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익 변호사 에세이 - 묵호역 묵호역은 아직도 오래된 시골 역의 모습이 남아있다. 뾰족한 기와지붕만 평평한 콘크리트로 바뀌었다고 할까. 사람들의 발길에 닳은 콘크리트 바닥도 천천히 돌아가는 대형선풍기도 정겹다.황혼 무렵 나는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오는 아내를 마중하러 삼십분쯤 먼저 역사로 나왔다. 시간의 흐름이 느린 듯한 시골 역사의 정감을 맛보며 그 구석의 의자에 앉아있기 위해서였다. 묵호역은 기차가 도착하고 출발하는 시간이 아니어서 그런지 한적하고 적막했다. 구석의 창구 안에 여직원 한 명이 앉아있다.갑자기 내 기억의 오지에 붙어 있던 단편소설 ‘사평역’의 장면이 살며시 피어오른다. 시골역의 늙은 역장이 손을 부비며 창가로 다가가 무심히 내려 쌓이는 함박눈을 보는 장면이다. 역사 안에는 톱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