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 - 유승도 흐름 - 유승도 그저 걸었습니다. 비포장 산길을 타고 강가를 따라 앞서가던 바람이 자꾸만 돌아보며 재촉했지만 작은 돌멩이를 툭 차기도 하면서, 잠시 서서 길가의 풀꽃을 보기도 하면서, 마냥 걸었습니다. 풀잎과 풀잎이 스치는 소리, 나뭇잎이 바람에 떨리는 소리 강이 달리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3.08
반딧불 - 윤동주(尹東柱) 반딧불 - 윤동주(尹東柱)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조각을 주우러 숲으로 가자. 그뭄밤 반딧불은 부서진 달조각,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조각 주우러 숲으로 가자.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3.07
봄 - 김광섭 봄 - 김광섭 얼음을 등에 지고 가는 듯 봄은 멀다 먼저 든 햇빛에 개나리 보실보실 피어서 처음 노란 빛에 정이 들었다 차츰 지붕이 겨울짐을 부릴 때도 되고 집 사이에 쌓인 울타리를 헐 때도 된다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가장 먼 데서부터 시작할 때도 온다 그래서 봄은 사랑의 계절 모든 거리가 풀리..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3.06
대보름 날 - 고 은 ㅡ 대보름 날 - 고 은 ㅡ 정월 대보름날 단단히 추운 날 식전부터 바쁜 아낙네 밥손님 올 줄 알고 미리 오곡밥 질경이나물 한 가지 사립짝 언저리 확 위에 내다 놓는다 이윽고 환갑 거지 회오리처럼 나타나 한바탕 타령 늘어놓으려 하다가 오곡밥 넣어가지고 그냥 간다 삼백예순 날 오늘만 하여라 동냥..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3.05
비망록 - 문정희 비망록 - 문정희 남을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남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가난한 식사 앞에서 기도를 하고 밤이면 고요히 일기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구겨진 속옷을 내보이듯 매양 허물만 내보이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내 가슴에 아직도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3.04
봄맞이 춤 - 구 상 봄맞이 춤 - 구 상 옛 등걸 매화가 흰 고깔을 쓰고 학(鶴)춤을 추고 있다. 밋밋한 소나무도 양팔에 푸른 파라솔을 들고 왈츠를 춘다. 수양버들 가지는 자잔가락 앙상한 아카시아도 빈 어깨를 절쑥대고 대숲은 팔굽과 다리를 서로 스치며 스탭을 밟는다. 길 언저리 소복한 양지마다 잡초 어린것들도 벌써..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3.03
봄 길 : 정호승 봄 길 : 정호승 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3.02
생은 길을 따라 이어지고 - 압바스 키아로 스타 생은 길을 따라 이어지고 - 압바스 키아로 스타미 나 여기 왔네 바람에 실려 여름의 첫 날 바람이 또 나를 데려가리 가을의 마지막 날. 혼자 와서 혼자 마시고 혼자 웃고 혼자 울고 혼자 떠나. 동도 아니고 서도 아니고 북도 아니고 남도 아니고 다만 내가 지금 서 있는 이 자리. 마른 꼴 비에 젖어 촉촉..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3.01
제비꽃 - 테일러 제비꽃 - 테일러 푸른 그늘 속 화단 안에 다소곳한 제비꽃 한 송이 줄기를 굽혀 머리를 숙인 모양이 마치 사람 눈을 피하고 있는 듯. 그래도 제비꽃은 사랑스럽고 색깔은 밝고 선명하여 그런 곳에 숨어 피느니보다는 장밋빛 방을 장식하는 게 어울리리라. 하지만 아무런 불만 없이 피어 단정한 색깔로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2.28
길 - 노천명 길 - 노천명 길 솔밭 사이로 솔밭 사이로 걸어 들어가자면 불빛이 흘러 나오는 고가(古家)가 보였다. 거기.. 벌레 우는 가을이 있었다. 벌판에 눈 덮힌 달밤도 있었다. 흰 나리꽃이 향을 토하는 저녁 손길이 흰 사람들은 꽃술을 따 문 병풍의 사슴을 이야기했다. 솔밭 사이로 솔밭 사이로 걸어 지금도 전..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2.27
봄이 오면 나는 - 이해인 봄이 오면 나는 - 이해인 봄이 오면 나는 활짝 피어나기 전에 조금씩 고운 기침을 하는 꽃나무들 옆에서 덩달아 봄앓이를 하고 싶다 살아 있음의 향기를 온몸으로 피워올리는 꽃나무와 함께 나도 기쁨의 잔기침을 하며 조용히 깨어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매일 새소리를 듣고 싶다 산에서 바다에서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2.26
민들레 꽃 - 조지훈(趙芝薰) 민들레 꽃 - 조지훈(趙芝薰) 까닭없이 마음 외로울 때는 노오란 민들레 꽃 한송이도 애처럽게 그리워 지는데 아 얼마나한 위로인가 소리쳐 부를수는 없는 아득한 거리에서 그대 조용히 나를 찾아 오리니 사랑한다는 말 이 한마디는 내 이세상 온전히 뒤에 남을것 잊어버린다. 못잊어 차라리 병이 되어..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2.24
꽃이 진 자리에 ㅡ 문 태준 꽃이 진 자리에 ㅡ 문 태준 생각한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꽃잎들이 떠난 빈 꽃자리에 앉는 일 그립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붉은 꽃잎처럼 앉았다 차마 비워두는 일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2.23
별밭에 - 신동엽(申東曄) 별밭에 - 신동엽(申東曄) 바람이 불어요 눈보라 치어요 강 건너선 우리들의 마을 지금 한창 꽃다운 합창연습 숨 높아가고 있는데요 바람이 불어요 안개가 흘러요 우리의 발 밑 양달진 마당에선 지금 한창 새날의 신화 화창히 무르익어가고 있는데요 노래가 흘러요 별밭에선 지금 한창 영겁으로 문 열..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2.22
겨울나무 - 이정하 겨울나무 - 이정하 그대가 어느 모습 어느 이름으로 내 곁을 스쳐 지나갔어도 그대의 여운은 아직도 내 가슴에 여울되어 어지럽다 따라나서지 않은 것이 꼭 내 얼어붙은 발 때문만은 아니었으리 붙잡기로 하면 붙잡지 못할 것도 아니었으나 안으로 그리움 삭일 때도 있어야 하는 것을 그대 향한 마음..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