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길 - 김정환 철길 - 김정환 철길이 철길인 것은 만날 수 없음이 당장은, 이리도 끈질기다는 뜻이다. 단단한 무쇳덩어리가 이만큼 견뎌오도록 비는 항상 촉촉히 내려 철길의 들끓어오름을 적셔주었다. 무너져내리지 못하고 철길이 철길로 버텨온 것은 그 위를 밟고 지나간 사람들의 희망이, 그만큼 어깨를 짓누르는..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07.25
굽어 돌아가는 길 - 박노해 굽어 돌아가는 길 - 박노해 올 곧게 뻗은 나무들보다는 휘어자란 소나무가 더 멋있습니다. 똑바로 흘러가는 물줄기보다는 휘청 굽어진 강줄기가 더 정답습니다. 일직선으로 뚫린 빠른 길 보다는 산따라 물따라 가는 길이 더 아름답습니다. 곧은 길이 끊어져 길이 없다고 주저앉지 마십시오. 돌아서지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07.23
슬픔으로 가는 길 - 정호승 슬픔으로 가는 길 - 정호승 내 진실로 슬픔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슬픔으로 가는 저녁 들길에 섰다 낯선 새 한 마리 길 끝으로 사라지고 길가에 핀 풀꽃들이 바람에 흔들리는데 내 진실로 슬픔을 어루만지는 사람으로 지는 저녁해를 바라보며 슬픔으로 걸어가는 들길을 걸었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사람..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07.22
저무는 날에 - 김남조 저무는 날에 - 김남조 날이 저물어 가듯 나의 사랑도 저물어 간다 사람의 영혼은 첫 날부터 혼자인 것 사랑도 혼자인 것 제 몸을 태워야만 환한 촛불 같은 것 꿈을 꾸며 오래오래 불타려 해도 줄어 드는 밀랍 이윽고 불빛이 지워지고 재도 하나 안 남기는 촛불같은 것 날이 저물어 가듯 삶과 사랑도 저..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07.21
솟구쳐 오르기 2 - 김승희 솟구쳐 오르기 2 - 김승희 상처의 용수철 그것이 우리를 날게 하지 않으면 상처의 용수철 그것이 우리를 솟구쳐 오르게 하지 않으면 파란 싹이 검은 땅에서 솟아오르는 것이나 무섭도록 붉은 황토밭 속에서 파아란 보리가 씩씩하게 솟아올라 봄바람에 출렁출렁 흔들리는 것이나 힘없는 개구리가 바위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07.17
7월, 여름 편지 - 이해인 7월, 여름 편지 - 이해인 움직이지 않아도 태양이 우리를 못 견디게 만드는 여름이 오면, 친구야 우리도 서로 더욱 뜨겁게 사랑하며 기쁨으로 타오르는 작은 햇덩이가 되자고 했지? 산에 오르지 않아도 신록의 숲이 마음에 들어차는 여름이 오면, 친구야 우리도 묵묵히 기도하며 이웃에게 그늘을 드리..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07.16
맨발 - 문태준 맨발 - 문태준 어물전 개조개 한 마리가 움막같은 몸 밖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뻘과 물 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의 궁리인 듯 가..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07.14
청포도 - 이육사 청포도 -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07.12
기다림 - 모윤숙 기다림 - 모윤숙 천 년을 한 줄 구슬에 꿰어 오시는 길을 한 줄 구슬에 이어 드리겠습니다. 하루가 천 년에 닿도록 길고 긴 사무침에 목이 메오면 오시는 길엔 장미가 피어 지지 않으오리다. 오시는 길엔 달빛도 그늘지지 않으오리. 먼 먼 나라의 사람처럼 당신은 이 마음의 방언(方言)을 왜 그리 몰라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07.11
생의 접경지대 - 박정대 생의 접경지대 - 박정대 낯선 날들이 다가오리 오래도록 떠돌던 마음의 국경 이제사 떠나왔으니 낯선 바람들이 몰고 가는 말발굽 소리 생의 접경지대를 떠도는데 처음보는 풀잎들과 처음 듣는 시냇물 소리 낯선 날들이 다가와 새롭게 천막을 치며 고요하고 섬세한 부족을 이루리 떠돎이 이루는 그때..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07.10
칠월의 코스모스 - 김경숙 칠월의 코스모스 - 김경숙 가을까지 기다리기엔 그리움이 너무 깊어 뜨거운 태양의 시선도 뒤로 한 채 솟구치는 열정 끌어안은 칠월의 코스모스 가녀린 목 길게 드리운 곱디고운 미소는 우주를 껴안고도 남을 사랑아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07.09
등잔 - 신달자 등잔 - 신달자 인사동 상가에서 싼값에 들였던 백자 등잔 하나 근 십 년 넘게 내 집 귀퉁이에 허옇게 잊혀져 있었다 어느 날 눈 마주쳐 고요히 들여다보니 아직은 살이 뽀얗게 도톰한 몸이 꺼멓게 죽은 심지를 물고 있는 것이 왠지 미안하고 안쓰러워 다시 보고 다시 보다가 기름 한 줌 흘리고 불을 켜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07.08
혼자 가질 수 없는 것들 - 문정희 혼자 가질 수 없는 것들 - 문정희 가장 아름다운 것은 손으로 잡을 수 없게 만드셨다 사방에 피어나는 저 나무들과 꽃들 사이 푸르게 솟아나는 웃음같은 것 가장 소중한 것은 혼자 가질 수 없게 만드셨다 새로 건 달력 속에 숨 쉬는 처녀들 당신의 호명을 기다리는 좋은 언어들 가장 사랑스러운 것은 저..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07.07
사람의 가슴에도 레일이 있다 - 오인태 사람의 가슴에도 레일이 있다 - 오인태 사람의 가슴에도 레일이 있다. 그 여름 내내 기차는 하필 잠들지 못하는 늦은 밤이나 너무 일찍 깨어버리고야 마는 새벽녘에야 당도해서 가슴을 밟고 지나갔다. 레일이 사람의 가슴에도 있는 것임을 그 해 여름 그 역 부근에 살면서, 한 사람을 난감하게 그리워..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