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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 : 일리아드 (liad) ★ 전쟁의 씨앗이 된 황금 사과 1.

Joyfule 2006. 2. 28. 01:02

호메로스 : 일리아드 (liad) ★ 전쟁의 씨앗이 된 황금 사과 1. 아득한 옛날, 사람이 신들만큼이나 영웅스럽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뮈르미돈의 왕 펠레우스는, 발이 아름다워서 <은빛 발>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바다의 요정 테티스를 아내로 맞이하게 되었다. 이들의 혼인 잔치에는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였고, 저 높은 올림포스 산의 신들도 초대되었다. 잔치가 한창 무르익어 가는 참인데 초대되지 않은 손님 하나가 불쑥 그 자리에 나타났다. 누구인가 하면 바로 불화의 여신 에리스였다. 에리스는 어디에서든 불화를 일으켰기 때문에 이 혼인 잔치에도 초대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에리스가 그 자리에 나타나 험상궂은 얼굴을 하고선 자기가 당한 모욕을 복수하겠노라고 벼르는 것이었다. 복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긴 했지만, 에리스가 한 일은 겨우 잔칫상을 향해 황금 사과 한 개를 던진 것밖에는 없었다. 따라서 처음엔 별 일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에리스는 손님들을 향해 숨을 한 번 크게 쉬고는 곧 사라져 버렸다. 에리스가 던진 사과는 과일 접시와 포도주 잔 사이에 놓여 있었다. 손님 중 하나가 허리를 구부리고 그 사과를 집어 올렸다. 사과의 한 귀퉁이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가장 아름다운 여인에게' 루벤스의 [파리스의 심판] 그러자 여신 중에서도 가장 고귀한 세 여신이 그 사과가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헤라 여신은 자기가 신들의 아버지 제우스의 아내이자 모든 신들의 왕후되는 여신인 만큼 그 사과는 마땅히 자기 것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테나 여신은 자신이 지니고 있는 지혜의 아름다움은 다른 모든 신들이 지닌 지혜의 아름다움보다 앞서는 만큼 그 사과는 당연히 자기 것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프로디테 여신은 부드러운 미소를 띤 채, 아름다움의 여신을 젖혀 놓고 감히 그 사과의 주인이 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세 여신 사이에는 입씨름이 벌어졌고, 이 입씨름은 말싸움으로 발전했다. 말싸움은 시간이 흐를수록 치열해졌다. 세 여신은 그 곳에 모인 손님들에게, 그 사과가 누구의 것이 되어야 마땅한지 심판해 달라고 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여신들의 부탁을 들어 주지 않았다. 어느 여신을 편들어 주든, 나머지 두 여신으로부터 원한을 사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결국 세 여신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신들의 궁전이 있는 올림프스 산으로 돌아갔다. 신들 중에는 이 여신을 편드는 신이 있는가 하면 다른 여신을 편드는 신들도 있었다. 신들은 이렇게 편이 갈린 채로 오래오래 싸웠다. 얼마나 오랜 기간이었는가 하면 이 말싸움이 시작되던 당시 인간 세상에서 태어난 아기가 자라 전사, 혹은 목동이 될 때까지였다. 신들은 모두 죽지 않는 존재들이라서, 때가 되면 죽어야만 하는 운명을 타고난 인간의 세월은 알지 못했다. 에게 바다의 북동쪽 해안에는 트로이아라고 하는 도시국가가 자리잡고 있었다. 트로이아는 바닷가 언덕 위에 튼튼한 성벽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도시 국가였다. 이 도시가 이렇게 크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트로이아의 가까운 해협을 통해 비옥한 흑해 연안을 오르내리는 장삿배로부터 통행세를 걷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도시 국가의 왕 프리아모스는 넓은 영토와, 갈기가 유난히 긴 말을 많이 가진 임금이었다. 그에게는 아들도 많았다. 신들 사이에서 황금 사과를 두고 말싸움이 벌어지기 시작할 무렵 프리아모스의 왕비 헤쿠바는 막내 아들을 낳았다. 프리아모스 왕 내외는 이 막내 아들에게 파리스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막내 왕자의 탄생은 트로이아의 커다란 경사여야 했다. 그러나 왕비 헤쿠바가 파리스를 배고 있을 때 왕궁의 점쟁이들은 왕비가 장차 트로이아를 잿더미로 만들 말썽꾸러기를 낳을 것이라고 예언한 일이 있었다. 마침내 헤쿠바에게서 아들이 태어나자 왕은 하인 하나를 불러 왕자를 데리고 나가 빈들에 버리라고 명했다. 하인은 왕의 명령대로 따랐다. 그러나 달아난 송아지를 찾으로 다니던 한 목동이 버려진 왕자를 발견하고는,데리고 가서 자신의 자식 삼아 기르게 되었다. 왕자는 키가 훤칠하게 크고 힘이 세고, 아주 잘 생긴 청년으로 자라났다. 달음박질과 활쏘기라면 그를 당해 낼 장사가 인근에는 없었다. 그는 이다 산 기슭의 떡갈나무 숲과 고원 지대에서 청년 시절을 보냈다. 그 곳에서 숲의 요정 오이노네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오이노네도 청년을 사랑했다. 오니노네에게는 사람이 입은 상처는 아무리 지독한 상처라도 말끔히 낫게 해주는 재능이 있었다. 청년과 오이노네는 숲속에서 행복하게 살았다. Back 장 프랑수와 드 트루와 Jean-Francois De-Troy , [파리스의 심판] The Judgement of Paris 그러던 어느 날, 여전히 그 황금 사과를 두고 아옹다옹하던 질투심 많은 세 여신은 올림프스산에서 인간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다가, 이다 산 기슭에서 목동 노릇을 하는 키가 크고 잘 생긴 청년을 보게 되었다. 세 여신은 모르는 것이 없는 신들이라서 그 청년이 자기 정체를 모른다면 보복당할 것을 두려워 하지 않고 공정하게 심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세 여신은 이제 황금 사과를 두고 입씨름하는 데도 싫증을 느끼고 있었다. 세 여신은 사과를 청년에게 던졌다. 파리스는 엉겹결에 손을 내밀어 그 사과를 받았다. 세 여신은 풀잎 하나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사뿐히 땅 위로 내려서서는, 누가 황금사과의 주인이 될 만큼 가장 아름다운 셋 중에서 고르게 했다. 먼저 아테나는 여신이 눈부신 갑옷을 차려 입은 모습으로 앞에 나섰다. 아테나는 칼날 같은 잿빛 눈으로 파리스를 바라보면서 자기에게 그 황금 사과를 던져 주면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지혜를 주겠노라고 약속했다. 다음에 헤라 여신은 신들 궁전의 왕후에 어울리는 차림으로 나서면서 자기에게 그 황금 사과를 준다면 어마어마한 재물과 권력과 명예를 주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깊은 바다처럼 파란 눈을 가진 아프로디테가 꼬아 놓은 금실 같은 타래 머리를 하고 달콤한 미소를 지으면서 앞으로 나왔다. 아프로디테는 자기에게 황금 사과를 던져 주면 자기만큼 아름다운 아내와 짝을 지어 주겠노라고 약속했다. 파리스는 그 여신만큼 아름다운 아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지혜와 권력을 주겠다는 두 여신의 약속을 잊고 말았다. 심지어는 떡갈나무 숲에 두고 온 <검은 머리> 오이노네도 잊어 버리고 말았다. 파리스는 그 황금 사과를 아프로디테에게 던졌다. 그 순간 아테나와 헤라는 황금 사과를 자신들에게 던져 주지 않은 파리스에게 앙심을 품었다. 잔칫날 손님들이 예측했던 그대로였다. 두 여신은 아프로디테에게도 원한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아프로디테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트로이아 왕자인 그 목동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로 마음먹고는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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