더지는 그렇다 치고, 텅 비었어야 할 자리에 어째 산 ..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3.04.10
외딴집 - 반숙자 외딴집 - 반숙자 우체부 중부지방을 강타한 장마비로 하천 둑까지 황톳빛 물이 넘실거리던 때다. 산자락에 붙어 있는 우리 오두막으로 오는 길이 세 차례나 끊어졌다. 길은 두 갈래다. 마을 안까지 들어가 동산을 넘는 산길이 있고, 마을 초입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진 농로를 따라오다 곶..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3.04.08
다음이 소리 - 최은정 다음이 소리 - 최은정 슬하에 육 형제를 둔 시어머님께서는 그 엄청난 빨래감을 혼자서 해내셨다. 내게 힘든 일은 안시켰지만 푸새질만을 반드시 내가 시어머님 옆에 있어야 했다. 이불 홑니는 흰 옥양목이 으뜸이다. 봄 풀은 누그럼해야 되고, 여름 풀은 세어야 하고, 가을 풀은 개가 핥..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3.04.05
해질 무렵 - 유혜자 해질 무렵 - 유혜자 TV 드라마를 보고 있다. 어린이들이 놀이터에서 노는 장면에 모차르트의 디베르티멘토 선율이 깔린다.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으면 어린 시절 그의 사진처럼 밝고 화평한 삶의 주인공일 거로 여겨진다. 그의 실내악은 대개 즐거운 자리에 어울린다. 더욱이 밝고 그윽한 ..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3.04.02
고대인과의 해후(邂逅) - 임병식 고대인과의 해후(邂逅) - 임병식 지난 주 초, 순천 주암댐 옆에 조성된 고인돌 공원을 다녀왔다. 가서 보니 생각과는 달리 볼 것이 많았다. 보기 전에는 유물 몇점만이 있겠거니 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고대인의 생활상을 재현해 놓고 있었다. 고대인들의 생활상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수..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3.03.31
건망증 - 임병식 건망증 - 임병식 요즘 들어 무얼 자꾸 깜빡깜빡 잘 잊어버린다. 업은 아기 3년 찾는다고, 물건을 손에 쥐고서도 어디에 둔 줄을 몰라 두리번거리고, 방금 적어둔 메모도 잊어버리고서 당황하는 경우가 하다하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한 일이다. 어디 전에는 그런 일이 있었던가. 그때문..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3.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