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익 변호사 에세이 - 글 빵을 처음 산 손님 삼십대 중반쯤이었다. 한 시사잡지로 부터 수필의 원고청탁을 받았다. 나는 고심하며 며칠간 썼다. 문학적인 글은 처음이지만 잘 썼다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 판결문, 변론문도 써 봤는데 붓가는 대로 쓴다는 수필을 못 쓰겠나 싶었다. 며칠간 고심해서 쓴 원고를 가지고 잡지사 편집장에게 갔다. 그가 내 원고를 잠시 훑어보곤 입을 열었다. “저하고 잠깐만 저리로 가시죠” 그는 잡지사 구석에 있는 칸막이 방으로 나를 안내했다. 그가 탁자 위에 나의 원고를 놓더니 의견을 얘기했다. “저는 우리 잡지의 귀한 지면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글의 도입 부분을 보니까 공자를 인용하셨네요. 왜 본인만의 것을 담지 않으십니까? 다시 써보시죠.” 나는 자존심이 상했다.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