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성균 수필 연재 - 고개 목성균 수필 연재 - 고개 지름티 고개는 이제 본래의 산등성이로 돌아갔다. 마을의 서북쪽 갈뫼봉과 동북쪽의 유지봉을 이어주는 산등성이, 마을을 병풍처럼 둘러치고 있는 이 산등성이의 중간쯤, 산세가 기개(氣槪) 죽이고 주저앉은 자리가 지름티 고개다. 이 고개는 협촌(峽村)..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2.08
목성균 수필 연재 - 아파트의 불빛 목성균 수필 연재 - 아파트의 불빛 밤 11시가 넘으면 깃들이느라고 들쑤셔 놓은 벌집같이 부산하던 아파트 단지가 조용해진다. 아파트 각 동 각 호마다 불이 환하고 주차장에도 빼곡하게 자동차가 들어차서 만 수위에 이른 수면처럼 출렁하게 멎어 있다. ‘금호 타운’ 말이 좋아 ..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2.07
목성균 수필 연재 - Spring has come 목성균 수필 연재 - Spring has come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어라고는 ‘Spring has come' 이 한마디뿐이다. 기억이 분명치는 않으나 중학 2학년을 막 시작한 때 배운 거 같다. Spring has come을 가르쳐주신 영어선생님은 여선생님이셨다. 영어 선생님은 마치 워즈워드의 시를 읊듯이 Spring has..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2.06
목성균 수필 연재 - 논란의 여지(論難의 餘地) 목성균 수필 연재 - 논란의 여지(論難의 餘地) 대호방조제 서편에 있는 삼길포에 가서 회를 먹고 오는 길이었다. 내륙인 청주에서 서해까지 가서 회를 먹고 온다면 언뜻 호사스러운 짓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서민의 영양 보충을 위한 궁여지책에 불과할 뿐이다. 호사를 하려면 그..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2.03
목성균 수필 연재 - 混淆林(혼효림) 목성균 수필 연재 - 混淆林(혼효림) 우리나라의 산을 지키는 나무를 대별하면 소나무와 참나무로 나눌 수 있다. 두 나무를 어느 나무가 더 좋고 나쁘다고 우열적(優劣的)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 소나무는 소나무고 참나무는 참나무다. 각기 개성적인 장단점을 타고난 상호보완적인..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2.02
목성균 수필 연재 - 속리산기(俗離山記) 목성균 수필 연재 - 속리산기(俗離山記) 1. 正二品松 속리산. 속세와 떨어진 산이란 말일 것이다. 그러나 다 옛날 말이다. 지금의 속리산 자락은 여느 관광지와 다를 바 없이 시끌벅적한 저잣거리와 흡사하다. 세속을 떠난 산아래 잡다한 현대문화가 다 밀려 와서 혼탁한 세속의 먼..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2.01
목성균 수필 연재 - 명태에 관한 추억 목성균 수필 연재 - 명태에 관한 추억 늦가을이나 초겨울이면 우리 집 부엌 기둥에 명태 *한 코가 걸려 있었다. 산골 그을음 투성이의 초가집 부엌 기둥에 한 코로 걸린, 다소곳한 명태 한 쌍의 모습은 '천생연분'이란 제목을 달고 싶은 한 폭의 정물화였다. 밤이 이슥해서 취기가 ..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1.31
목성균 수필 연재 - 얼굴 목성균 수필 연재 - 얼굴 어릴 때 내 별명은 잔나비였다. 얼마나 못생겼으면 같은 진화경로에서 뒤쳐진 유인원(類人猿)에 비유되었을까. 지금도 그렇지만 초등학교 때 사진을 내 놓고 내 얼굴을 보면 흡사 잔나비다. 좁은 이마와 보통이 넘는 긴 인중하며, 툭 불거진 광대뼈하며, ..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1.29
목성균 수필 연재 - 둥구나무 목성균 수필 연재 - 둥구나무 대개 동네마다 동네 앞 들판에 둥구나무 한 그루쯤은 서 있다. 그 둥구나무 한 그루로 해서 동네의 모습이 달라 보인다. 둥구나무 뒤로 저만큼 바라보이는 동네는 유서(由緖)가 깊어 보이고 알뜰한 삶의 규모가 느껴진다. 반대로 둥구나무가 서 있음직..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1.28
목성균 수필 연재 - 손수건 목성균 수필 연재 - 손수건 석산이가 저 세상으로 갔다. 그는 희귀하고 어려운 불치의 병을 2년 남짓 앓다가 갔다. 세포가 재생되지 않는 병이라고 했다. 병명이 궁금했으나 알 필요는 없다. 분명한 것은 이제 영영 그를 볼 수 없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세포가 재생되지 않는 만큼 ..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1.27
목성균 수필 연재 - 고향집을 허물면서 목성균 수필 연재 - 고향집을 허물면서 잠실로 쓰던 헛간에 세간을 전부 옮겨 놓고 나자 하루해가 설핏했다. 둘째와 막내는 돌아가고 나는 안방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기로 했다. 아침 일찍 포크레인이 집을 헐러 오기로 되어 있기도 했지만 나는 내일이면 허물어질 이 집에서 마지..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1.26
목성균 수필 연재 - 佛影寺에서 목성균 수필 연재 - 佛影寺에서 태백산맥을 넘어 불영사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늦가을 짧은 해가 정수리를 넘어가 있었다. 깊어진 가을, 산사의 정취가 더욱 고즈넉한 때에 맞추어 도착했다. 스산한 바람에 집착(執着)처럼 매달려 있던 마지막 잎새가 지는 경내(境內)를 조용히 움..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1.25
목성균 수필 연재 - 꽃보다 아름다운 인간성 목성균 수필 연재 - 꽃보다 아름다운 인간성 나는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데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즉 상대적이란 말이다. 남녀간의 사랑은 원초적인 발정(發情) 즉 음양의 스파이크이다. 조건이 일치 해야 한다. 사지가 멀쩡한 사람이 지체장애인을 사랑하..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1.23
목성균 수필 연재 - 조팝나무 꽃 필 무렵 목성균 수필 연재 - 조팝나무 꽃 필 무렵 진달래꽃이 노을처럼 져 버리면 섭섭한 마음을 채워 주듯 조팝나무 꽃이 핀다. 조팝나무 꽃은 고갯길 초입머리, 산발치, 산밭 두둑 같은 양지바른 곳 여기저기 한 무더기씩 하얗게 핀다. 조팝나무 꽃은 멀리서 건너다 봐야 아름답다. 가깝..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1.19
목성균 수필 연재 - 기둥시계 목성균 수필 연재 - 기둥시계 기둥시계가 언제 어떤 경위로 없어졌을까. 우리 형제들이 죽지에 힘 오른 새 둥지를 떠나 듯 다들 집을 떠나고 할머니도 세상을 뜨시고 대주이신 아버지가 풍을 맞으신, 유수 같은 세월의 어디 즘에서 시계는 멈추었으리라. 시간을 멈춘 시계는 얼마 ..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