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성을 위한 ━━/설교예화 3389

봄의 교향악

봄의 교향악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 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로 시작하는 노래가 있습니다. 가곡 ‘동무 생각’의 첫 가사입니다. 찬란한 봄을 맞을 준비가 한창입니다. 땅에서는 풀들이 솟아납니다. 마른 나무에도 물이 올라오는 모습이 보입니다. 새 이파리는 연두색 빛깔로 수줍게 선보입니다. 죽어 있던 것 같은 대지 위에 생명의 힘이 약동합니다. 연주회가 시작되기 전 여러 연주자가 자기 악기 소리를 확인하면서 분주히 준비하는 모습 같습니다. 지휘자가 나타나면 부산스러운 소리와 움직임은 멈춥니다. 연주회가 시작되면 대지가 푸르러집니다. 나뭇잎의 빛깔이 달라지고 여기저기에서 꽃망울이 올라옵니다. 질서 있게 자기의 때에 따라 아름다운 색을 입은 갖가지 꽃이 그 자태를 뽐낼 것입니다. 위대한 자연의 창조자..

역주행의 기적

역주행의 기적 홍콩순복음교회를 담임하던 시절 교회학교 중등부에서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던 여학생이 있었습니다. 홍콩에서 한국으로 이사한 후에도 종종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대학을 졸업하고 아이돌 가수로 데뷔했다며 중보기도 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걸그룹 데뷔 후에도 몇 년간 큰 인기를 얻지 못하고 고생만 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TV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팀 해체 위기를 맞은 한 걸그룹이 역주행의 기적을 만들며 가요 음원차트 1위, 가요순위 1위, 예능방송프로 섭외 1순위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중보기도를 했던 제자, 브레이브걸스의 유정이었습니다. 주말에 유정에게 축하 문자를 보냈더니 “목사님! 하는 일이 잘 안 되다 보니 하나님을 조금씩 멀리하게 되고 원망이 커졌지만, 마지막으로 하나님..

가장 좋은 자리

가장 좋은 자리 몇 해 전 설교를 부탁받고 미국 포틀랜드를 방문했을 때, 현지 병원을 방문한 일이 있습니다. 집회에 참석한 한 목사님이 자신이 일하는 병원을 소개해 줬습니다. 한국 분이 미국 병원에서 원목으로 일하는 모습은 그 자체가 소중하게 여겨졌습니다. 병원은 컬럼비아강이 내려다보이는 경치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의료진이 환자를 따뜻하게 배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특히 놀랍게 다가온 게 있었습니다. 병원에서 경치가 가장 좋은 방을 중환자들이 사용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원장은 물론 직원들은 강가의 반대편 방을 사용하고요. 경치가 가장 좋은 방을 많이 아픈 이들에게 양보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문득 우리 믿음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믿음이 무엇인지 단순하게 다가왔습니다. 믿는다 하면서도 마음..

왕자의 짝사랑

왕자의 짝사랑 세계적 철학자이자 신학자였던 키르케고르의 책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하루는 왕자가 말을 타고 사냥하던 중 한 빈민촌을 지나가다가 매우 아름다운 여인을 보았고 짝사랑에 빠졌습니다. 왕궁에 돌아와서도 매일매일 그리워하며 어떻게 하면 신분 격차를 뛰어넘어 그 여인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결국 왕자는 입고 있던 화려한 옷을 벗어버리고, 그녀가 사는 시골 마을로 가서 조그마한 방 하나를 얻어 목수가 되었습니다. 가난한 사람의 풍습을 배우며 동네 사람들과 친하게 지냈습니다. 짝사랑했던 그 여인도 자신을 위해 많은 것을 포기했던 왕자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왕궁으로 함께 가서 살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죄인 된 우리를 짝사랑하셨던 예수님께서 하늘 영광 보좌를 버리시고, 낮고 천한 이 세상에 ..

얼룩 닦아내기

얼룩 닦아내기 코로나19로 당연하게 누렸던 일상들을 하지 못해 아쉽지만, 오히려 선물이라 느낄 때도 있습니다. 혼자 조용히 음악을 감상할 시간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LP 레코드 플레이어에 레코드판을 놓고 살짝 바늘을 올려놓으니 오랜 흑백영화 필름을 보는 듯 옛날에 즐겨듣던 찬양이 흘러나옵니다. 그렇게 음악을 듣고 있는데 갑자기 음악이 끊어져서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레코드판 위에 작은 먼지와 얼룩이 가득 묻어 있었습니다. 조심조심 먼지를 제거했더니 다시 음악 소리가 들려옵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듣는 모든 이에게 언제나 아름다운 음악이 됩니다. 때때로 그 말씀이 믿어지지 않고 들리지 않는 이유는 우리 마음속에 이 세상이 묻혀둔 염려와 먼지, 불신의 얼룩 때문이라는 것을 아시는지요. 2000년..

인생의 주어가 되는 분

인생의 주어가 되는 분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 동료 책상에 이런 문구가 붙어 있었습니다.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갈 때가 있고, 내려갈 때가 있으면 올라갈 때가 있다. 올라갈 때 교만치 말고, 내려갈 때 좌절하지 말자.’ 가만히 보니 문장에 주어가 없었습니다. 주어가 인생일 수 있겠지만, 인생은 스스로 올라가거나 내려갈 수 없습니다. 인생을 올라가게도 하고 내려가게도 하는 주어는 따로 있습니다. 하나님입니다. 인생을 새옹지마에 비유하곤 합니다. 하지만 도망간 말이 오랑캐의 준마를 데리고 올 확률은 매우 희박합니다. 말을 타다가 떨어져 다리를 절게 됐는데 때마침 전쟁이 날 확률은 더욱 그렇습니다. 로또 같은 확률에 막연히 기대 살 것이 아니라 인생의 주어가 되고, 세상의 주관자가 되는 하나님을 바라보며 살..

생수를 마셔라

생수를 마셔라 심해어를 아십니까. 보통의 물고기는 빛이 잘 들어오고 수압이 강하지 않은 수심 200m 내에서 서식합니다. 반면 심해어는 10㎞ 깊은 바닷속에서 높은 수압을 견디며 살아갑니다. 어류학자들에 따르면 심해어는 다른 물고기와 달리 부레가 없는 경우가 많고 몸속 빈 곳에 공기 대신 물을 채워 넣는다고 합니다. 이렇게 하면 몸 안에 있는 물과 몸 밖에 있는 물의 압력이 균형을 이뤄 몸체가 찌그러지지 않습니다. 오늘날 우리 삶은 갈수록 은혜의 빛이 보이지 않는, 염려 불안 고난이라는 압력이 짓누르는 심해와 같습니다. 믿음이 쇠잔해지지 않으려면 생수의 근원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모셔야 합니다.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니 내가 주는 물은 그 속에서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샘물..

있을 때 잘해

있을 때 잘해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있을 때 잘해 흔들리지 말고/ 있을 때 잘해 그러니까 잘해.” 지금은 고인이 된 배우 김자옥의 남편이었던 가수 오승근의 ‘있을 때 잘해’란 노래 가사입니다. 이 노래는 사랑하는 사람과 후회 없는 만남을 만들고 싶다는 내용입니다. 후회 없는 인생을 살고 싶은 것은 모든 사람의 소망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인생을 살다 보면 후회하면서 살게 됩니다. 세월이 흐르고 나면 “그때 더 잘할걸” 하며 후회합니다. 후회 대상 중 사람에 대한 후회가 가장 큰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젊어서 못한 공부나 사회생활은 나이 먹은 후에도 할 수 있지만, 나를 떠난 사람과 못다 이룬 사랑, 정은 다시 만들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장례식장에서 유족들이 가장 크게 후회하는 것은 고인..

움직이고 있습니다

움직이고 있습니다 천문학자들은 오랜 시간 망원경을 사용해 별을 살펴봤습니다. 어떤 학자들은 별빛에 주목했습니다. 별빛이 규칙적으로 어두워진다면 행성이 별을 돌고 있다는 증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해서 2000개 넘는 행성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때때로 밝은 낮과 같은 우리 인생 속에 그림자가 지고 먹구름이 끼며 소망의 빛을 발견하지 못할 것 같은 상황이 찾아옵니다. 그러나 조금만 믿음의 눈을 뜨고 바라보면 하나님의 능력이 분명히 역사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라는 글자가 한마디도 나오지 않는 에스더서를 읽어보면, 위기와 죽음 속에 분명히 살아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움직임을 볼 수 있습니다. 골고다 언덕 위에서 비참하게 돌아가시는 어둠 속에서도 예수 그리스도는 구원의 역사를 위해 가장 역..

함께라서 좋은 거야

함께라서 좋은 거야 며칠 전 아들과 함께 바닷가 앞 카페를 다녀왔습니다. 사역의 분주함으로 지쳐 있는 제게 위로를 주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차 문을 열고 밖에 나가 봤더니 마침 썰물 때라 물은 하나도 없고 까만 갯벌만 보였습니다. 아들은 속상한 듯 “아! 왜 내가 바다에 오는 날이면 항상 썰물일까. 모처럼 멋진 해변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라며 아쉬워했습니다. 그런 아들의 손을 잡고 말해줬습니다. “엄마는 바닷가보다 너와 함께 있어 더 행복하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함께’여서 아름다운 추억이 됩니다. 나를 사랑하사 독생자를 아낌없이 내어주신 아버지는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쓸쓸한 사막 같든 그저 당신과 함께라서 행복하다고 하십니다. 흐르는 눈물을 훔치고 주님의 손을 잡으십시오. 흑암..

울리는 꽹과리 같으니라

울리는 꽹과리 같으니라 부치지 않은 편지, 울리지 않는 종, 불타지 않는 초, 총알 없는 총은 존재 이유가 미약합니다. 지키지 못할 약속, 쓸 줄 모르는 돈, 섬김 없는 권위, 배려 없는 승리는 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진실 없는 친구, 존경 없는 아부, 미소 없는 인사는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사랑 없는 정의, 정의 없는 사랑, 분배 없는 성장, 성장 없는 분배는 공허한 메아리 같은 논리입니다. 경청 없는 자기주장, 감사 없는 성공, 인간성 없는 과학, 나침반 없는 호화 유람선은 위험하기 짝이 없습니다. 신앙 아닌 미신, 하나님의 마당만 밟는 예배, 기도 없이 성공한 것, 말과 혀로만 하는 사랑, 믿음 아닌 신념, 헌금 아닌 복채, 중언부언하는 기도는 신앙의 무늬만 있는 짝퉁입니다. “내가 사람의 방언..

탄소 금식

탄소 금식 사순절은 근신과 절제의 기간입니다. 지상에서 예수님의 마지막 40일은 모든 인류의 죄악을 감당하기 위한 특별한 시간이었습니다. 제자들과 진솔한 대화, 회중을 향한 강력한 선포, 하나님 앞에서 행한 처절한 기도, 어린 양과 같은 온전한 순종 등이 모두 이 기간에 이뤄졌습니다. 모든 것이 우리를 살리기 위함이었습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피해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언택트 시대가 열리면서 배달이 급증했고 일회용품 사용이 대폭 늘어났습니다. 덩달아 많은 양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쌓이고 있습니다. 우리를 살리기 위해 오신 예수님이 지금 현세대를 보셨다면 무슨 말씀을 하셨을까요. 영혼의 건강을 위한 금식은 물론 하나님이 만드신 환경을 되살리기 위한 탄소 금식을 하라고 말씀하시지 ..

때를 아는 지혜

때를 아는 지혜 장례 예배 때 찬송가 480장 ‘천국에서 만나보자’를 많이 부릅니다. 천국에서 고인을 다시 만날 소망을 주기에 은혜가 있는 장례 찬송입니다. 후렴구인 “만나 보자 만나 보자 저기 뵈는 저 천국 문에서”를 부르다가 ‘맞나 보자 맞나 보자 저기 저 천국 문에서’라고 할 사람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때는 너무 늦습니다. 천국 문 앞에서 천국이 있는지 확인해보는 건 이미 때를 놓친 것입니다. 최근 병상에서 산소마스크를 낀 모습을 보여주며 ‘어느 마스크를 쓰시겠습니까. 남이 씌워줄 땐 늦습니다’란 문구의 마스크 착용 홍보 포스터를 봤습니다. 마스크를 꼭 껴야 할 때라는 걸 재치있게 표현해 인상 깊었습니다. 때를 잘 아는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때를 잘 따라 사는 사람은 성공..

병아리 감별사

병아리 감별사 헌신하는 이들은 묵묵히 합니다. 벧세메스로 가는 두 마리 암소처럼 주어진 일을 말없이 감당합니다. 헌신하되 요란하게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주님의 일을 한다고 하지만 결국 드러내는 것은 자기 자신입니다. 말로 헌신을 대신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런 헌신은 돌멩이 하나 옮기지 못할 만큼 가볍습니다. 다른 이의 헌신을 평가하고 비판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런 일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지만, 헌신하는 이에게 실망과 상처를 남깁니다. 병아리 감별사라는 직업이 있습니다. 갓 부화한 병아리가 암컷인지 수컷인지 식별하는 사람입니다. 부화한 지 30시간 이내의 병아리를 순간적으로 감별하는데, 태어나자마자 죽임당하는 수컷 병아리들이 전 세계에 한 해 70억 마리에 달한다고 합니다. 주님은 헌신의 길을 가..

비트코인

비트코인 최근 핫한 뉴스의 주인공은 주식보다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비트코인입니다. 지금 전 세계인은 각국 화폐가 아닌 비트코인이란 화폐로 물건을 사고파는 시대가 온다고 확신하며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실물화폐가 아닌 상상 속 화폐입니다. 누구도 실물을 본 적 없고 손에 잡아본 적 없는 데도 코인 하나에 몇천만원씩 거래되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인터넷 거래소에서 사상 최고가인 6000만원이란 거액에 거래가 되니, 나라마다 가상화폐에 대한 위험성을 발표하며 거래 자제를 촉구하는 현상까지 생겼습니다. 가상화폐에 관한 이야기를 접하면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는 하나님과 천국에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상화폐는 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