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성을 위한 ━━/설교예화 3389

마음속 얼음장

마음속 얼음장 철들자 망령’이라는 속담은 언제라도 우리의 마음을 두렵게 합니다. 철없이 철부지로 살다 겨우 철들었는데, 하는 짓이 겨우 망령이라면 얼마나 허망한 삶일까 싶기 때문입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오 맙소사, 죽는 순간에 이르러서야 한 번도 제대로 살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니” 라 했으니 말이지요. 눈과 얼음이 물로 돌아가는 우수(雨水)의 계절입니다. 대동강 얼음도 녹는 때가 찾아왔습니다. 우수를 맞을 때면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은 얼음장을 돌아보게 됩니다. 대동강 얼음보다 더 차갑고 더 두껍게 자리 잡은 마음속 얼음장을 말이지요. 아무리 얼음이 두꺼워도 때가 되면 모두 물로 돌아가는데, 우리 안에 굳어진 교만과 아집은 해가 더할수록 두께를 더합니다. 그것을 녹일..

과거 청산

과거 청산 누군가에게 과거는 그냥 지나간 사건에 그치지 않습니다. 자연스럽게 잊히는 사소한 일도 아닙니다. 깊은 상처와 수치로 각인됩니다. 과거의 상처를 해결하려면 구체적인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가 있어야 합니다. 그럴 때 상처도 회복되고 관계도 개선됩니다. 최근 유명 운동선수의 과거 폭력을 고발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잘못은 인정했지만, 상대가 수긍할 만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배상까지 하진 못한 것 같습니다. 언론 플레이와 시간 끌기로 잘못을 면피할 순 없습니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여러 종류의 폭력에 둔감했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고 사회적으로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가해자는 더이상 과거의 치기 어린 행위라고 변명해선 안 됩니다. 문제가 되기 전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합니..

산소통

산소통 제주도를 찾는 여행객 중에는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을 탐험하는 스킨스쿠버 다이버들이 많습니다. 코로나19로 해외로 못 나가는 국내 다이버들이 제주도로 몰리는 현상이 생겼고, 서귀포 앞바다에 위치한 부속 섬들의 산호초들이 아름답다는 소문이 나면서 많은 다이버들이 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교회 근처 바닷가를 산책하다 보면 배에 스쿠버 장비를 싣고 있는 다이버의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그러면서 다이버들이 유독 산소통을 조심히 다룬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다이버들이 바닷속에서 오래 잠수하려면 반드시 산소통이 필요합니다. 산소통의 산소가 바닥난 것을 모르고 깊은 바닷속에 있다 보면 생명을 잃게 됩니다. 저는 그렇게 자신의 생명줄 같은 산소통을 짊어지고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다이버들을 볼 때마다 우리 신앙인..

눈이 사뿐히 내리는 이유

눈이 사뿐히 내리는 이유 ‘눈이 사뿐사뿐 오네 / 시아버지 시어머니 어려와서 / 사뿐사뿐 걸어오네.’ 늦깎이로 한글을 배운 전남 곡성의 김점순 할머니의 시 ‘눈’입니다. 태어나서 처음 연필을 잡아보신다는 할머니. 마을에 생긴 야학에 갔다가 아버지한테 몽둥이로 맞았다는 할머니. 글을 배우면 시집가서 편지 나부랭이나 할까 봐 부모가 말려 학교 문턱도 못 가봤다는 할머니. 이분들의 소원은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써보는 것이었습니다. 또 자식에게 편지를 쓰고 싶었습니다. 숨 한번 크게 못 쉬며 살아온 이분들은, 내리는 눈도 시부모님이 어려워서 사뿐이 내려오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우리로서는 가늠할 수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나의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묵묵히 인내하며 삶의 자리를 지켜온 어른들의..

말씨와 맘씨

말씨와 맘씨 익숙하게 사용하던 단어도 곰곰 그 뜻을 생각하면 몰랐던 맛이 우러날 때가 있습니다. 어릴 적 허기를 달래느라 흙 묻은 채로 씹던 칡이, 처음엔 써도 참고 씹다 보면 마침내 단맛이 배어났던 것처럼 말이지요. 그런 우리말 중 말씨 맘씨가 있습니다. 말씨는 말하는 태도나 버릇으로 말투에 가까운 의미이고, 맘씨란 마음을 쓰는 태도로 심성에 가까운 말입니다. 말씨와 맘씨라는 말이 새롭게 와닿았던 것은 혹시 그 말이 씨앗과 관련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생각이 가능한 것이라면 말씨란 말로 뿌리는 씨앗이 될 터이고, 맘씨란 마음으로 뿌리는 씨앗이 될 것입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것이 자연의 이치입니다. 나는 지금 어떤 말의 씨앗을 뿌리고 있는지, 어떤 ..

용기와 만용

용기와 만용 용기와 만용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겉으로 보이는 현상은 비슷합니다. 위험해 보이고 어려워 보이는 일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외견만으로는 둘 사이를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구별할 수 있는 근거는 있습니다. 바로 ‘연약함’의 인정 여부입니다. 자신의 연약함과 부족함을 알면서도 도전하는 것은 용기입니다. 반면 자기 능력을 과신하고 덤벼들면 만용입니다. 용기 있는 자는 실패해도 그것을 교훈 삼아 새로운 시도를 합니다. 돌파구를 마련하는 지혜를 얻습니다. 반면 만용을 부리다 실패하면 좌절하거나 회피하기 쉽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한국교회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만용이 아니라 분명한 지식과 치밀한 전략이 매사에 필요한 시기입니다. 사회의 기준치보다 훨씬 높은 가치를 제공하며 지혜롭게 접근하는 안..

신앙 온도

신앙 온도 건강 관련 블로그에서 읽은 이야기입니다. 건강한 성인의 정상체온은 36.5도에서 36.9도 사이이며 어린아이들은 조금 높고 고령자는 0.5도 낮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 몸이 정상체온보다 높거나 낮으면 건강하지 않다는 위험 신호라 합니다. 특히 체온이 낮은 경우 각종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고 합니다. 그래서 의사들은 평상시 체온이 낮은 고령자나 환자들은 겨울에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적당한 운동과 반신욕으로 몸을 따뜻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체온이 1도 올라가면 면역력은 5배, 기초대사율은 10% 높아져서 바이러스에 강한 몸이 되고 혈액순환이 잘되는 건강한 몸이 된다고 합니다. 체온 관리의 중요성에 관한 이야기를 접하면서 요한계시록 3장 15절에 나오는 라오디게아 교회..

사격훈련

사격훈련 얼마 전 TV에서 휴전선 최전방 공동경비구역에서 근무하는 병사들이 사격 훈련하는 장면을 봤습니다. 15m 거리에서 10발, 25m 거리에서 10발을 발사해 평균 150점 이상 점수를 내야 하는 훈련이었습니다. 계급이 낮은 병사들은 평균 80점을 내기도 힘들어했습니다. 팔과 손목의 힘이 약해 총의 반동을 이겨내지 못하고 정확한 조준을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손목의 힘을 기르기 위해 아령을 들고 연습하며 반복 훈련한 선임병들은 150점 이상의 사격 실력을 보여줬습니다. 사도 바울은 성도의 삶을 일컬어 우리의 씨름은 혈과 육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씀했습니다. 요즘같이 신앙생활의 연속성이 자꾸만 끊어질 때일수록 믿음의 근육을 단련하는 훈련, 하나님을 가까이하고 사탄을 대적하는 훈련을 게을..

허세인가, 믿음인가

허세인가, 믿음인가 허세 있는 사람은 실제보다 과장된 모습으로 살기에 한심하게 보일 때가 있습니다. 허세는 또 다른 허세를 부추기고, 자기 능력보다 큰일을 계속하게 해 무모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이런 허세가 신앙적으로는 유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예수의 말씀대로 솔로몬 왕의 모든 옷이 들에 핀 백합화 하나만 못하다고 여겨야 합니다. 세상 사람이 보기에 이런 모습은 허세로 느껴질 것입니다. 솔로몬의 옷보다 더 아름답게 들풀도 입히는데 하물며 우리일까 보냐’란 마음으로 사는 것은 더 큰 허세로 보일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오히려 이런 모습을 믿음으로 인정해 줍니다. 이 허세 같은 믿음이 있을 때 우리는 능력보다 큰일을 할 수 있고, 남이 보기에 무모할 정도로 당당하게 살 수 있을 것..

예수님과 어울림

예수님과 어울림 유명한 화가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의 친구가 물었습니다. “자네가 그린 그림이 좋은 작품인지 아닌지 도대체 어떻게 평가하나.” 화가가 대답했습니다. “난 그림을 그린 후 그것을 나무나 꽃 옆에 놓아 본다네. 내 그림이 그것들과 잘 어울리면 제대로 된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잘못된 것이지.” 작가 이지예의 책 ‘지구에서 인간으로 유쾌하게 사는 법 2’ 중의 한 구절로 프랑스 화가 샤갈의 이야기입니다. 샤갈은 자연과 가장 가까운 것이 가장 아름답다고 합니다. 한 사람의 신앙이 좋은지 아닌지는 예수님 옆에 놓아 보면 됩니다. 예수님과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 신앙 좋은 사람입니다. 그가 하는 말, 행동, 마음의 진심, 성품 등이 예수님의 그것과 비슷하다면 좋은 신앙인입니다. 사람들은 자신과 ..

민낯

민낯 K뷰티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다양한 화장품과 화장법이 유명합니다. 성형 수술도 한국 의사의 솜씨가 최고랍니다. 한국 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주인공의 자연스러운 화장은 전 세계 여성의 관심거리가 됐습니다. 화장을 잘하는 것도 좋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원바탕 즉 민낯입니다. ‘쌩얼’이라 불리는 민낯이 좋아야 화장도 빛을 발합니다. 피부에 심한 트러블이 있거나 알레르기가 심할 때는 화장을 해도 제한이 있습니다. 피부 원상태가 좋아지려면 보이지 않는 내부를 잘 관리해야 합니다. 먹는 것, 생활 습관 등 몸 전체가 균형을 찾을 때 민낯도 좋아집니다. 어떤 화장을 해도 빛납니다. 요즘 한국교회는 화장이 벗겨지고 민낯이 드러나는 느낌입니다. 화려한 외형을 갖춘 것 같은데, 실제 상태는 그리 건강하지 못한 ..

맛집

맛집 제주도를 방문하는 관광객이 1년에 1500만명이나 됩니다. 그리고 그 많은 관광객이 가장 관심 있어 하는 것 중 하나가 맛집입니다. 대부분 관광객이 여행을 오기 전에 인터넷이나 SNS로 맛집을 검색하고 옵니다. 그런데 간혹 실망하는 맛집도 있습니다. 가끔 주일예배 때 참석하신 관광객 중에 맛집 선정에 실패했다면서 맛집을 추천해달라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면 저는 세 종류의 맛집 중 한 가지를 선택하라고 말씀드립니다. “제주도에는 세 종류의 맛집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제주도민이 가는 맛집이고, 두 번째는 여행객들만 가는 맛집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제주도민도 가고 여행객들도 가는 맛집입니다.” 여행객들은 세 번째 종류의 맛집을 소개해 달라 하십니다. 교회에도 세 종류 교회가 있는 것 같습니..

연결되는 삶

연결되는 삶 미국 애플의 창업자로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개발한 스티브 잡스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컴퓨터 산업 종사자들이 가장 부족한 것은 컴퓨터에 관한 지식이 아니라 다른 경험이다. 그것이 없어 연결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어린아이였을 때 우리는 보고 듣고 만져보는 것에 대한 호기심과 다양한 질문을 갖고 살았습니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갈수록 이전의 경험과 지식에 따라 상황과 환경, 사건들을 해석하려 합니다. 골리앗 앞에서 사울 왕과 이스라엘 군대는 두려워 떨며 숨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런 무기도 없던 다윗은 담대하게 골리앗과 맞서 싸웠습니다. 인간적으로는 두려웠을지 모르나 하나님의 전능하심과 그의 마음이 연결돼 있었습니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하나님에 대한, 말씀에 대한 지식이 아닙니다. 다른 경험입..

블루오션으로 가는 배, 애매함

블루오션으로 가는 배, 애매함 모 방송국 음악 경연프로그램에 출연한 한 목회자의 아들이 화제입니다. 독특한 음악을 하기도 했지만 자신의 음악은 충분히 예술적이지도, 대중적이지도 않은 애매한 경계에 있는 음악이라고 한 인터뷰로 더 많은 이목을 끌었습니다. 애매함이란 정체성이 요즘 사람의 모습을 대변하기에 공감을 얻은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듭니다. 애매함은 때로 사람들에게 주목받지 못해 실망스러울 때도 있지만, 다른 관점으로 보면 오히려 남들이 가지 않는 블루오션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줍니다. 신앙도 그렇습니다. 아브라함 같은 족장도 아니고 다윗 같은 왕도 아니었던 요셉은 애굽 총리로서 하나님께 쓰임 받았습니다. 신앙의 인물은 한 사람도 똑같은 모습으로 하나님을 만나지 않았고 똑같은 모습으로 쓰임 받지도 않았..

지금 여기 당신이 행복

지금 여기 당신이 행복 “어제 거기/ 내일 저기가 아니라/ 지금 여기/ 그리고 내 앞에 있는 너.” 나태주 시인의 시 ‘행복’입니다. ‘지금’ ‘여기’ ‘당신’의 3박자가 행복입니다. 흔히 착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어제는 추억과 아름다움이요, 오늘은 고통이라는 착각입니다. 그곳은 낭만이고 이곳은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멀리 있는 그 사람은 백마 탄 왕자, 내 곁의 이 사람은 돌쇠라는 착각입니다. ‘저기’로 가 있는 마음을 ‘여기’로 가져와야 합니다. 지금 여기가 꽃자리고 내 곁의 이 사람이 꽃사람입니다. 지금 여기(now here)가 아니면 아무 데도 없습니다(nowhere). 인류 최초로 달에 첫발을 디딘 닐 암스트롱에게 기자가 물었습니다. “달에서 무엇을 보고 오셨나요.” 암스트롱은 이렇게 대답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