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언덕...노천명 유월의 언덕...노천명 아카시아꽃 핀 유월의 하늘은 사뭇 곱기만 한데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고 안으로 안으로만 들다 이 인파 속에서 고독이 곧 얼음모양 꼿꼿이 얼어 들어옴은 어쩐 까닭이뇨 보리밭엔 양귀비꽃이 으스러지게 고운데 이른 아침부터 밤이 이슥토록 이야기해 볼 사람은 없어 파라..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6.05
6월의 장미 - 이해인 6월의 장미 - 이해인 하늘은 고요하고 땅은 향기롭고 마음은 뜨겁다' 6월의 장미가 내게 말을 건네옵니다. 사소한 일로 우울할 적마다 '밝아져라' '맑아져라' 웃음을 재촉하는 장미 삶의 길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이 사랑의 이름으로 무심히 찌르는 가시를 다시 가시로 찌르지 말아야 부드러운 꽃잎을 피..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6.04
나무 학교 - 문정희 나무 학교 - 문정희 나이에 관한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해마다 어김없이 늘어 가는 나이 너무 쉬운 더하기는 그만두고 나무처럼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늘 푸른 나무 사이를 걷다가 문득 가지 하나가 어깨를 건드릴 때 사랑한다!는 그의 목소리가 심장에 꽂힐 때 오래된 사원 뒤뜰에서 웃어요!하며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6.03
六月의 시 - 김남조 六月의 시 - 김남조 어쩌면 미소짓는 물여울처럼 부는 바람일까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언저리에 고마운 햇빛은 기름인양 하고 깊은 화평의 숨 쉬면서 저만치 트인 청청한 하늘이 성그런 물줄기 되어 마음에 빗발쳐 온다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또 보리밭은 미움이 서로 없는 사랑의 고을이라 바람..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6.02
나무의 시 - 류시화 나무의 시 - 류시화 나무에 대한 시를 쓰려면 먼저 눈을 감고 나무가 되어야지 너의 전생애가 나무처럼 흔들려야지 해질녘 나무의 노래를 나무 위에 날아와 앉는 세상의 모든 새를 너 자신처럼 느껴야지 네가 외로울 때마다 이 세상 어딘가에 너의 나무가 서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지 그리하여 외로움..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6.01
강 물 - 천상병 강 물 - 천상병 강물이 모두 바다로 흐르는 그 까닭은 언덕에 서서 내가 온종일 울었다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밤새 언덕에 서서 해바라기처럼, 그리움에 피던 그 까닭만은 아니다 언덕에 서서 내가 짐승처럼 서러움에 울고 있는 그 까닭은 강물이 모두 바다로만 흐르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5.31
꽃이 졌다는 편지 - 장석남 꽃이 졌다는 편지 - 장석남 이 세상에 살구꽃이 피었다가 졌다고 쓰고 복숭아 꽃이 피었다가 졌다고 쓰고 꽃이 만들던 그 섭섭한 그늘 자리엔 야윈 햇살이 들다가 만다고 쓰고 꽃 진 자리마다엔 또 무엇이 있다고 써야 할까 살구가 달렸다고 써야 할까 복숭아가 달렸다고 써야 할까 그러니까 결실이 있..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5.30
아직 촛불을 켤때가 아닙니다 - 신석정 아직 촛불을 켤때가 아닙니다 - 신석정 저 재를 넘어 가는 저녁 해의 엷은 광선들이 섭섭해 합니다. 어머니, 아직 촛불을 켜지 말으셔요. 그리고 나의 작은 명상의 새 새끼들이 지금도 저 푸른 하늘에서 날고 있지 않습니까? 이윽고 하늘이 능금처럼 붉어질 때 그 새 새끼들은 어둠과 함께 돌아온다 합..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5.28
외로울 때가 있다 - 정유찬 외로울 때가 있다 - 정유찬 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한 떼의 새 무리가 지나간 후 혼자 나는 새가 있다 어떤 때는 한 마리의 새가 솟아오르고 난 뒤 한 무리의 새 떼들이 그 뒤를 따르는걸 볼 수 있다 혼자 나는 새는 가장 강한 새이거나 가장 약한 새 강한 사람도 약한 사람도 한 번쯤은 혼자 나는 새..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5.27
아카시아 꽃 필 때 - 오광수 아카시아 꽃 필 때 - 오광수 이제는 다시 못 올 꿈같은 기억의 낯익은 향기에 가슴 두근거리며 고개를 드니 아카시아 꽃이 가까이 피었습니다 하얀 꽃 엮어서 머리에도 쓰고 향기가 몸에 베일만큼 눈 지그시 감고 냄새를 맡던 얼굴 하얗던 사람 봄 햇볕이 따스한데도 그대를 생각하면 왜 눈물부터 날까..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5.26
소나무 아래서 - 이의웅 소나무 아래서 - 이의웅 공원의 늙은 소나무 한 그루 봄빛에 그 많은 가지 노랗게 송화를 피워놓아 굽은 등 짝이 유난히 무겁다 나무 아랜 장애 우 한 사람이 뻗쳐지지 않은 팔다리와 펴지지 않는 허리를 꾸부리며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다 무겁게 살아가는 저들을 보면 갈라진 늑골 사이로 등 걸진 세..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5.25
장미꽃 - 김재진 장미꽃 - 김재진 양이 뜯지 못하도록 가시를 내밀고 있는 꽃, 감기에 걸릴까 봐 유리덮개로 바람을 막아줘야 하는 예쁜 내 장미꽃, 별을 쳐다보며 나는 별 속에 네가 피어 있을 것이란 상상으로 행복해진다. 눈감으면 느낄 것 같은 네 향기 떠올리며 따뜻해진다. 네 마음이 보내는 환한 빛, 별 같이 많은..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5.25
모든 것은 지나간다.- 세실 프란시스 알렉산더 모든 것은 지나간다.- 세실 프란시스 알렉산더 모든 것은 지나간다. 일출의 장엄함이 아침 내내 계속되진 않으며 비가 영원히 내리지도 않는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일몰의 아름다움이 한밤중까지 이어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땅과 하늘과 천둥, 바람과 불, 호수와 산과 물, 이런 것들은 언제나 존재한..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5.23
이팝꽃 그늘 - 이해리 이팝꽃 그늘 - 이해리 고소한 뜸 냄새를 풍기며 변함없는 밥솥이 더운 김을 내뿜는 아침 동구 밖 이팝꽃 흐벅지게 피었다 고봉으로 밥 먹은 사람 드문 시대 고봉으로 피었다 구름이 퍼먹고 바람이 퍼먹고 못자리가 퍼먹고 나도 하얀 쌀밥꽃 남아돈다 남아도는 쌀밥꽃 길가에 수북 떨어졌다가 자동차에..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5.22
오월은 가고 있다 - 피천득 오월은 가고 있다 - 피천득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스물 한 살 나이였던 오월. 불현듯 밤차를 타고 피서지에 간 일이 있다. 해변가에 엎어져 있는 보트, 덧문이 닫혀 있는 별..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