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익 변호사 에세이 - 새로운 자본주의 묵호역 플랫폼 주위는 엷은 어둠이 출렁거렸다. 밤 기차를 타려는 승객들이 군데군데 서너명씩 서 있었다. 그들 사이에 내가 묵고 있는 실버타운의 공동식당을 담당하고 있는 그녀가 끼어 있었다. 시골출신인 그녀는 열 살부터 밥을 지어 아버지가 일하는 밭으로 가지고 갔었다고 했다. 그렇게 밥짓는 일과 인연이 되어 나이 칠십이 넘은 지금까지 평생 밥 짓는 일을 해 왔다는 것이다. 낮에 식당에서 봤었는데 한밤의 플랫폼에서 만나니까 느낌이 다르다. 평소에 입이 무거운 그녀가 지나가는 투로 말했다. “이십년 전 황량한 묵호의 산골짜기 실버타운으로 와서 밥을 하기 전에는 서울의 충무로에서 작은 밥집을 했었어요. 영화판인 그 동네에는 끼니때 밥을 사 먹을 돈이 없는 배우들이 많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