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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 : 일리아드 (liad) ★ 전쟁의 씨앗이 된 황금 사과 2.

Joyfule 2006. 3. 1. 01:21

호메로스 : 일리아드 (liad) ★ 전쟁의 씨앗이 된 황금 사과 2. 아프로디테는 어느 보름날 밤에 프리아모스 왕의 부하들로 하여금, 파리스가 치는 소떼의 임금격인 가장 크고 아름다운 황소 한 마리를 훔치도록 조화를 부렸다. 파리스는 그 소를 찾기 위해 산을 내려와 트로이아로 갔다. 그런데 그 때 마침 어머니인 헤쿠바가 우연히 파리스를 보게 되었다. 헤쿠바는 청년이 자기의 다른 아들들과 닮은 것을 확인한 데다 나름의 느낌도 있고 해서, 그 청년이 바로 아주 어릴 때 자기 품을 떠났던, 그래서 죽은 줄로만 알았던 막내 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헤쿠바는 너무 기뻐 울면서 그 청년을 왕 앞으로 데리고 갔다. 막내 왕자가 살아 있는 데다 그처럼 훤칠한 대장부로 자란 것을 본 사람들은 점쟁이들의 예언을 잊고 말았다. 프리아모스 왕은 막내 아들을 왕궁으로 맞아들이고 트로이아의 다른 왕자들에게도 그랬듯이 살 만한 집을 내주었다. 파리스왕자는 그 집에 살면서 이따금씩 사랑하는 오이노네가 기다리는 이다 산의 떡갈나무 숲으로 되돌아가고는 했다. 한동안은 행복한 나날이 계속되었다. 한편, 에게 바다 건너편에서는 또 하나의 혼인 잔치가 있었다.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와 헬레네 공주의 혼인 잔치였다. 헬레네를 두고 남자들은 <예쁜 뺨> 헬레네라고 불렀다. 그녀는 인간 세상의 여자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였다. 헬레네의 아름다움은 온 그리스땅에 널리 알려져 있었고, 많은 왕과 왕자들이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고 싶어했다. 험한 바위섬 왕국 이타카 왕 오뒤세우스도 그러한 왕 중의 한 명이었다. 그러나 헬레네의 아버지는 수많은 구혼자들 중에서 메넬라오스를 사윗감으로 골랐다. 그는 그 많은 구혼자들이 어쩌면 사윗감으로 선택되지 못한 데 앙심을 품고 자기 사위를 해코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들로 하여금 사위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헬레네를 위해서라도 일제히 돕겠다는 맹세를 하게 했다. 오뒤세우스는 헬레네에게 구혼했다가 거절당하고 헬라네의 사촌인 페넬로페와 혼인했다. 하지만 바로 이 때 한 맹세에 따라 헬레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달려가 도울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헬레네가 아름답다는 소문은 그리스 땅 방방곡곡으로 퍼져 나가, 이윽고 아프로디테 여신이 짐작했던 것처럼 트로이아에까지 알려지게 되었다. 파리스는 그 소문을 듣는 순간, 사람들의 말대로 정말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인지 아닌지 직접 가서 제 눈으로 확인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오이오네는 눈물을 흘리면서 자기와 함께 있어 달라고 애원했다. 그러나 파리스는 막무가내엿다. 그는 더 이상 떡갈나무 숲에 있는 오이오네의 동굴로 올라가지도 않았다. 파리스는 바라는 것이 있으면 기어이 손에 넣고야 마는 성미였다. 그는 아버지 프리아모스 왕에게 배를 한 척 빌려 줄 것을 요청했다. 파리스와 뱃사람들은 프리아모스 왕이 내어 준 배를 타고 바다로 나섰다. 에게 바다가 그들 앞에 기다리고 있었다. 바람은 순조로웠다. 마침내 그리스 반도에 이른 그들은 해변을 따라 올라가 배를 대고, 무수한 언덕을 넘어 요새 같은 메넬라오스 왕의 왕궁에 이르렀다. 노예들이 파리스 일행을 맞았다. 그들은 우선 오랜 항해로 인해 몸에 달라붙은 소금기와 먼지를 말끔히 씻었다. 그리고는 새 옷으로 갈아 입고 왕을 만나기 위해 큰 접견실로 들어갔다. 접견실 한가운데에는 화로가 덩그렇게 놓여 있었다. 왕의 발치에는 왕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사냥개들이 웅크린 채 엎드려 있었다. 메넬라오스 왕이 말했다. 자크 루이 다비드의 [파리스와 헬레네]Paris and Helen, 1788 "어서들 오시오. 나그네들이여. 누구신지 어디에서 오셨는지, 나의 왕궁으로는 무슨 일로 오셨는지 들어 봅시다." "저는 바다 건너에 있는 먼 나라 트로이아의 왕자인데 이름은 파리스라고 합니다. 먼 나라가 보고 싶어 이렇게 왔습니다. 메넬라오스 전하의 명성은 트로이아의 해변에까지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훌륭한 임금이시며 나그네에게 너그러운 분이시라고요." 파리스가 대답했다. "자, 그러면 앉아서 무얼 좀 드시겠소? 그렇게 먼 데서 오느라고 퍽 고생하셨겠구료." 메넬라오스가 파리스 일행에게 자리를 권했다. 파리스 일행이 자리에 앉자 고기와 과일과 황금 술잔에 찰랑거리는 포도주가 앞에 차려졌다. 그들이 먹고 마시면서 여행중에 겪은 일을 주인에게 들려 주고 있는데, 왕비인 헬레네가 접견실로 들어왔다. 헬레네의 뒤로 두 명의 시녀가 따라 들어왔다. 한 명은 헬레네의 딸을 안고 있었고, 또 한 명은 짙은 보라색 털실이 감긴 상아 실톳대를 들고 있었다. 화로 저쪽, 왕비 자리에 앉은 헬레네는 실을 감기 시작했다. 실을 감으면서 헬레네는 나그네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순간순간 파리스의 눈길과 헬레네의 눈길이 화로에서 피어오르는 자옥한 연기 속에서 마주치곤 했다. 파리스는 메넬라오스의 왕비가 소문으로 듣던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헬레네는 옥수수 대궁처럼 매끈했고 들꿀처럼 향기로웠다. 한편 헬레네의 마음을 끈 것은 나그네 왕자가 젊다는 점이었다. 메넬라오스는 헬레네의 아버지가 자기 취향에 따라 선택해 준 사람이지 헬레네 자신이 선택한 사람은 아니었다.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메넬라오스는 헬레네보다 훨씬 나이가 많았다. 메넬라오스의 수염에는 벌써 흰 올이 나타나기 시작한 터였다. 그러나 파리스의 금빛 수염에는 흰 올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그의 눈은 반짝거렸고 입가에는 미소가 어려 있었다. 파리스를 바라보는 헬레네의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헬레네는 감고 있던 보라색 실을 잡아챘다. 파리스와 그 일행은 여러 날 동안 메넬라오스 왕의 손님으로 궁전에 머물렀다. 오래지 않아 파리스는 왕비 헬레네를 멀리서 보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게 되었다. 가엾은 오이오네는 파리스의 기억 속에서 완전히 잊혀져 있었다. 파리스는 오로지 헬레네 생각만 했다. <예쁜 빰> 헬레네를 두고 떠날 생각을 하니 파리스는 눈앞이 아득했다. 날이 감에 따라 파리스 왕자와 헬레네 왕비는 궁전 안의 서늘한 올리브 숲 속과 흰 꽃이 핀 편도나무 가지 밑을 함께 걷기도 했다. 파리스는 보라색 실을 감으며 그 나라 민요를 부르는 헬레네의 발치에 앉아 있기도 했다. 드디어 메넬라오스 왕이 사냥을 떠나는 날이 왔다. 파리스는 핑계를 대고 따라나서지 않았다. 그래서 파리스 일행은 궁전에 남아 있을 수 있었다. 왕이 떠나 궁전이 호젓해지자 파리스와 헬레네는 단 둘이서 은빛 올리브 나무 그늘을 거닐었다. 파리스의 부하들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왕비의 시녀들과 어울리고 있었다. 파리스는 자기가 여기까지 온 것은 오로지 헬레네를 만나 보기 위해서였고, 만나 보는 순간 온 가슴으로 사랑하게 되어 혼자는 돌아갈 수 없다고 고백했다. "그런 소리는 하는 게 아니에요.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그래요. 첫째는, 나는 아미 다른 남자의 아내이기 때문이고, 둘째는 당신의 그 말 때문에, 당신이 떠난 뒤에 내가 더 견디기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에요." 헬레네가 대답했다. "사랑스러운 헬레네여. 내 배가 바닷가에 있답니다. 나와 함께 갑시다. 마침 당신의 지아비인 메넬라오스 왕은 먼 곳으로 가 있습니다. 우리, 당신과 나는 남남이 아닙니다. 우리는 한 줄기에서 뻗어 나온 두 개의 덩굴이랍니다." 파리스는 조르고 헬레네는 망설이고 ………. 귀뚜라미 우는 한나절, 두 사람은 몇 번이고 밀고 당기기를 거듭했다. 하지만 헬레네의 상대는 파리스였다. 그는 자기가 바라는 것은 기어이 손에 넣고야 마는 사람이었다. 헬레네의 가슴 깊은 곳에서 파리스를 따라가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결국 헬레네는 지아비와 딸과 명예를 등졌다. 울부짖으며 애원하는 시녀들을 등진 채, 파리스는 부하들과 함께 헬레네를 데리고 배가 대기하고 있는 바닷가로 갔다. 이로써 파리스는 아프로디테가 약속한 신부를 얻은 셈이었다. 그러나 바로 이 일 때문에 무서운 일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