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 곽재구 소나기 - 곽재구 저물 무렵 소나기를 만난 사람들은 알지 누군가를 고즈넉이 그리워하며 미루나무 아래 앉아 다리쉼을 하다가 그때 쏟아지는 소나기를 바라본 사람들은 알지 자신을 속인다는 것이 얼마나 참기 힘든 격정이라는 것을 사랑하는 이를 속인다는 것이 얼마나 참기 힘든 분노라는 것을 그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6.25
고 독 - 유안진 고 독 - 유안진 이미 나는 깊 푸른 이 바닷 속에 몸을 던졌기로 아직도 나 살아 있더라고 누가 말할까만. 서리서리 혼을 감는 젊은 형벌 죽음에 이르고 말 어지러운 춤을 황홀한 목숨의 마무리 그 하나를 노려 내 잠자리를 지하에 편다 해도 따라와 함께 누울 내 너를 어이리. 나는 늘 그대로 하여 눈을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6.24
초여름 숲처럼 - 문정희 초여름 숲처럼 - 문정희 나무와 나무 사이엔 푸른 하늘이 흐르고 있듯이 그대와 나 사이엔 무엇이 흐르고 있을까. 신전의 두 기둥처럼 마주보고 서서 영원히 하나가 될 수 없다면 쓸쓸히 회랑을 만들 수 밖에 없다면 오늘 저 초여름 숲처럼 그대를 향해 나는 푸른 숨결을 내뿜을 수 밖에. 너무 가까이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6.23
누가 울고 간다 - 문태준 누가 울고 간다 - 문태준 누가 울고 간다 밤새 잘그랑거리다 눈이 그쳤다 나는 외따롭고 생각은 머츰하다 넝쿨에 작은 새 가슴이 붉은 새 와서 운다 와서 울고 간다 이름도 못불러 본 사이 울고 갈 것은 무엇인가 울음은 빛처럼 문풍지로 들어온 겨울빛처럼 여리고 여려 누가 내 귀에서 그 소릴 꺼내 펴..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6.22
강가에 서서 - 오광수 강가에 서서 - 오광수 잔바람 한 자락으로 배를 띄우고 쥔 손 모두 놓고 따라갈까요? 정말 저 물오리처럼, 아직 나에 대한 마음은 남아 있겠지요 갈대 가득한 강가에는 온통 그대의 긴 머릿결만 흩날리고, 가슴에 오랫동안 떠나지 않던 얼굴이 흐르는 안개 위에서 저리도 피어나 정말 보아도 보아도 그..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6.20
6월이 간다 - 신경숙 6월이 간다 - 신경숙 10대 땐 20대가 되면, 20대 땐 30대가 되면 막막하고 불안한 마음이 치유되리라, 무엇인가 든든한 것이 생겨서 아슬아슬한 마음을, 늘 등짝에 멍이들어 있는 것 같은 마음을 거둬가 주리라 그렇게 부질없이 시간에 기댔던 것 같다. 20대의 어느 대목에선가는 20대가 참 길다고 생각하기..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6.18
산 아래 - 김명인 산 아래 - 김명인 어느 집 굴뚝이 풀어놓았을까 소매 놓친 연기 산등성이 감고 맴돌지만 살얼음이 잠근 무논 속의 마을 건널 수 없어 이쯤에서 스치며 지나가는데 아궁이 앞에 누가 앉았나 저녁도 이슥해져야 한 시루 어둠을 익혀내는지 흰머리구름 층층엔 온통 팥빛 노을 하루 종일 밖에서 노느라 끼..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6.17
파천(破天) - 김종제 파천(破天) - 김종제 내가 걸어가는 길 상류 어디쯤에 破天이라는 곳이 있을 게다 넘보는 지류와 몸을 섞기 전에 순결하게도 거슬러 올라가 그러니까 처음 그 순간처럼 하늘과 맞닿아 있어서 감히 손으로 건드리면 세상을 깨뜨릴 수 있다는 갈라지기 직전의 희고도 푸른 저 찰나의 시간 그곳까지 걸어..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6.16
나는 생이란 말을 얼마나 사랑했던가 - 이기철 나는 생이란 말을 얼마나 사랑했던가 내 몸은 낡은 의자처럼 주저앉아 기다렸다 병은 연인처럼 와서 적처럼 깃든다 그리움에 발 담그면 병이 된다는 것을 일찍 안 사람은 현명하다 나, 아직도 사람 그리운 병 낫지 않아 낯선 골목 헤맬 때 등신아 등신아 어깨 때리는 바람 소리 귓가에 들린다 별 돋아..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6.12
찔레꽃 - 洪海里 찔레꽃 - 洪海里 목이 타는 愛蓮里 遠西軒 지나 옥양목 펼쳐놓은 찔레꽃더미 홀로 헤매다 길 잃은 牽牛. 은하 물가 푸른 풀밭 소 떼를 찾아 피리소리 하나 잡고 강을 건너서 젖어오는 그리움에 길 잃은 織女. * 원서헌: 충북 제천시 백운면 애련리 198. 오탁번 시인의 문학관.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6.11
기억한다, 그러나 - 나희덕 기억한다, 그러나 - 나희덕 기억한다 벼랑 위에서 풀을 뜯던 말의 목선을 그러나 알지 못한다 왜 그토록 머리를 깊게 숙여야 했는가를 벼랑을 기어오르는 사나운 해풍이 왜 풀을 뜯고 있는 말의 갈기를 흔들었는가를 서럭서럭 풀 뜯던 소리, 그때마다 바다는 더 시퍼렇게 일렁였는데 왜 나는 그게 울음..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6.10
안개 속에 숨다 - 류시화 안개 속에 숨다 - 류시화 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인기척과 함께 곧 들키고 말지만 안개속에서는 가까이 있으나 그 가까움은 안개에 가려지고 멀리 있어도 그 거리는 안개에 채워진다 산다는 것은 그러한 것 때로 우리는 서로 가까이 있음을 견디지 못하고 때로는..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6.08
생각에 잠긴 봄 - 洪海里 생각에 잠긴 봄 - 洪海里 봄이 초록빛 길로 가고 있다 어둠 속에 잉태하고 있던 것마다 폭죽처럼 출산하고, 이제는, 연둣빛 미소로 누워 있는 어머니 바람은 후박나무 잎에 잠들고 여덟 자식들은 어디 숨어 있는지 느리게 느리게 봄이 흘러간다 무심하게, 눈물처럼, 나른나른히.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6.07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 모윤숙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 모윤숙 산 옆 외따른 골짜기에 혼자 누워 있는 국군을 본다. 아무 말, 아무 움직임 없이 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국군을 본다. 누른 유니폼 햇빛에 반짝이는 어깨의 표식 그대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소위였고나. 가슴에선 아직도 더운 피가 뿜어 나온다. 장미 냄새보다 더 짙은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