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음에 대하여 - 신달자 늙음에 대하여 - 신달자 그를 애타게 기다린 적이 있었다 스무 살 때는 열손가락 활활 타는 불꽃 때문에 임종에 가까운 그를 기다렸고 내 나이 농익은 삼십대에는 생살을 좍 찢는 고통 때문에 나는 마술처럼 하얗게 늙고 싶었다 욕망의 잔고는 모두 반납하라 하늘의 벽력 같은 명령이 떨어지면 네 네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10.13
사람들은 왜 모를까 - 김용택 사람들은 왜 모를까 - 김용택 이별은 손 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 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 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벚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은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앉은 산들은 외롭고 마주 보는..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10.12
살아야할 이유를 찾는다. - 정유찬 살아야할 이유를 찾는다. - 정유찬 있으면 보고파서 괴롭고 없으면 외로워서 힘든 게 사랑이었다. 어느덧 깊어지면 여러 이유로 아파야 했고 순식간에 멀어지면 허전함에 치를 떨어야 했다. 수많은 시간과 공간 속 내 삶 위에 겹쳐진 또 다른 삶들 나는 혼자 그림 그리고 있지 않았다. 내가 사랑하는 사..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10.11
가을의 노래 - 김재규 가을의 노래 - 김재규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면 가을이다. 떠나지 않아도 황혼마다 돌아오면 가을이다. 사람이 보고 싶어지면 가을이다. 편지를 부치러 나갔다가 집에 돌아와 보니 그대로 있으면 가을이다. 가을에는 마음이 거울처럼 맑아지고 그 맑은 마음결에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떠보낸다. "주..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10.10
노을 - 수호천사 노을 - 수호천사 종일 무슨 생각을 했을까 닫힌 문 앞에서 비장한 각오를 했는지 붉게 물들인 가슴 저녁에서야 펼쳐 놓는구나 한 순간 , 사랑을 위해 그리움에 충혈된 눈빛 잠시 , 세상 끌어 안다가 또, 어둠 꽃으로 남으려하네 달맞이 꽃처럼 밤새 피어 있으라고 손짓해도 불혹이 오기전에 끓어 오르는..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10.09
낙엽을 밟으며 - 로버트 프로스트 낙엽을 밟으며 - 로버트 프로스트 온종일 낙엽 밟고 다니느라 그만 가을에 지치고 말았네. 밟으며 짓이겨놓은 일, 누가 그 색깔과 형체를 모두 알랴. 너무 많은 힘을 들이며 사납게 쏘다닌 것도 두려움 때문인가. 다시 한 해의 가랑잎을 발로 밟고야 안심하네. 여름 내내 머리 위에서 고자세였던 잎들,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10.08
코스모스 - 최은희 코스모스 - 최은희 그 아침 나는 코스모스 씨앗을 받고 있었지 서리 내린 발 밑에 마로니에 노란잎 바람에 뒹굴고 멀리 갈대가 낮게 몸 부비며 떨던 기숙사 길목 늦게 핀 코스모스 서너 송이 키 큰 네 허리깨에서 흔들리고 있었지 네 손 바닥에 가만히 눕던 까만 코스모스 씨앗 한 줌 짧은 머리카락 밑..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10.06
가을의 기도 - 김현승 가을의 기도 -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10.04
초생달 꽃밭 - 구 상 초생달 꽃밭 - 구 상 초생달 꽃밭에는 옛 얼굴들이 산다. 봉선화 꽃술에서 내민 얼굴은 혼례(婚禮)를 치른 지 사흘 만에 북간도(北間島)로 떠나던 외사촌 누나, 색(色)골무타래를 쥐어주고선 목쉰 기적(汽笛)과 함께 떠나간 누나, 다홍으로 얼룩진 50년 전 그 얼굴이 소롯이 내다보고 있다. 코스모스에선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10.02
가을 - 김광섭 가을 - 김광섭 여름 하늘이 밀리면서 훤해지는 가을 높은 하늘에서 흰 빛깔이 내리니 젊음과 꿈의 푸른빛이 멀리 건너편으로 날린다 천지 허전하여 귀뚜라미 마루 밑으로 기어들고 가뭄에 시달린 가마귀들 빈 밭에 모여서 운다 서풍 찬 바람에 나무 잎새들이 힘없이 진다 장미 꽃잎이 우시시 지는 소..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10.01
나무가 되고 싶은 사람 - 나해철 나무가 되고 싶은 사람 - 나해철 나 내 몸에 녹색 잎이 돋길 바라 한 자리에서 평생을 살아도 때 되어 잎 내리고 때 되어 잎 돋아 흐르는 하늘에 머리를 적시면 좋아 꼿꼿이 서서 희망같은 걸로 꿈 같은 걸로 부푸는 살이 키를 키우면 그만치 높은 곳의 바람 속에 흔들려도 좋아 나 내 몸에 때 되면 잎내..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9.30
플라타너스 - 김현승 플라타너스 - 김현승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 플라타너스 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아란 하늘에 젖어 있다. 너는 사모할 줄 모르나 플라타너스 너는 네게 있는 것으로 그늘을 늘인다. 먼 길에 올 제 호올로 되어 외로울 제 플라타너스 너는 그 길을 나와 같이 걸었다. 이제 너의 뿌리 깊이 나의 영혼을 불..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9.29
친 정(親庭) - 朝恩 김명숙 친 정(親庭) - 朝恩 김명숙 간다한들 마라시잖고 못 간다 한들 오라시잖고 길게 머문들 마다시잖고 언제나 정겨운 눈빛들 갈 수없어 긴 목 늘어뜨리고 영 넘어 띄울 지필묵 사연 이 밤 스산한 바람 실어 보내니 노모님 기다리는 여식 오잖아 가슴 후벼 파는 살쾡이 울음에 코 매운 한숨 무더기지고 애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9.28
한가위 - 구 상 한가위 - 구 상 어머니! 마지막 하직할 때 당신의 연세보다도 이제 불초 제가 나이를 더 먹고 아버지 돌아가실 무렵보다도 머리와 수염이 더 세었답니다. 어머니! 신부(神父)형이 공산당에게 납치된 뒤는 대녀(代女) 요안나 집에 의탁하고 계시다 세상을 떠나셨다는데 관(棺)에나 모셨는지, 무덤이나 지..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