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성균 수필 연재 - 얼음새 꽃 목성균 수필 연재 - 얼음새 꽃 연풍 산악회에서 시산제(始山祭)를 겸한 조령산 등반을 했다. 음력 3월 초순, 산 아래는 봄기운이 완연한데 1000미터가 넘는 산정에는 군데군데 잔설이 하얗다. 우리는 조령산 꼭대기에 준비해 온 돼지머리를 진설하고 제를 지냈다. 그리고 양지쪽으로..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1.17
목성균 수필 연재 - 그리운 새우젓 맛 목성균 수필 연재 - 그리운 새우젓 맛 새우젓 맛은 눈물겹다. 윗버들미 아낙네들은 밥상 한가운데다 굳이 새우젓종지를 장물종지와 고추장종지와 겨루어 놓았다. 새우젓이 감히 밥상 위에서 장물과 고추장에 버금가는 위치를 차지한 것은 사실 파격이다. 된장과 고추장을 담그는 ..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1.16
목성균 수필 연재 - 故鄕雪 목성균 수필 연재 - 故鄕雪 오랜만에 고향에 갔더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눈이 내린다. 마당에 창문의 불빛을 받고 눈이 裸婦처럼 희고 탐스러운 윤기로 부피를 더해 간다. 어두운 골짜기를 가득 메우며, 형광 빛을 발하는 주먹 같은 눈송이가 펑펑 쏟아진다. 안타까운 세월이 눈..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1.14
목성균 수필 연재 - 억새의 이미지 목성균 수필 연재 - 억새의 이미지 가을걷이가 끝난 빈 들녘은 농부의 열망이 이삭처럼 널려 있기 때문인지 막 저녁 밥상이 들어간 부엌같이 끓이고 자친 온기가 남아 있다. 억새는 그 고즈넉할 뿐 쓸쓸하지는 않은 시절의 대미(大尾)를 장식하는 들꽃이다. 억새꽃은 석양을 등지..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1.13
목성균 수필 연재 - 어떤 職務遺棄 목성균 수필 연재 - 어떤 職務遺棄 윗'강릉 영림서 진부 관리소'에 근무할 때, 조건부 서기보 시절 이야기다. 섣달 그믐날이었다. 하루종일 눈이 내렸다. 저녁때가 되자 서울서 내려온 강릉행 귀성버스들이 모두 진부 차부 앞 대로변에 꼬리를 물고 멈춰 서서 불야성을 이루었다. ..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1.12
목성균 수필 연재 - 액자에 대한 유감 목성균 수필 연재 - 액자에 대한 유감 지방 관아의 아전인 내 집, 품격을 못 갖춘 거실 벽면에 길이가 170센티미터, 폭이 50센티미터쯤 되는 서예(書藝) 액자가 하나 걸려 있다. 액자는 14자의 한자를 초서로 쓴 것인데, 내 얕은 진서(眞書) 실력으로는 고작 6자 밖에는 알 수가 없었다...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1.11
목성균 수필 연재 - 억수리에서 목성균 수필 연재 - 억수리에서 월악산 국립공원 동편 골짜기 억수리(億水里), 이름처럼 수량이 풍부한 냇물이 흘러서 피서객이 들끓었다. 이 곳에서 우리 가족은 2박 3일간 여름휴가를 보냈다. 산들이 깎아지른 듯 한 경사를 이루고 치솟아 있었다. 장마철이라서 그런지 늘 산봉우..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1.10
목성균 수필 연재 - 의사선생님께 목성균 수필 연재 - 의사선생님께 나는 몸이 아프면 Y내과를 찾는다. Y내과 원장 님의 의술에 대한 믿음 때문이라기보다 그 분의 찬찬하고 따뜻한 진료 태도와 분명하고 자세한 소견 진술이 맘에 들어서다. 아픈 주제에 의사의 의술보다 인간성을 보고 병원을 찾는다는 게 우스울..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1.09
목성균 수필 연재 - 본개나루에서 목성균 수필 연재 - 본개나루에서 날은 저무는데, 포장도로가 끝나고 황폐한 비포장도로가 시작되었다. 차를 세우고 내려서 주위를 살펴보았다. 오른편에는 나지막하게 와서 멎은 산자락에 동네가 안겨 있고, 왼편으로는 멀리까지 들판이 열려 있는데 들판 끝에 비닐 하우스가 하..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1.07
목성균 수필 연재 - 휴게소에서 목성균 수필 연재 - 휴게소에서 김영봉씨의 충동에 안면도 백사장 포구까지 가서 왕새우를 먹고 오는 길이었다. 잠시 쉬어 가려고 예산 못미처, 21번 국도변의 어느 휴게소에 들렸다. 주차장에는 차가 한 대도 없다. 그래서 일까 주차장 가장자리의 이미 낙화를 시작한 코스모스가 ..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1.06
목성균 수필 연재 - 前場浦 목성균 수필 연재 - 前場浦 한국도로지도책을 펴보면 전장포는 해제반도 끝에 있는 점암나루에서 카페리를 타고 임자도로 건너 가야한다. 임자도는 흡사 올챙이 모양을 한 섬인데 전장포는 올챙이 꼬리 끝에 해당하는 지점에 자리잡고 외떨어져 있었다. 나지막한 푸른 구릉을 넘..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1.05
목성균 수필 연재 - 簡易驛 목성균 수필 연재 - 簡易驛 경부선 조치원과 부강역 사이에 내판(內板: 안너덜이)라는 간이역이 있다. 아침저녁, 대전과 천안을 오고가는 비둘기호가 한 번씩 설뿐인데 그나마 이용하는 승객은 거의 없다. 다만 옛날부터 기차만 타 본 촌로(村老)들이 길들여진 생의 습관 때문에 이..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1.04
목성균 수필 연재 - 강진의 밤 목성균 수필 연재 - 강진의 밤 1. 강진의 밤 봄날, 저녁 빛이 가득한 2번 국도를 따라서 장흥을 지나 강진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도로변에 파란 논보리가 질펀했다. 온화한 남쪽 바닷가의 해양성기후 때문에 휴면기(休眠期)도 없이 생산을 계속 하는 고달픈 토지(土地)-. 중부 이북 ..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1.03
목성균 수필 연재 - 조선낫과 왜낫 목성균 수필 연재 - 조선낫과 왜낫 조선낫과 왜낫이 낫이라는 사실만으로 동류인식(同類認識)될 수는 없다. 꼭 국적(國籍)이 다르기 때문이라기보다 외양처럼 판이한 그 성품 때문이다. '조선낫은 진중하고 왜낫은 경박하다.' 조선낫에 대한 편향적(偏向的) 지적일까. '조선낫은 미..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1.02
목성균 수필 연재 - 거진항의 아침 목성균 수필 연재 - 거진항의 아침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여관 창문이 뿌옇게 밝아 있었다. 수평선 위로 해가 뜬 모양이다. 일출을 보긴 틀린 것 같았으나 아침 포구를 보기 위해서 서둘러 여관을 나섰다. 여관 옆으로 뚫린 골목은 곧바로 방파제로 이어졌다. 방파제 오른 쪽은 해수..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1.12.31