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성을 위한 ━━/설교예화 3380

마패 같은 이름 예수

마패 같은 이름 예수 유학 시절 이름을 한글로 크게 새긴 목걸이를 하던 후배가 있었습니다. 자기 이름과 정체성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친구였습니다. 성격도 매우 적극적이라 영어 실력도 빨리 늘었고 졸업도 빨랐으며 취업까지 잘해 주변 유학생을 놀라게 했습니다. 그 후배를 보며 자기 이름에 대한 자부심만 품어도 저렇게 당당한 모습으로 살아가는데, 그리스도인이란 이름을 가진 우리는 어떤지 돌아봤습니다. 예수란 이름은 믿는 우리에게 감격스러운 이름입니다. 그 이름에 능력이 있습니다. 예수의 이름으로 병도 고치고 귀신도 쫓을 수 있습니다. 마치 마패 같은 이름입니다. 암행어사는 겉모습이 아무리 초라해도 왕이 준 마패가 그의 신분과 능력을 증명해줍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도 예수라는 마패 같은 이름을 줬고 그 이름의..

거기 너 있었는가

거기 너 있었는가 로마 총독 빌라도는 예수님에게서 죄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소리치는 군중의 요청대로 그를 십자가에 못 박도록 넘겨준 뒤 손을 씻었습니다. 자신은 상관없고 책임없는 일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이 사람의 피에 대하여 나는 무죄하니 너희가 당하라.”(마 27:24) 그와는 다른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크 시대의 화가 렘브란트는 자신의 얼굴을 작품 속에 그려 넣었습니다. 작품 ‘빌라도의 법정’ ‘십자가에 내려지는 그리스도’ ‘순교자 스테판’에 군중 속 숨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넣었고 ‘돌아온 탕자’에선 자신을 탕자로 그렸습니다. 그는 “내가 그 자리에 있었고 나도 공범”이라며 반성했습니다. ‘거기 너 있었는가’라는 제목의 흑인 영가가 있습니다. ‘ 거기 너 있었는가’라..

염통 밑에 쉬슬다

염통 밑에 쉬슬다 밀밭 사이를 지나가다 이삭을 잘라 먹는 제자들을 비난하는 바리새파 사람들은 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수님 뒤를 따라다니며 그들이 하는 일은 고작 누군가의 꼬투리를 잡아 비난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모습이 못내 마음에 걸리는 것은 오늘 우리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싶기 때문입니다. 남 험담하기 좋아하는 사람들, 그리스도인의 부정적인 이미지 중에는 그런 것이 있습니다. ‘손톱 밑에 가시 드는 줄은 알아도 염통 밑에 쉬스는 줄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손톱 밑에 가시가 들면 통증이 심해 금방 알아차립니다. ‘쉬슬다’는 말은 ‘파리가 알을 깐다’는 뜻입니다. 심장에 파리가 알을 까다니, 손톱 밑의 가시와 비할 바가 아닙니다. 그런데 사람이 묘합니다. 손톱 밑에 가시 박힌 것은 알아도,..

들풀이 주는 메시지

들풀이 주는 메시지 시간이 날 때마다 동네 천변을 산책합니다. 천변의 뚝방 길 언덕에는 들풀이 자라고 있고, 그 틈으로 쑥이 올라옵니다. 신기한 것은 다 죽은 것 같은 누런 풀 사이로 초록색 새 풀들이 올라오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뿌리 때문에 발생합니다. 풀은 죽고 색이 낡아진 듯 보이지만 뿌리는 강한 생명력을 갖고 살아 있습니다. 낡은 풀은 겨울을 지내며 새로운 풀이 자라나기까지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킵니다. 그리고 봄이 되고 새 풀들이 돋아날 때 기쁘게 자기 자리를 넘겨주고 물러납니다. 한국교회는 지금 여러 시련을 겪고 있습니다. 외풍을 맞아 생명력이 약해져 누렇게 시든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뿌리는 문제가 없습니다. 교회의 주인은 하나님이시요 예수님께서 그 머리가 되시기..

건물을 받쳐주는 머릿돌

건물을 받쳐주는 머릿돌 요즘 머릿돌은 착공일이나 준공일 등을 기록해 건물 외벽에 붙이는 현판처럼 사용됩니다. 하지만 머릿돌은 원래 주춧돌입니다. 건물 기초공사를 마치고 기둥을 받치는 주춧돌을 놓으며 정초식을 했는데, 그때 날짜를 새긴 게 머릿돌입니다. 그러니까 머릿돌은 건물 위나 앞이 아니라 건물의 가장 아랫자리에 놓는 것입니다. 마치 물구나무를 선 듯한 모습으로 표현했습니다. 왜 머릿돌이라 불렀는지 모르나, 무거운 머릿돌이 건물을 받쳐주니 든든할 것은 분명합니다. 예수님은 건축자의 버린 돌이 됐지만, 집 모퉁이의 머릿돌이 됐습니다. 우리가 그 위에서 아름답게 지어지게 하기 위함입니다. 교회의 머리인 예수님은 위에서 군림하는 게 아니라 머릿돌이 돼 우리를 늘 든든히 받쳐줍니다. 우리에게 머리가 되고 꼬리..

온도

온도 언어에 온도가 있습니다. 얼굴과 삶에도 온도가 있습니다. 언어 온도가 높은 사람은 긍정과 배려의 말을 많이 하고, 얼굴의 온도가 높은 사람은 미소와 친절이 가득합니다. 삶의 온도가 높은 사람은 이웃을 향한 따뜻한 공감과 섬김이 있습니다. 믿음에도 온도가 있습니다. 사랑 찬양 위로 감사 축복이 항상 넘치는 사람이 믿음 온도가 높은 사람입니다. 따뜻한 온도가 있어야 생명이 부화합니다. 온도는 다른 이에게 전파됩니다. 마치 따스한 커피를 마시면, 커피 온도로 몸이 따뜻해지듯이 따뜻한 사람을 만나면 나도 따뜻해집니다. 시체는 주변의 온도와 자신의 온도가 같습니다. 그러나 생명이 있는 존재는 자신의 온도를 유지합니다. 세상이 아무리 차갑다 할지라도 예수님의 생명이 있는 사람은 예수님의 온도를 보여줍니다. 삶..

봄의 교향악

봄의 교향악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 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로 시작하는 노래가 있습니다. 가곡 ‘동무 생각’의 첫 가사입니다. 찬란한 봄을 맞을 준비가 한창입니다. 땅에서는 풀들이 솟아납니다. 마른 나무에도 물이 올라오는 모습이 보입니다. 새 이파리는 연두색 빛깔로 수줍게 선보입니다. 죽어 있던 것 같은 대지 위에 생명의 힘이 약동합니다. 연주회가 시작되기 전 여러 연주자가 자기 악기 소리를 확인하면서 분주히 준비하는 모습 같습니다. 지휘자가 나타나면 부산스러운 소리와 움직임은 멈춥니다. 연주회가 시작되면 대지가 푸르러집니다. 나뭇잎의 빛깔이 달라지고 여기저기에서 꽃망울이 올라옵니다. 질서 있게 자기의 때에 따라 아름다운 색을 입은 갖가지 꽃이 그 자태를 뽐낼 것입니다. 위대한 자연의 창조자..

역주행의 기적

역주행의 기적 홍콩순복음교회를 담임하던 시절 교회학교 중등부에서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던 여학생이 있었습니다. 홍콩에서 한국으로 이사한 후에도 종종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대학을 졸업하고 아이돌 가수로 데뷔했다며 중보기도 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걸그룹 데뷔 후에도 몇 년간 큰 인기를 얻지 못하고 고생만 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TV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팀 해체 위기를 맞은 한 걸그룹이 역주행의 기적을 만들며 가요 음원차트 1위, 가요순위 1위, 예능방송프로 섭외 1순위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중보기도를 했던 제자, 브레이브걸스의 유정이었습니다. 주말에 유정에게 축하 문자를 보냈더니 “목사님! 하는 일이 잘 안 되다 보니 하나님을 조금씩 멀리하게 되고 원망이 커졌지만, 마지막으로 하나님..

가장 좋은 자리

가장 좋은 자리 몇 해 전 설교를 부탁받고 미국 포틀랜드를 방문했을 때, 현지 병원을 방문한 일이 있습니다. 집회에 참석한 한 목사님이 자신이 일하는 병원을 소개해 줬습니다. 한국 분이 미국 병원에서 원목으로 일하는 모습은 그 자체가 소중하게 여겨졌습니다. 병원은 컬럼비아강이 내려다보이는 경치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의료진이 환자를 따뜻하게 배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특히 놀랍게 다가온 게 있었습니다. 병원에서 경치가 가장 좋은 방을 중환자들이 사용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원장은 물론 직원들은 강가의 반대편 방을 사용하고요. 경치가 가장 좋은 방을 많이 아픈 이들에게 양보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문득 우리 믿음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믿음이 무엇인지 단순하게 다가왔습니다. 믿는다 하면서도 마음..

왕자의 짝사랑

왕자의 짝사랑 세계적 철학자이자 신학자였던 키르케고르의 책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하루는 왕자가 말을 타고 사냥하던 중 한 빈민촌을 지나가다가 매우 아름다운 여인을 보았고 짝사랑에 빠졌습니다. 왕궁에 돌아와서도 매일매일 그리워하며 어떻게 하면 신분 격차를 뛰어넘어 그 여인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결국 왕자는 입고 있던 화려한 옷을 벗어버리고, 그녀가 사는 시골 마을로 가서 조그마한 방 하나를 얻어 목수가 되었습니다. 가난한 사람의 풍습을 배우며 동네 사람들과 친하게 지냈습니다. 짝사랑했던 그 여인도 자신을 위해 많은 것을 포기했던 왕자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왕궁으로 함께 가서 살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죄인 된 우리를 짝사랑하셨던 예수님께서 하늘 영광 보좌를 버리시고, 낮고 천한 이 세상에 ..

얼룩 닦아내기

얼룩 닦아내기 코로나19로 당연하게 누렸던 일상들을 하지 못해 아쉽지만, 오히려 선물이라 느낄 때도 있습니다. 혼자 조용히 음악을 감상할 시간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LP 레코드 플레이어에 레코드판을 놓고 살짝 바늘을 올려놓으니 오랜 흑백영화 필름을 보는 듯 옛날에 즐겨듣던 찬양이 흘러나옵니다. 그렇게 음악을 듣고 있는데 갑자기 음악이 끊어져서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레코드판 위에 작은 먼지와 얼룩이 가득 묻어 있었습니다. 조심조심 먼지를 제거했더니 다시 음악 소리가 들려옵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듣는 모든 이에게 언제나 아름다운 음악이 됩니다. 때때로 그 말씀이 믿어지지 않고 들리지 않는 이유는 우리 마음속에 이 세상이 묻혀둔 염려와 먼지, 불신의 얼룩 때문이라는 것을 아시는지요. 2000년..

인생의 주어가 되는 분

인생의 주어가 되는 분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 동료 책상에 이런 문구가 붙어 있었습니다.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갈 때가 있고, 내려갈 때가 있으면 올라갈 때가 있다. 올라갈 때 교만치 말고, 내려갈 때 좌절하지 말자.’ 가만히 보니 문장에 주어가 없었습니다. 주어가 인생일 수 있겠지만, 인생은 스스로 올라가거나 내려갈 수 없습니다. 인생을 올라가게도 하고 내려가게도 하는 주어는 따로 있습니다. 하나님입니다. 인생을 새옹지마에 비유하곤 합니다. 하지만 도망간 말이 오랑캐의 준마를 데리고 올 확률은 매우 희박합니다. 말을 타다가 떨어져 다리를 절게 됐는데 때마침 전쟁이 날 확률은 더욱 그렇습니다. 로또 같은 확률에 막연히 기대 살 것이 아니라 인생의 주어가 되고, 세상의 주관자가 되는 하나님을 바라보며 살..

생수를 마셔라

생수를 마셔라 심해어를 아십니까. 보통의 물고기는 빛이 잘 들어오고 수압이 강하지 않은 수심 200m 내에서 서식합니다. 반면 심해어는 10㎞ 깊은 바닷속에서 높은 수압을 견디며 살아갑니다. 어류학자들에 따르면 심해어는 다른 물고기와 달리 부레가 없는 경우가 많고 몸속 빈 곳에 공기 대신 물을 채워 넣는다고 합니다. 이렇게 하면 몸 안에 있는 물과 몸 밖에 있는 물의 압력이 균형을 이뤄 몸체가 찌그러지지 않습니다. 오늘날 우리 삶은 갈수록 은혜의 빛이 보이지 않는, 염려 불안 고난이라는 압력이 짓누르는 심해와 같습니다. 믿음이 쇠잔해지지 않으려면 생수의 근원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모셔야 합니다.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니 내가 주는 물은 그 속에서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샘물..

있을 때 잘해

있을 때 잘해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있을 때 잘해 흔들리지 말고/ 있을 때 잘해 그러니까 잘해.” 지금은 고인이 된 배우 김자옥의 남편이었던 가수 오승근의 ‘있을 때 잘해’란 노래 가사입니다. 이 노래는 사랑하는 사람과 후회 없는 만남을 만들고 싶다는 내용입니다. 후회 없는 인생을 살고 싶은 것은 모든 사람의 소망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인생을 살다 보면 후회하면서 살게 됩니다. 세월이 흐르고 나면 “그때 더 잘할걸” 하며 후회합니다. 후회 대상 중 사람에 대한 후회가 가장 큰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젊어서 못한 공부나 사회생활은 나이 먹은 후에도 할 수 있지만, 나를 떠난 사람과 못다 이룬 사랑, 정은 다시 만들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장례식장에서 유족들이 가장 크게 후회하는 것은 고인..

움직이고 있습니다

움직이고 있습니다 천문학자들은 오랜 시간 망원경을 사용해 별을 살펴봤습니다. 어떤 학자들은 별빛에 주목했습니다. 별빛이 규칙적으로 어두워진다면 행성이 별을 돌고 있다는 증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해서 2000개 넘는 행성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때때로 밝은 낮과 같은 우리 인생 속에 그림자가 지고 먹구름이 끼며 소망의 빛을 발견하지 못할 것 같은 상황이 찾아옵니다. 그러나 조금만 믿음의 눈을 뜨고 바라보면 하나님의 능력이 분명히 역사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라는 글자가 한마디도 나오지 않는 에스더서를 읽어보면, 위기와 죽음 속에 분명히 살아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움직임을 볼 수 있습니다. 골고다 언덕 위에서 비참하게 돌아가시는 어둠 속에서도 예수 그리스도는 구원의 역사를 위해 가장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